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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게임 개발자 ‘날개 달았다’

  • 주영재 기자 cherrydg@khan.kr
  • 입력 2010.03.0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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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 백여 개 앱센터 설립해 기술 및 정보 교류 … 기업체와 정부 지원 속 독립성 유지가 성공 관건


최근 애플 앱스토어로 대변되는 오픈마켓에서 나홀로 개발자들의 성공사례가 퍼지며 수많은 개발자들이 관련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점차 자본화, 대형화 되는 시장에서 개인 개발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으며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하고도 개발 외적인 부분에서 고전하고 있다. 특히 게임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고 개발에 소요되는 자본과 인력이 크기 때문에 개인 개발자들에 대한 지원이 다른 분야보다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행히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앱센터 운동이 전개될 조짐이다. 앱센터 운동은 개발자들에게 커뮤니티를 제공하여 개발에 필요한 정보, 기술, 인력을 제공하고 개발 외적인 부담을 줄여주는 운동이다.


카이스트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최근 각 기업체 및 학교, 정부가 동참 의사를 표명하면서 급속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참여로 좀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한편, 각자의 이권 다툼으로  본래의 취지를 상실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카이스트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센터에서 시작된 앱센터 운동은 현재 민간기업과, 학교,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도 참여 의지를 밝히며 관련 정책 통합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앱센터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중에는 국내 IT와 관련된 대기업이 모두 포함돼 있다. 구글, MS,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 플랫폼 홀더로부터 이동통신사, 제조사까지 배경이 다양하다. 이들은 앱센터 지원협의회를 구성해 앱센터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개발자들 만남의 장 제공]
앱센터 운동의 가장 큰 목표는 개발자들의 네트워크를 조성해 필요한 정보 및 기술을 교류하고 개발자들이 개발에만 매진할 수 있게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앱센터 추진본부는 올해 안으로 전국에 100개 이상의 앱센터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앱센터는 개발자들이 모여서 개발을 하거나 정보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대학의 동아리방이나 창업지원센터 등을 빌려 문을 열고 있다. 현재까지 10여 개 센터가 개설됐고 추가로 20여 개 단체가 신청한 상태다.


앱센터 추진본부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임태훈 책임연구원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창업지원센터에 빈 공간이 많다”라고 말하며 “앱센터 지원본부는 이들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위해 창업지원센터와 협의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핵심 소프트웨어 모듈도 개발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는 정부자금을 지원받아 개발해 놓은 모듈이 많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개발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앱센터 지원본부는 이러한 모듈들을 개발자들에게 소개해 중복 개발을 방지하고 게임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러한 모듈들은 무상으로 지원되거나 차후 이익 발생 시 환원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개발자 간의 온라인 거래 장터도 개설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모듈 및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개인 개발자가 각종 디자인 및 음원 등을 확보하는 것이 한층 쉬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문화 콘텐츠 라이센싱 협회, 일본의 음원 라이선스 회사와 협약을 맺은 상태다.


개인이 하기 힘든 법적 자문이나 번역 서비스도 앱센터를 통해 지원된다. 이미 유력 법무법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고 추가적인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앱센터 설립 소식에 개인 개발자들 ‘방긋’]
앱센터가 개설됨에 따라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개인 개발자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금까지 개인 개발자 사이에 산발적인 교류가 있었지만 시간적, 장소적으로 정례화 되지 못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커뮤니티들이 현재 앱센터 산하로 흡수돼 체계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 개인 개발자는 “기존 커뮤니티의 한계가 앱센터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단순히 커뮤니티의 제공 말고도 앱센터가 추진하는 많은 사업들이 개인 개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앱센터의 효과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을 거쳤다. 지난 2월 11일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돼 인기를 얻고 있는 ‘주유소 검색’이 앱센터 지원 프로그램 하에서 개발된 첫 번째 작품이다.


개발자인 이정열 씨는 10여일 만에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놓고도 기기에서의 테스트와 저작권 관련 문제 때문에 20여 일 동안 출시를 하지 못했다. 이때 앱센터가 어플리케이션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기와 법적 자문을 제공했다. 이정열 씨는 앱센터의 도움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의 표시로 개발자 크레디트에 앱센터를 표기했다.


그는 “개발 장소와 테스트 기기, 그리고 법적 자문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개인 개발자들이 앱센터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앱센터에 가입하기 조건은 없다. 앱센터 관계자는 앞으로도 조건을 추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개발자 및 중소 개발사뿐만 아니라 미대생, 음대생, 콘텐츠 사업자 등 모든 관련 종사자가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여기에는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모든 직종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앱센터 추진본부의 결의가 담겨 있다.



▲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앱센터 지원본부에서 모든 앱센터 사업을 기획·운영한다


[설립 취지 살리려면 독립성 유지 필수]
그러나 아직까지 게임업계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 산업이 전체 소프트웨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미온적 반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현재 NHN한게임이 ‘아이두게임’과 관련해 참여를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더 많은 게임업체의 참가가 요구된다.


앱센터 운동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전문가들은 앱센터 운동이 초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구성원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앱센터 지원본부 운영 예산이 40~50억원에 달하는데 이 자금은 대부분 기업체들로부터 후원받고 있다. 기업들이 각자의 이익 챙기기에 집중하면 앱센터 운동의 좋은 취지가 퇴색될 염려가 있으므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 연구원은 “최대한 다양한 기업들을 참가시켜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개발자들에게 큰 이익이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하며 “업체들의 후원도 대부분 현금이 아닌 현물 형식으로 제공 받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뒤늦은 개입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앱센터 추진본부에서 진행해 온 일을 무리하게 정부 주관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앱센터 운동의 주체가 되면 정책과 정권 변경 등의 이유로 한 순간에 흐지부지될 염려가 있다”라고 말하며 “정부의 예산을 못 받더라도 최대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앱센터 운동으로 개인 개발자들에게 좋은 환경이 열린 만큼 더 우수한 콘텐츠들이 발굴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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