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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K, 기능 정지 ‘초읽기’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11.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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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콘솔 시장, 암흑시대 도래하나’. 콘솔 게임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콘솔 게임 시장을 주도해왔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onyComputerEntertainmentKorea, 이하 SCEK)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SCEK의 대규모 인원 감축은 이번으로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지난 6월 21일 첫번째 구조조정 단행, 본보 233호 단독보도). 이번 대규모 인원 감축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SCEK의 국내 시장 철수를 위한 최종 작업에 착수한 것이라 의견까지 대두되고 있다. PS3 등 차세대기 발매를 앞두고 벌어진 구조조정 앞에 콘솔 시장에는 암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SECK,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
지난 2002년 2월 22일 국내 콘솔 시장 대중화를 목표로 본격 가동됐던 SCEK의 행보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아시아권으로의(SonyComputerEnterta
inmentAsia, 이하 SCEA) 편입과 구조조정 등 최후의 선택 앞에 80여명에 달했던 SCEK의 직원수는 20여명으로 대폭 감소됐다. 10월 초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명예퇴직 신청과 이에 대한 보상 관련 지침이 하달됐고, 직급에 따른 위로금도 지급됐다. 본부장급 전원을 구조조정 명단에 포함시킬 만큼 긴박하게 진행되는 상황 앞에 SCEK는 현재 초상집 분위기이다. 이미 짐을 싼 직원들이 태반이다. SCE 본사는 올해 내 정리해고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본보가 단독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번 구조조정은 인력 감축을 명령한 일본 SCE 본사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으며, 심각한 경영악화 및 누적 적자폭의 증가가 주요한 이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SCEK는 국내 정식 런칭 이후, 2006년 단 한차례 10억여원의 흑자를 기록했을 뿐, 계속해서 적자 운영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발매 타이틀의 평균 판매량은 고작 1,000여장에 불과해, 한글화 제작 단가조차 맞출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방송 시청이 가능한 중저가 PMP의 연이은 등장은 PSP시장을 축소시켰다.

KT의 메가패스와 함께 출혈을 감수하며 공동 프로모션 형태로 추진됐던 PSP할인 판매 역시 시장에 덤핑 PSP가 난무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 매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여기에 계속해서 SCEK의 발목을 붙잡았던 불법복제의 만연과 중고품의 교환 및 매매, 콘솔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도 경영악화를 부추겼다. SCEK의 난항이 정리해고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진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국내 콘솔 시장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연락사무소로 ‘격하’?
이번 구조조정과 함께 SCE는 SCEK의 핵심 부서 중 기술 지원 파트인 테크놀로지 그룹(총 10명)과 인프라 구축 파트 등 일부 조직을 SCEA에 편입시켰다. 단순히 소속만 바뀐 것이 아니다. 국내에 국한시켰던 지원 업무를 아시아 전체로 확대했다. 즉, 국내 실정에 적합한 기술 지원 및 인프라 구축 관련 기술이 국내가 아닌 아시아를 무대로 확산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판매 부진 및 경영 악화 등으로 침체 일로를 걷던 SCEK에 대해 SCE가 더 이상 한국 시장에 집중시키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제외된 20여명은 영업 파트 등 최소 인원만으로 국한시켰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임 전문가 홍성민씨는 “음지에 있던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린 SCEK의 업적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 및 SCEA 편입 후 남은 직원만으로는 한국 연락사무소 역할 수행조차 버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CEK의 한 관계자는 “일본 본사는 PS3의 국내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별다른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며 “국내 콘솔 게임 시장에 대한 기대치는 최악으로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기술 지원 파트의 국내 철수는 국산 PS2, PS3, PSP 소프트웨어 제작에 참여했던 게임 개발사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지금(10월 27일 현재)까지도 SCEK는 협력사들에게 기술 지원 파트의 SCEA로의 편입내용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 PS2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지원 파트의 편입과 관련해) SCEK에 문의했으나 모른다는 답변만을 받았다”며 “기술 지원 여부를 떠나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국산 자체 개발 콘솔 게임에 관한 한 유통을 전담해 오던 SCEK의 구조조정 파장은 국내 개발사들의 앞날은 물론, 닌텐도의 한국 진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글화, A/S는 ‘불똥’ 피해
SCEK측은 구조조정 파트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로컬라이징 그룹(한글화팀, 7명) 해산을 기정 사실화시켰다. 이들은 지난 6월 21일 ‘글로레이스: 판타스틱 카니발(Glorace: Fantastic Carnival)’을 개발했던 컨텐츠 개발팀 전원(13명의 개발자 외 4명의 인턴사원 포함)을 정리해고시켰던 과거에 비춰볼 때, 국내 콘솔 시장의 발전보다 당장의 위기 타파에 총력을 기울일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극단의 정리해고를 선택한 SCE가 수익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글화팀만을 유보시킬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로컬라이징 그룹은 이번 구조조정의 칼날을 비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글판 타이틀에 대한 SCEK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국내 대표 콘솔 3사 중 유일하게 공식 고객지원센터를 운영해왔던 SCEK 고객서비스센터도 현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고객서비스센터의 경우, A/S를 전담하는 CS팀 17명과 신기술 교육 및 기술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창설된 TIC팀 4명 등 35명이 포진돼 있다. 고객지원센터 직원 대부분은 정규직 인원이 아닌 만큼,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한글화 타이틀의 꾸준한 발매와 한달 평균 1만 2천 건에 달하는 A/S에 대한 불안 요소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SCEK의 상황을 인지할 때, 판매 저조로 고스란히 손실을 입고 있는 한글화 발매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콘솔 게임 시장은, 계속된 추락으로 인해 점차 입지를 잃어가고 있는 SCEK와 같은 운명에 처할 전망이다.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지금 이 시각 시장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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