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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단 매각? 해체? 기로에 선 팬택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7.03.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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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을 찾아다오’ 팬택 계열이 자사 게임단 팬택EX의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e스포츠계에 또 한번 파장이 예고된다. 게임단이 해체될 경우 에이스 이윤열을 포함, 20여명의 소속팀 선수들이 무적(無籍)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프로리그 출전은 물론이고 일부 선수들은 개인리그마저도 출전 기회를 잃을 수 있어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미 팬택 계열은 게임단에 오는 25일 급여 지급을 마지막으로 지원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한 상태다. 때문에 협회와 각 게임단, 팬택 사무국은 선수 구제 방안을 위해 지난 3월 15일 긴급회의를 열고 해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체’라는 극단적인 결말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발 빠른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 10여개 기업과 물밑 인수 협상… 최근 답보 상태 빠져
- 연습생 이영호 KTF 계약 시도 파문… 이윤열 향배 예의 주시

속 타는 팬택 선수들 … 모기업 인수 잠정 보류
팬택 선수들은 올 초 이미 지원 중단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수들은 작년 말부터 이 같은 결론을 충분히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말 팬택 매각설이 여론에 불거져 나와 게임단 존폐를 놓고 ‘사실이냐, 거짓이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팬택 사무국 최성근 차장은 “게임단 매각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게임단은 그대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팬택은 별다른 문제없이 2006 시즌을 마무리했다. 더불어 12월부터 팬택 계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이 추진되면서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올 초엔 FnC코오롱과 스포츠 브랜드 ‘HEAD’ 의류 용품을 2년간 4억원 이상 협찬받기로 약속해 대외적으로는 안정적인 구조로 운영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매각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겨져 있었다. 팬택 계열 이사회 측에서 ‘매각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 실제로 여러 기업들과 매각에 대한 직간접적인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십여 개 기업 가운데 ‘o’기업은 인수 금액 등 구체적인 협상이 오갈 만큼 매각 검토가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나 최근 답보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단 해체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o’기업 실무진들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 ‘o’기업의 한 관계자는 “게임단 인수를 신중히 추진하고 싶었는데 해체설이 보도되면서 일부 실무진들이 허탈해하고 있다”면서 “금액적인 면을 떠나 선수들이 분산될 조짐을 보인다면 재고해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팬택 해체설과 관련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게임단의 공중분해다. 반면 매각 다음의 차선책은 각 게임단에 팬택 선수들을 골고루 분배시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3월 초순 팬택 사무국은 10개 게임단을 대상으로 각 선수 연봉과 계약기간, 인수금액이 명시된 협상 공문을 돌린 바 있다. 일각에선 팬택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라도 인수금을 제시해 선수를 분배하는 것은 팬택의 입장”이라면서 “팬택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동업자 의식을 발휘해 선수들이 최대한 보호될 수 있는 방안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 일부 ‘제 살 길’ 도모 … KTF 도왔다?
분명 팬택 측에서 여러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가장 속이 타는 사람은 선수들이다. 3월 25일까지 회사에서 내려주는 방침대로 선수들은 손놓고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분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팬택 연습생 이영호(14, 테란)가 소속팀 해체를 우려, 부모를 앞세워 KTF와 계약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연습생 신분인 이영호가 타 게임단과 계약을 맺는 것은 팬택과 정식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므로 규정상 문제될 게 없으나 여러 게임단들이 KTF와 접촉 사실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영호는 작년 11월 커리지 매치를 통과해 프로게이머에 입문하기까지 팬택 숙소에 머물며 팀원들과 동고동락해 온 사이. 한마디로 팬택에서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실력까지 인정받아 입소문을 통해 몇몇 게임단까지 군침을 흘릴만한 인재였다. 당초 팬택 측은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게이머 인증을 주고 정식 선수로 계약을 맺을 예정이었으나 이영호가 드래프트에 불참하면서 KTF와 접촉한 사실이 밝혀졌다.

