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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온라인게임 재활용 시대] Recycle<재활용>, 그 게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 박병록 기자 abyss@khplus.kr
  • 입력 2009.08.24 09:48
  • 수정 2012.11.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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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 중지로 사라지는 게임에 ‘새생명’ … 게임소스 구입 평균단가 5,000만원선

 

대한민국에는 약 2,800여 곳의 게임 개발사가 존재하고 있으며, 연평균 200개 이상의 게임이 개발된다. 이 중 성공적인 론칭으로 서비스를 이어가는 게임은 극소수에 불구하다. 이 같은 레드 오션 상황에서 신생 개발사가 퍼블리셔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많은 개발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체 서비스를 선택, 서비스 투자로 더 큰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자본금이 부족한 신생 개발사에게 실패는 곧 폐업으로 이어지고, 게임 콘텐츠도 사라진다.

 

비록, 국내 시장에서는 실패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성공적인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게임 콘텐츠 경쟁력을 확인한 몇몇 게임사들이 이 점에 주목,  위기의 게임 소스를 구입해 재탄생 시키는 새로운 사업이 떠오르고 있다.

 

 

게임을 개발, 서비스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게임 산업은 태생적으로 ‘흥행’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흥행에 성공하면 그 어떤 산업보다 투자 효율성이 높지만, 실패하면 투자금 회수 자체가 불가능하다. 제조업의 경우 정상적인 판매가 힘들어지면, 가격을 원가 이하로 낮춰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서비스가 중지된 게임은 개발사의 게임 개발 포트폴리오로 활용될 뿐 수익원으로 기업 재정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독일에서 개최된 GCO(Games Convention Online)에서도 증명됐듯 국내 온라인게임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개발된 많은 게임들이 레드오션 상태의 국내 사업에서 실패한 채, 세계시장 진출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사장 위기에 놓인 게임 소스를 구입해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게임으로 탈바꿈,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전문 기업이 출현했다. 국내에서 3개 업체가 이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한곳은 해외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새로운 사업 모델로써의 게임 Recycle]
본지 취재 결과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게임 Recycle사업에는 3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4가지 프로젝트가 확인된다. 각각의 프로젝트는 진행 방식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게임을 리뉴얼해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일반적으로 게임 Recycle은 게임 게임소스를 제 2의 개발사가 직접 구매해 리뉴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소스 구매비용은 보통 5,000만 원선에서 거래되며, 구매사가 가장 선호하는 게임 장르는 MMORPG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게임사인 M사는 5,000만원에 MMORPG 2~3개를 확보해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곧 해외 시장에 게임을 서비스 할 예정이다. 또, B사는 FPS 게임 ‘F’를 C사로부터 인수했으며, 리뉴얼 작업을 완료하고 현재 태국 등지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이러한 사업모델이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은 이유는 게임 산업의 특수성에서 찾을 수 있다. 게임 완성도는 개발자의 역량에 의해서 결정되며, 차기 개발자가 프로젝트에 투입됐을 때 이를 파악하는데 절대 시간이 요구된다. 때문에, 게임 소스를 인수해도 원천 개발자에 비해 게임 완성도를 높인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게임 소스 구입 시 리드 개발자를 동시에 채용하기도 한다. 일본 게임사의 국내 지사인 R사는 MMORPG ‘X’게임 소스를 구입했다. 이때 리드 프로그래머를 중심으로 새로운 개발팀을 꾸려 리뉴얼, 현재 일본내에서 ‘H’게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발에 사용되는 게임 엔진, 개발비, 지적 재산권을 고려했을 때, 5,000만원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을 상실하고 사장될 위기의 콘텐츠 자원을 썩히는 것 보다는 긍정적이며, 차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 한다면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임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
이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은 게임산업의 단점을 보완한다. 신생·중소 개발사는 게임 흥행 실패시 포트폴리오 의미만을 갖는 게임을 판매해 차기작을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제 2의 개발사는 게임소스를 인수해 게임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산업 전체로도 게임 장르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게임 산업은 대형 게임 개발사가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고, 이에 호응하는 게임 타이틀을 중소 개발사가 개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2,800여 개발사가 게임을 제작하고 있지만, 장르와 특징이 겹쳐 유저들은 몇몇 대표 게임만을 기억하게 된다.

 

 

중·소 개발사에서 기획팀장으로 근무하는 한 개발자는 “트렌드는 수시로 변하지만, 게임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절대 시간은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개발중인 게임의 구조를 억지로 변경하기도 한다”며, “새로운 기획과 아이디어로 시장에서 승부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잃고 있다”고 말한다.

 

게임 소스 판매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개발사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리스크가 감소한 개발사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시장의 다양성이 만족될 것이다.

 

또, 대부분의 리뉴얼 게임들이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시장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되어, 레드오션인 국내 시장의 과열 경쟁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날의 검, 보완책이 필요하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 게임사들이 국내 메이저 게임 타이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해외 게임사들의 출혈경쟁으로  거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게임 소스 구입, 게임 Recycle을 선택하고 있다. 해외 게임사들은 게임 타이틀 확보는 물론, 자체 개발력 향상으로 미래 경쟁력을 기대하고 있다. 게임 소스 구입 후 리뉴얼을 통해 재탄생한 게임들이 태국과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론칭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내 우수 게임 인력과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통해 확보된 노하우의 해외 유출이다. 실제로, 일본 게임사 R사는 MMORPG ‘X’게임 소스를 구입하면서 해당 게임 개발자를 영입했다. 중국발 게임들의 완성도가 빠르게 향상되고 있고, CJ인터넷이 중국 게임을 적극적으로 수입, 서비스하면서 이런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게임업계 전문가는 “게임 소스 판매를 통한 수익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흥행에 실패한 중소 개발사로써는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다”며, “헐값에 게임을 넘기는 사태를 방지하고, 게임 콘텐츠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보완책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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