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긴급 진단] 독버섯처럼 다시 피어오르는 사행성 PC게임 여전히 ‘기승’

  • 심민관 기자 smk@kyunghyang.com
  • 입력 2007.06.26 09:24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행성 PC방은 사라지지 않았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행성 PC방으로 번졌던 도박열풍은 아직도 한반도에 남아있었다. 지난 해 사행성 PC방 단속의 집중 한파로 인해 한동안 잠잠하던 사행성 PC방들이 하나 둘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보다 치밀한 준비 끝에 부활을 꿈꾸고 있어 단속조차 용이하지 않은 실정이다. 사무실에서 서비스했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점조직으로 구성,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은 채 서버 관리만 하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불법 광고물을 시내 곳곳에 뿌리는 대담한 홍보 활동을 벌이는 등 이 시간에도 독버섯처럼 사회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 실정이어서 문제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사회악으로까지 분류됐던 사행성 PC방의 실태를 <경향게임스>에서 긴급 추적해봤다.

사행성 PC게임, 버젓이 거리에 ‘활개’

지난 해 여름, TV는 물론이고 각종 언론들은 사행성 PC방의 폐해에 대해 연일 대서 특필했다. PC방 업주는 물론이요, 종업원, 도박행위를 한 손님까지 형사 처벌을 받는다는 보도를 통해 사행성 PC방에 대한 경각심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사행성 PC방에 대한 문제가 전 국민적으로 퍼져나가자 한동안 이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약 1년이 지난 지금,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우리네 사회로 침투하고 있다. 늦은 저녁 시간, 서울 시내 곳곳을 살펴보면 여러 불법 광고물이 자동차에 혹은 길에 뿌려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중 ‘성인 PC게임! 24시간 고객 상담’이라는 문구로 시민들을 유혹하는 불법 광고물을 찾을 수 있었다.
광고물에 표기된 연락처로 전화를 하자 상담원은 “지금 즉시 핸드폰으로 계좌번호와 게임 접속 페이지 주소를 보내주겠다”며 “게임을 즐기고 싶으면 일단 해당 계좌번호로 입금한 후 다시 연락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금자명을 말해주면 즉시 해당 금액에 상당하는 캐쉬가 들어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보내주겠다”며 “사무실에서 운영하지 않고 웹서버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일단 무엇을 믿고 돈을 입금해야 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수수료를 벌기 위한 것이지, 입금한 돈을 갖고 달아날 생각은 전혀 없다. 벌써 수천명이 서비스를 즐기고 있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그의 말에 일단 입금 후 아이디를 받아 게임에 접속했다. 광고물에 나와 있는 설명처럼 PC방, 집, 사무실 컴퓨터가 있는 곳에서 불과 전화 한 통만 하면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했다. 비록 사행성 PC방들은 없어졌을지 몰라도 PC게임은 아직도 버젓이 거리를 활개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부터 정해진 승부, 유저들은 ‘봉’
‘www’로 시작하는 일반 홈페이지 주소가 아닌 IP주소로 적혀진 이 게임사이트의 서버를 추적해봤다. 역시나 국내가 아닌 미국 LA에 서버를 두고 운영중이었다.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의 종류는 세븐포커, 바둑이, 맞고 등 세 종류. 게임을 시작하기 전 상담원에게 환전에 대해 여러가지를 물어봤다. 환전 수수료는 없지만 게임진행과정에서 딜러비 명목으로 판돈의 일부를 떼간다는 것. 맞고의 경우 딜러비용이 미미하지만 바둑이와 세븐포커의 경우 꽤 짭짤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한 마디로 맞고는 서비스 상품이고, 큰 판돈이 오가는 카드류 게임이 주 수입원이 된다.
일단 게임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맞고방에 들어섰다. 약 60여개의 방이 개설돼 있었으며, 게임이 이뤄지고 있었다. 스크린샷을 찍고 싶었으나 어떠한 방법으로도 스크린샷을 찍을 수 없었다. 심지어 스크린샷을 찍는 프로그램까지 강제적으로 종료시키는 강력함(?)을 자랑해 결국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게임방에 들어서자 얼마 되지 않아 상대방이 입장했다. 아이디는 단순히 Player1이라고만 적혀 있는데다 채팅창도 없는 이유로 실제 사람이 플레이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국내 굴지의 보드게임 UI(유저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다 로고까지도 똑같은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판돈을 높이기 위한 미션 또한 빼놓지 않았다. 이는 과거 사행성 PC방이 성행하던 시절부터 높은 점수를 유도해 빠른 시간에 유저들이 캐쉬를 충전시키도록 하기 위한 수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게임 전문가 홍성민 씨는 “프로그램 상으로 승률을 조작하는 일은 매우 간단한 일”이라며 “심지어는 패의 확률까지 조정할 수 있는데다 남의 패를 보고 칠 수 있는 핵 등도 존재하기 때문에 사행성 게임을 통해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눈 뜨고도 당하는 정부부처?
이 같은 사행성 PC게임의 문제는 바로 현금이 실제로 오고 가는 도박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0일 문화관광부는 사행성 게임의 근절 및 올바른 게임산업의 육성을 위해 게임산업진흥 법률을 개정 시행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19일에는 경품용 상품권이나 이와 유사한 게임 이용 결과물에 대한 환전, 환전 알선 행위 등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강경책을 빼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문화관광부가 불법 영업장에 대해서만 단속을 펼칠 뿐 영업장 없이 네트워크를 통해 게임이 아닌 ‘도박’이 서비스될 경우 이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현재 횡행하고 있는 불법 게임은 등급 심의를 거치지 않은 단순 도박사이트에 불과할 뿐”이라며 “문화관광부는 심의를 거친 게임 및 불법으로 게임을 제공하는 업소,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으며 그 외 도박사이트에 관한 단속, 수사는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해야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 그러한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치고 빠지는데다, 서버조차 해외에 두고 있어 사실상 단속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부처의 고질적인 폐해인 정책 우선주의가 재확인되는 순간이다.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건전하고 올바른 게임문화를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이를 봉쇄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서 경악으로 다가서고 있다. 전국민적인 이슈가 되지 않는 한 대대적인 수사나 단속이 어려운 국내 온라인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박으로 멍들어 가고 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