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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개발사 VS 투자사 의견충돌 ‘해결방안은’] 신뢰 높은 ‘게임 전문 보증기관’으로 투자활성화 기대

  • 하은영 기자 hey@khplus.kr
  • 입력 2009.07.27 09:29
  • 수정 2012.11.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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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성 없는 투자자 ‘퍼블리셔 식견 믿고 투자’ 견해 … 전문 보증기간 통해 개발 효율성, 시장 활성화 필요

 

개발사 VS 투자사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지구촌 곳곳에 불황의 여파가 몰아치면서 온라인게임 시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로운 게 아니다.

특히 메이저 게임사들이 퍼블리싱 규모를 축소하고 자체 개발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신생개발사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자체 서비스 역량이 부족한 신생개발사들은 퍼블리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아 더 이상 개발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퍼블리싱 계약 시점까지 준비했던 개발비를 모두 소진한 후 추가 개발비를 마련하지 못해 회사 운영이 어려워진 개발사들은 대안으로 투자자를 찾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 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침체된 시장상황 때문에 투자자들 역시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게임 전문 보증기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발사들이 처음부터 개발과 투자금 마련, 그리고 게임 서비스에 있어 전문가의 조언을 지속적으로 수렴, 게임 개발에 효율성을 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 규모 개발사의 자금운영 담당자들은 2~3년전 까지만 해도 개발 초기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상당수였다고 말했다. 2006년까지 이어졌던 온라인게임 시장 활성화와 함께 투자자들이 온라인게임을 소위 대박 사업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게임들이 줄줄이 실패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투자자들도 게임 투자에 더욱 신중한 경향이 강해졌다.

 

[퍼블리싱 했으면 투자 받을 이유 있겠나]
현재 게임을 거의 개발 완료 했으나,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신작게임들은 줄잡아 50여개 가량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엔플레버의 ‘IL: 소울브링거’, 아스트로네스트의 ‘필온라인’ 등도 자체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퍼블리셔를 찾지 못해 정식 서비스까지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들은 대부분 아직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개발 완료한 게임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안으로 자체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블루홀스튜디오나 XL게임즈 등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한 사례도 종종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스타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거나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게임을 개발한 핵심 인력들이 모여 있는 경우다. 나머지 중소 규모 개발사의 경우 퍼블리싱에 이어 투자유치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결국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팀을 해체하는 사례도 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년째 캐주얼게임을 개발중인 한 개발사의 A 대표는 “개발초기에만 해도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10명 가량 됐지만 퍼블리싱 계약이 수월할거라 생각, 거절했다”며 “더 이상 서비스를 미룰 수 없어 추가 투자금을 유치, 자체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제는 투자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은 게임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퍼블리셔가 정해지면 그 때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퍼블리싱 계약을 했다면 투자받을 이유가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개발 스튜디오에 지속적으로 투자금을 지원하는 모회사가 있는 개발사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1년가량 모회사로부터 개발비를 지원받아왔던 B대표는 “의류업을 하는 모회사의 든든한 투자지원아래 처음부터 자체 서비스를 생각하고 개발을 진행해왔지만 최근 모회사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며 “해외 투자자까지 알아보고 있지만 계약조건이 불리해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 투자자와 개발사, 게임 전문 보증기관 역할모델

 

[‘리스크’ 안고 투자 할 수 없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한창 성장가도를 달렸던 3년 전까지만 해도 기획서 하나만으로도 투자를 유치하는 사례를 흔히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게임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게임사 투자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소규모 게임은 물론, ‘제라’, ‘썬온라인’ 등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기대작들조차 국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게임이 무조건 대박신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개발 도중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초기 기대만큼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투자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최근 투자자들은 퍼블리셔가 선정되면 투자를 하겠다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해 중간에 프로젝트가 무산될 경우 아예 개발사를 다른 곳에 넘기거나 해외에 해당 게임을 판매하는 등의 대안까지 사전에 마련하려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는 온라인게임 시장이 어려워짐에 따라 게임 전문가인 퍼블리셔 등을 통해 검증된 게임에 투자, 처음부터 리스크를 대폭 없애겠다는 투자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몇 년 째 게임 투자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모 벤처캐피털 C실장은 “투자건을 요청해 온 한 개발사의 게임을 검토한 퍼블리셔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게임성이 우수해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감행하지 않은 것은 게임 전문가 집단조차 선뜻 서비스하겠다고 나서지 못한 게임에 투자한다는 것은 현 시장상황에서는 너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시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퍼블리셔와 같은 전문가들이 검증한 게임이 아니면 투자하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아스트로네스트에서 개발한 ‘필 온라인’은 지난 3월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실시했지만 아직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콘텐츠 보증 가능한 ‘전문 집단’ 필요]
‘투자를 받았다면 또 다시 투자자를 찾을 이유가 없다, 추가 운영비를 마련해 서둘러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개발사와 ‘게임성은 우수하지만 게임에 대한 식견이 높은 퍼블리셔들조차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게임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큰 일’이라는 투자자간 의견대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 3의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게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보증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돌파구로 개발사와 투자자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신뢰 있는 기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임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재한 투자자들이 퍼블리셔의 선택에 전적으로 투자 여부를 맡기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기관은 갈등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개발사가 게임을 개발하는 중간에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역할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사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현재 수많은 개발사들이 이러한 역할로 타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료 개발자나 게임전문 언론을 활용하고 있다.

‘낼름’이라는 프로젝트를 개발중인 엔퍼니 스튜디오의 경우 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유저들에게 게임을 공개, 각종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테스트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일종의 게임 보증인과 같은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기관이 생길 경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개발과정에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를 업그레이드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관들의 필요성이 현재 곳곳에서 대두되고 있는 만큼 향후 10년 내에는 가시적으로 성과가 드러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게임 위주로 투자하려는 것은 게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신뢰 있는 정부기관이나 언론기관 등에서 이런 역할을 대행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해 개발사와 투자자 양자 모두에게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시장 활성화에도 큰 기대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게임들이 오픈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자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CJ인터넷이 야심차게 준비한 ‘프리우스 온라인’도 초반 기대와 달리 흥행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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