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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프로리그 2005 총정리 <2>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6.03.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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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리그의 열매] e스포츠 협회 공인력 확보
2기 협회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많았던 작년 한 해였지만 프로리그를 통합시켜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협회 주도의 통합리그 출범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방송사 중심의 e스포츠가 아니라 e스포츠 발전을 최종 목표에 둔 관계자가 주축이 되어 중심리그를 운영해 나간다는 것. 이는 추후 e스포츠 발전 사안을 해결하는 데 그 중심이 e스포츠 협회에 있다는 것을 관계자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한 예로 협회 주최의 KeSPA컵이 성공리에 개최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인 대회의 확보는 e스포츠 전반에 걸친 인재 양성은 물론, 프로스포츠로서 e스포츠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낸다는 차원에서 공인력 확보는 중요하다.

양방송사 경쟁시대 돌입
통합리그의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e스포츠는 초창기부터 방송사를 중심으로 활성화됐다. 스타 선수들이 탄생하고 스타리그와 같은 인지도 높은 대회가 생겨나기까지 게임방송사의 공헌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온게임넷, MBC게임과 같은 양방송사가 만들어놓은 방송리그는 ‘흥행’요소를 빼면 e스포츠를 대표하는 공인리그라고 내세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통합리그는 각 방송사에서 진행해오던 프로리그를 공인대회로 승격시키면서 양 방송사의 근본적인 역할인 중계권을 부여하게 했다.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4개 팀이 각각 양 방송사에 나뉘어 동시간대에 프로리그를 진행한다는 점은 중계권과 관련한 양 방송사의 경쟁시대를 의미한다. 조금더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 개발을 위해 좀더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는 것. 특히 CJ미디어의 게임방송 채널 확대 건으로 이젠 방송 3사가 e스포츠를 보는 게임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로써 게임 팬들에겐 볼거리가 풍부해지고 더 나은 콘텐츠 개발을 위한 방송사들의 발걸음은 빨라질 전망이다.

프로스포츠로 업그레이드
스카이 프로리그가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10만 관중을 끌어들였을 때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믿겨지지 않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대형 전광판의 게임 경기를 보면서 침을 튀기며 해설하는 캐스터와 키보드와 마우스로 경기하는 선수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해수욕장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낯설게만 느껴질 풍경이었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매년 뜨거운 계절의 여름이 다가오면 광안리의 10만 관중 인파는 없어서는 안될 진풍경이 되고 말았다. 정치·경제계 인사가 e스포츠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던 것도 통합리그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일부 마니아 계층의 문화로 국한되어왔던 e스포츠를 프로스포츠로 격상시키는 효과를 불러오며 대중을 향해 한발자국 나아가게 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 [통합리그의 가지치기]
경기 일정이 너무 많다?
통합리그의 근본적인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봐야 한다. 스타리그, 팀리그, 프로리그, 이벤트 경기 등 일주일 가운데 이처럼 빡빡한 일정으로 연습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리그 일정을 줄여 달라’, ‘연습시간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선수들의 불만사항이 터져나오자 양 방송사 리그를 통합시켜 프로리그를 출범시키자는 것이 원 목적이었던 것. 경기 일정이 줄어들면 볼거리가 풍부한 경기 내용이 나오리란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하지만 뒤늦게 통합리그가 이루어지면서 전기리그는 주 3일을 연이어 경기에 출전해야했다. 이후 후기리그에서도 주 3일 풀리그를 뛰어야 하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 방송사들의 불만도 표출될 수밖에 없었다. 프로리그 관중이 분산됨으로써 시청률 하락 효과를 감안해야 함에도 불구, 빡빡한 일정으로 경기의 질이 떨어져 보는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었다. 프로리그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온게임넷의 위영광 PD는 “통합리그의 원 목적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미리 준비한 세밀한 일정을 토대로 차기 프로리그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규정 미비하다?
심판진이 구성되고 상벌위원회가 마련되고 이제 어느 정도 기초적인 경기 틀을 확보한 통합리그. 초반에는 반칙과 돌발 사고에 대한 대처가 능숙하지 못해 게임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규정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그 예가 통합리그 후기리그 P.O전에서 벌어진 KTF매직엔스 대 삼성전자 칸의 경기이다.

박정석과 송병구의 경기로 벌어진 1세트의 돌발 상황에 대한 심판 판정 이의 제기 건. 경기를 시작하기 위한 카운트가 시작됨과 동시에 송병구가 대기창에서 이탈해 경기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심판은 사건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고 규정에 저촉되는 바가 없어 경기를 속행했지만 KTF측에서 반기를 든 것. 재경기를 진행하기 전 심판이 코칭스텝에게 재경기 진행에 관련된 사항만을 통보했으며 자세한 상황 전달이 이뤄지지 않았고 송병구의 이탈 시점이 경기 시작 이후로 판단되므로 해당선수의 ‘몰수패’가 선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상벌위원회의 논의결과 심판판정에는 무리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덧붙여 상벌위 측은 심리적으로 선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규정개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규정개정에 관한 내용은 게임단 관계자 회의에서 거론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도 ‘해처리 버그’와 관련된 규정 내용 미비는 여전히 협회 측의 숙제로 남아있다.

스타 선수 배출 어렵다?
스타리그에는 ‘스타’가 있지만 프로리그에는 ‘스타’가 없다? 하지만 프로리그에는 스타 선수를 발견해낼 기회가 의외로 많다. 신인 선수들이 스타리그에 출전할 기회를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프로리그는 오프라인 예선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실력만 있다면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 Plus의 조정웅 감독은 “어떻게 보면 스타리그보다 신인선수가 단 기간 내에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프로리그에 두루 갖춰져 있다”면서 “POS의 염보성 선수의 경우 프로리그에 혜성같이 등장해 스타리그로 뻗어나간 케이스”라고 예를 들었다.

