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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콘솔업계, 역수출 위험수위 넘었다] 한국 찍고 제3국 行 …역수출로 눈물짓는 ‘콘솔업계’

  • 봉성창 기자 press@khplus.kr
  • 입력 2008.12.29 09:25
  • 수정 2012.11.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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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 차익 노린 중간 유통상들에 의해 주로 일어나 … 뾰족한 해결책 없어 업계 ‘한숨’

 

최근 기록적인 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콘솔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 팔려야 할 콘솔기기들이 다시 해외로 역수출되는 현상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유통 상인들이 국내 판매용으로 수입된 PS3, Xbox360, Wii 등의 콘솔기기들을 환차익을 노리고 다시 해외에 수출해 적지 않은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특정 콘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기기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주변기기 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번지고 있어, 정작 국내에서는 유저들이 물건이 없어 구입하지 못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역수출 현상이 지속될 경우, 당장 물건을 구입할 수 없는 피해를 넘어,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해외 게임사들의 평가가 악화돼 정식 발매나 한글화 등에 큰 타격을 마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역수출 현상은 환율이 폭등하기 시작한 10월부터 급격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규모로 국내 쌓여있는 재고를 처리하는 정도로만 이뤄지던 것이 이제는 물건을 받자마자 도소매상이 아닌 바로 공항으로 보낼 정도로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다.

 

 

[물건 받자마자 공항으로 직행]
이러한 역수출이 가장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제품은 닌텐도DS와 Wii 주변기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에서 닌텐도DS는 16,800엔, 국내에서는 15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를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해 비교하면 약 10만원 가량의 가격 차가 발생한다. 그야말로 닌텐도DS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나라가 된 셈이다. 특히 닌텐도DS의 경우 지역코드 자체가 없는데다, 자체적으로 일본어나 영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수출될 경우 아무런 지장 없이 해외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Wii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22만원에 팔리는 Wii는 일본에서 2만 5천엔, 즉 32만원 가량에 판매된다. 한국 전용 지역코드가 있지만, 수입업자들은 Wii에서 지역코드를 무력화할 수 있는 칩을 달아 해외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ii는 국내에서 다소 판매량이 주춤한 반면 해외에서는 아직도 물건이 없어서 못팔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해외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역코드가 전혀 없는 주변기기의 경우에는 개당 1~2만원 정도의 차익을 노릴 수 있는데다가 부피도 작아서 수출 시 상당한 차익이 발생해 수출업자들이 더욱 선호하는 추세다.

 

PS3, Xbox360, PSP 등 제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경우 환율에 따라 자사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이를 넘어설 정도로 치솟고 있어 유통업자들의 역수출 대상이 되고 있다. 환율변동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는 Xbox360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 콘솔 기기들은 대부분 홍콩과 중동아시아 등지로 팔려나가고 있다. 심지어는 북미나 유럽 등지에서도 유통상들이 손을 뻗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간유통 상인은 “최근 캐나다에서 Wii 1만대 가량을 공급해줄 곳을 찾고 있다며, 국내 유통상 들에게 은밀하게 제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시장 수요 예측 어려워 이미지 악화]
이러한 역수출 현상이 가속화 되자 플랫폼 홀더들은 이러한 역수출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회사의 유통상들에게 지난 달 발송했다. 이러한 역수출이 발각될 경우 물량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도 포함됐다. 이러한 역수출이 전 세계적으로 자사 제품의 정상적인 가격을 교란해 정상적인 판매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써드파티 업체들도 이러한 역수출이 결국 국내에 보급된 콘솔기기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에, 결국 게임 타이틀 판매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플랫폼 홀더의 발표만 믿고 게임타이틀 물량을 준비했다가 판매량이 상식선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한국의 콘솔 시장규모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거나 혹은 불법복제를 의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글화나 원활한 정식 발매가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제전자상가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매장 사장은 역수출을 주도하는 중간 유통상인 들이 국내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보다 최소 3만원 가량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만큼 굳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팔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실제로 국내에서도 연말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판매량 증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물량이 해외로 역수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품귀 현상이 잘 빚어지지 않는 이유는 국내에 좀처럼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율 안정이 관건]
상황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콘솔 유통 구조상 이러한 역수출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판매를 위해 유통상 들이 플랫폼 홀더에게 가져간 제품은 반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통상들의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만약 국내에 수입한 물건을 다시 해외로 수출할 경우 합법적으로 관세도 환급 받을 수 있어 유통상들의 마진은 더욱 늘어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오히려 플랫폼 홀더들이 이러한 역수출을 암암리에 눈감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국내 경제 상황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데, 플랫폼 홀더 입장에서는 어찌됐든 물건이 많이 팔리면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플랫폼 홀더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이러한 의혹의 눈초리도 억울한데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수출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환율을 고려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 밖에 없는데, 이 경우 유저들의 반발을 사거나 판매량에 급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뜻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때문에 만약 이러한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고, 역수출 현상마저 계속될 경우 결국 이는 가격인상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 위 사진들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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