팬택의 성제명 감독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게임단 간 선수와 감독, 프런트 간에 지켜야 할 도덕이 있다”면서 “단 한번도 소속팀에서 키운 선수를 타 팀에서 상의 없이 빼돌려 간 사례는 없었다”고 항의했다. 타 감독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모 게임단 감독은 “KTF는 모두가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는 규칙을 어겼다”면서 “동업자 의식이 가장 필요한 때 자사 게임단 이익만을 취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감독 역시 “신인 선수가 혼자서 일을 처리했을 리 만무하고 함께 팀을 빠져나가고 싶은 누군가가 배후에서 지시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면서 “선수들이 각자 살 길을 모색한다면 규정이며 관례가 이 판에서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고 충고했다. 규정을 내세웠던 KTF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팬택 측에 제안서를 보냈다. 이영호를 데려오되 합당한 인수금을 제시, 한 명의 선수를 더 영입하겠다는 조건이다. 그러나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KTF와 타 게임단을 둘러싼 ‘앙금’은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KTF가 최연성·이병민 등 타 선수 계약 건으로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업계에선 따가운 눈총을 계속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사회 측은 팬택 건과 이번 사건을 결부시켜 KTF의 해명을 정식으로 요청하고 최후 징계 혹은 계약 파기 등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억대연봉’ 이윤열 이적? ‘물밑협상 중’
이영호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해체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어떻게 될까. 트레이드 시장에 팬택 선수들이 내놓아질 경우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이윤열이 과연 어느 팀으로 갈 것인가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팬택은 현재도 선수들의 이적을 위한 협상 창구를 계속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윤열의 이적은 팬택 해체설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적료를 포함한 이윤열의 연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1억 2천만 원을 받고 있는 이윤열이 타 팀으로 이적될 경우 이적료를 포함 최소 3억 원 이상을 제시할 게 뻔하기 때문. 최근 이윤열의 활약상을 고려한다면 금액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만한 금액을 제시하고 데려갈 게임단이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대부분의 게임단이 07년도 예산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나 KTF 등 대기업 게임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윤열이라는 ‘거물급 테란’을 이번 기회에 잡고 싶은 게임단도 있다. 스타급 선수가 없는 게임단의 경우 이윤열의 영입으로 전력 보강은 물론 팀 이미지 개선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게임단은 웨이버 공시가 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3월 25일 이후 매각이나 위탁 관리가 성립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웨이버 공시를 하게 된다. 웨이버 공시는 해당 선수를 내놓은 팀이 무조건 지명한 팀에 내줘야 하는 원칙이다. 해당 선수에 미련이 없으니 내보내겠다는 의사. e스포츠 규약에 따르면 선수를 원하는 게임단이 복수일 경우 전년도 최종성적의 최하위 팀부터 선수와 우선협상권을 가져갈 수 있다. 1차 협상에서 결렬될 경우 선수는 임의탈퇴 선수가 된다. 팬택의 경우 해체가 된 상황으로 판단, 임의탈퇴 선수는 자동적으로 FA(자유계약)선수가 돼 자신이 원하는 팀과 협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윤열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진로도 걱정이다.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이적이 수월할지 몰라도 아예 신인 선수이거나 연습생 신분의 선수일 경우 게임단 이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연봉을 받고 있는 중견 선수들이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심소명, 안기효 등 나이와 경력 등을 고려한다면 실력을 떠나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팬택 측은 “이적이 진행되더라도 전체의 진로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면서 “최선의 선택은 매각”이라고 단언했다.

팬택 매각 실패 땐 협회 위탁 관리
지금으로선 이사회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3월 15일 이사회 긴급회의에선 ‘프로리그 전기리그까지 협회에서 팬택 팀을 위탁 관리한다’는 골자로 논의를 가졌다. 야구 협회인 KBO와 달리 e스포츠는 규약 상 위탁관리에 대한 규정이 없어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사안이다. 다만 이 사안에 대해 이사회 실무진들이 거의 찬성을 표시한 상태여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탁 관리의 기본적인 목적이 선수 보호 차원이기 때문에 팬택 측도 환영하는 입장. 일단 팬택 사무국은 이사회 회의 내용을 회사에 보고하고 협회 측에 답변을 전달하기로 했다. 팬택EX가 협회 지원의 위탁 관리가 될 경우 선수들은 개인리그 출전은 물론 프로리그 참가도 가능하다.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협회는 연봉의 70%를 선수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협회 제훈호 상임이사는 “위탁 관리 동안 인수 대상 기업을 물색할 계획”이라면서 “인수를 재고 중인 ‘o’기업을 포함, 여러 기업과 적극 협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물론 위탁관리를 위해선 여러가지 과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협회 위탁 관리 시 팬택EX로 활동이 가능한가의 여부이다. 팬택의 이름을 걸고 프로리그서 활동하게 되면 협회는 단순히 지원을 보장하는 것이 된다. 이 경우 여러가지 변수가 따른다. 위탁 관리 시한인 7월 말까지 팬택에서 워크아웃 정상화가 이뤄져 회사가 안정권에 들어선다면 매각 방침을 철회하고 게임단을 존속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의 이적도 가능하다. 온전히 협회가 위탁 관리하게 되면 이적이나 매각 등이 협회 주도하에 이뤄지는 것이다. 협회 측은 “기본 약정을 만들고 실행에 옮기는 데까지 시일이 소요되므로 팬택 측과 원만히 조율하는 게 최대 관건”이라면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 팬택EX는?
팬택계열은 2004년 8월 프로게임단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를 창단, 스카이 프로리그 2004 2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천재테란’ 이윤열을 비롯, 나도현, 심소명, 안기효 등 스타급 선수들이 포진돼 있으며 작년 4월 팀 이미지 개선 차 ‘팬택EX’로 팀명을 변경하고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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