하지만 현 프로리그는 흥행카드를 만들어낼 요소가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 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또한 줄곧 프로리그에 출전한 선수들만 나온다는 점 또한 식상함으로 남는다. 이제는 이 맵에선 ‘누가’ 나오는지 다 알고 있다. 협회는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차기 프로리그에서부터는 개인전에 출전한 선수에게 팀플레이 전에 출전할 수 없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되도록이면 팀 선수가 고루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것. ‘프로리그의 영웅’이 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상설경기장의 활용도?
e스포츠 전용 경기장에 브릿지 개념으로 개관된 상설경기장. 작년 12월 중순, 개관된 상설경기장의 활용도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크다. 현재 상설경기장은 아마추어리그 및 국산 e스포츠 대회가 단기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상황. 협회 관계자는 “차기 프로리그부터 상설경기장에서 진행되기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귀띔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엔 큰 문제가 남아있다. 현 삼성동 코엑스에 위치한 스튜디오 개념의 온게임넷과 MBC게임 경기장을 ‘쉬게’ 두어야 하기 때문.

지난 몇 년간 e스포츠 리그 명소로 자리 잡힌 이 곳을 생각하면 쉽게 옮길 수만은 없을 터. 또한 중계 장비를 옮겨가야 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양방송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CJ미디어의 출현으로 통합리그의 중계권 전부를 가져갈 수도 있다는 적잖은 우려가 일고 있지만 이 역시 어불성설일 뿐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란 아직 어렵다. 협회는 “3월 스토브리그를 기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송사 간의 원만한 타협안을 내놓을 작정”이라면서 “e스포츠의 발전과 홍보를 위해서라도 상설경기장의 활용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Side Story] 숫자로 보는 통합리그
● 프로리그 1승 : 프로리그를 보는 게임팬이라면 서지수의 1승을 누구보다 바라지 않을까. 프로리그에 출전한 이후 나날이 일취월장 해가는 그녀의 실력에 상대 여하를 막론하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최근 열리고 있는 시범경기에서도 서지수에 이어 이종미도 합세해 차기 프로리그의 진출 가능성을 노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하루만에 3승 : 후기리그 14주차 경기에서 GO의 변형태가 내리 3세트에 출전해 3연승을 거두는 위력을 발휘해 눈길을 모았다. 이어 변형태는 정규시즌 동안 가장 많은 출전 횟수는 물론 20승 14패로 박성준과 함께 후기리그 최다승 전적을 남기며 MVP수상의 영광을 얻기도.
● 최장시간 사투 ‘70분 15초’ : ‘영원한 라이벌’ SKT-KTF의 전기리그 5주차 경기. 물고 물리는 가운데 최종 승부는 5세트 에이스 결정전에서 치러졌다. 박태민과 강민의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경기 최장시간을 기록했다. 이와는 반대로 최단시간 승부는 후기리그 7주차에서 벌어진 POS 김택용 대 한빛스타즈의 박경락의 경기. 무려 4분 9초에 끝이 난 이 승부는 신예 김택용의 재치로 상대를 순식간에 셧아웃 시켰다. 특히 이 두 경기 모두 네오포르테에서 벌어졌다는 점이 눈길.
● 통산 50승 : 박정석이 후기리그 15주차 경기에서 역대 프로리그 정규시즌 통산 50승 고지를 밟았다. 또한 KTF EVER 프로리그부터 스카이 프로리그 2005 전기리그까지 개인전 14연승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뒤에는 이윤열이 46승으로 박정석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 23연승 달성 : 작년 11월 10일 열린바 있는 SKY 프로리그 2004 2라운드의 삼성전자 칸을 상대로 시작해 올해 SKY 프로리그 2005 후기리그 대 POS전까지 11개월간에 걸쳐 수립된 KTF 매직엔스의 연승 행진. 국내 프로스포츠사상 최다연승의 기록으로서, 프로야구16연승(삼성라이온즈,1986년), 프로농구 15연승(한빛Stars,2005년)과 비교해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다.
● 3개월 출장정지 : SKT 최연성의 징계로서 협회 측이 내린 결단. 정규 시즌 3개월 출장정지 처분으로 전기리그 내내 최연성을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후기리그에서 최연성이 모습을 드러내던 날, 팬들의 환호는 그 어느 때 보다 열광적이었는데. 그래서였을까. 후기리그 결승 MVP는 최연성에게 돌아갔다.
● 8개월 휴식 : 전기리그 ‘꼴찌’ e네이처 톱 팀. 10개 게임단이 풀리그로 경기를 치르는 후기리그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로 인해 팀은 프로리그 시즌이 완전히 종료되는 그랜드 파이널까지 장장 8개월 동안 경기장에서 볼 수 없었는데. 최근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이들의 활약은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 만든다.
● 12만 관중 : 광안리 10만 관중에 이은 프로리그의 업적. 인근 경찰 병력이 투입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여 전기리그 결승전의 최종 승자를 지켜봤다. 뜨거운 여름밤보다 더 뜨거웠던 7월 30일, 올해도 기적이 일어날까.
● 총 659경기 : 전·후기 정규 시즌에서 벌어진 총 경기 수. 5전 3선승제 경기 방식을 통해 많은 선수들이 팀의 승리를 위해 땀 흘렸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후기리그 경기수(434경기)가 전기리그 경기수(225경기)에 비해 2배 가까이 많다는 점. 그랜드 파이널에 가까워질 수록 승리에 대한 집념도 덩달아 커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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