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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혹은 레드오션

  • 안일범 기자 nant@khan.kr
  • 입력 2009.10.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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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횡천하, 병림성하 등 웹게임 20종 하반기 공개 … 삼국지W, 웹마법의 대륙 국산 타이틀 선전
- ‘오게임’ 등 대작 웹게임 서비스 종료 잇달아 … 정확한 시장 파악 통해 리스크 줄어야 성공


웹게임 시장이 폭풍 전야에 들어섰다. 독일, 중국 등 웹게임 선진국들의 게임이 국내에서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가 하면, 엔씨소프트, 넥슨, NHN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웹게임을 퍼블리싱 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각 기업별로 3~4개 이상 라인업을 확보해 올해 하반기부터 웹게임을 대거 쏟아낼 기세다. 신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게임 기업들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왔다는 평가다. 덕분에 웹게임 시장은 전에 없는 풍년을 맞이하는 분위기다.


반면 독일의 웹게임 명가 게임포지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명작 ‘오게임’을 시작으로 ‘이카리암’, ‘글라디투스’등 총 8종에 달하는 웹게임이 시장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게 됐다. 게임포지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매출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게임 전문가들은 “웹게임 분야는 한국에서는 아직 미지의 시장”이라며 “무턱대고 도전하는 것 보다 신중한 자세로 철저히 분석하며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내시장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웹 게임은 ‘부족전쟁’, ‘칠용전설’을 필두로 ‘삼국지W’, ‘종횡천하’등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일본산 동인 게임이나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들을 합쳐도 20종 남짓한 수준이다. 총 시장규모는 연간 50억 원을 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간 수백억씩 벌어들이는 퍼블리셔들의 현재 덩치로 보면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퍼블리셔들이 웹게임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국산 웹게임 ‘삼국지W’


[기존 유저 풀 활용한 서브게임에 승부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웹게임은 대부분 전략형태를 띄고 있다. 이들 웹게임은 한번 명령어를 내려 두면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10시간까지도 대기해야 다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형태다. 따라서 그 대기시간 동안 유저들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 퍼블리셔들은 이 점에 주목한다.


N사의 한 퍼블리싱팀원은 “웹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대기 시간동안 할 일이 많지 않은 점이 포인트”라며 “그 시간을 다시 본사의 게임에 유입시키면 강력한 매출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이어 “반대로 웹게임을 하기 위해 유입된 유저가 본사의 게임을 플레이할 가능성도 높다”며 “어느 쪽이든 회사는 추가 수입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N사는 자사의 유저풀을 적극 활용해 웹게임으로 유입시킬 뜻을 내비쳤다. 실제 플레이타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자사의 게임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특히 N사는 고스톱·포커류 유저들의 유입이 강력한 매출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웹게임의 주력 유저층이 30대와 40대이므로, 이와 매칭 되는 고·포류 유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강력한 ‘현금력’을 바탕으로 소위 ‘돈을 쓰는’게임을 즐기게 될 경우 매출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J사의 퍼블리싱 관계자는 오전 8시부터 밤 6시 사이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주목했다. 그는 “기존 게임은 직장이나 학교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출에 공백 타임이 존재한다”며 “웹게임은 잠시 쉬는 시간동안 즐길 수 있으며, 심지어 업무시간에까지 플레이할 수 있어 강력한 틈새시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S사는 휴대폰을 활용한 시장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들은 풀브라우징 휴대폰을 이용해 웹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콘텐츠로 웹게임 시장을 지목하고 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현재 웹게임 유저 중 20%이상이 휴대폰을 활용해 웹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라며 “학교, 직장, 출퇴근시간 등 해당 유저들이 고가의 휴대폰을 사용해 게임을 즐기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게임 업체들은 웹게임으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상위 10걸만 생존하는 시장]
반면 일각에서는 웹게임 시장을 두고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웹게임 시장은 분명히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족전쟁’, ‘칠용전설’, ‘삼국지W’등 몇몇 게임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웹게임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2일 웹게임의 명가 게임포지는 국내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이들의 발표에 따르면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국내에서는 더 이상 서비스를 할 수 없으며, 오는 11월 16일부로 한국어 서비스를 종료한다. 따라서 ‘오게임’, ‘이카리암’, ‘글라디투스’ 등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구가하는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 하게 된다.


이에 대해 게임전문가들은 “근 7년 동안 문제없이 서비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기술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명분일 뿐”이라며 “연이은 접속차단과 경쟁작들의 대두로 인해 유저들이 떠나가면서 매출이 부진하자 철수하는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과거 ‘오게임’을 운영했던 한 운영자는 “수만 명이 플레이한 게임이지만, 사실상 현재 결제자는 1,000명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라며 “그동안 한국 시장에 진출한 것에 의의를 두고 서비스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아이리서치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웹게임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500종이 넘는 중국산 웹게임 중 실제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게임은 30종에 지나지 않으며,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게임에 매출이 편중된다.


영어권 시장도 동일하다. 익히 알려진 ‘룬스케이프’나 ‘다크 오르빗’의 성공스토리 뒤에는 통계조차 내기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게임들이 쓰러져 갔다. 현재 영어권 시장에는 이름도 알기 쉽지 않은 웹게임 수천 종이 서비스되고 있다.


게임 시장에 뛰어든다 할지라도, 상위 10걸 이하는 손익 분기점 조차 넘기가 힘들 정도로 도박성이 강한 장르인 것이다.


[철저한 분석과 검증 필요]
이 분야 전문가들은 웹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의 온라인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조사와 노하우를 확보하면서 도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게임전문가 정승훈 씨는 “해외 시장에서는 느린 인터넷 속도와 저사양 PC덕분에 웹게임 시장이 발달한 반면 국내는 최첨단 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고사양 그래픽과 쉴 틈 없는 전투에 익숙한 유저들에게는 웹게임의 진입장벽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웹게임 시장 유저층은 고학력에 고연령, 여성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완전히 새로운 유저층을 대상으로 게임운영과 마케팅 등을 해야 하는 만큼 기존 게임사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국내 ‘삼국지’시장을 노리고 야심차게 선보인 ‘병림성하’는 10월 24일 오픈베타 테스트에 돌입했다


정 씨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웹게임 시장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콘텐츠는 초반 붐업을 조성할 수 있는 기반 유저를 확보하는 것이다. 게임이 실제 론칭되는 시점에서 타 유저들이 보다 쉽게 게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유저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신규 유저들이 흉내낼 수 있는 ‘롤모델’을 유입시키면서 중·장기적으로 게임의 틀이 잡힐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는 구도가 향후 웹게임의 성패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내다 봤다.


오는 하반기 부터 20여종에 달하는 웹게임이 한번에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을 두고 혹자들은 블루오션으로, 그리고 비평가들은 레드오션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성패는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오는 2010년 시장의 핫이슈로 떠오를 웹게임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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