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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없는 FPS의 미래 트렌드‘적중’

  • 안일범 기자 nant@khan.kr
  • 입력 2008.06.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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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과별 특색 살려 전략적 플레이 …  랭킹보다는 승리 기여도 높아야 ‘고수’ 인정


드래곤플라이(대표 박철우)의 신작 FPS게임 ‘퀘이크워즈 온라인’이 돌풍을 일으키며 유저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단순히 총만 쏘던 기존 FPS게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독창적인 콘텐츠를 시도하면서 FPS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원작 I·P에 드래곤플라이의 노하우가 더해지면서 게임의 완성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고, 게임의 안정성과 조작감에서도 수위권에 올랐다. 여기에 ‘카르마’에서부터 내려왔던 FPS게임 유저들의 수준 높은 커뮤니티가 더해지면서 오픈 한 달여 만에 50만 유저들이 즐기는 FPS게임이 됐다. 신작 FPS게임들이 모두 씁쓸한 성과를 올리는 가운데, 유독 ‘퀘이크워즈 온라인’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향게임스>가 분석해 봤다.


‘퀘이크워즈 온라인’은 그동안 알려졌던 FPS게임의 ‘정석’을 파괴하는 게임이다. 우선 한국에서는 ‘안된다’혹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던 SF장르를 선택해 개발됐다. FPS게임의 필수라 불렸던 총기 발사는 반드시 해야 하는 콘텐츠에서, ‘선택형’으로 바뀌었다. 덩달아 킬·데스로만 성적을 평가하던 시스템에서 전반적인 게임 상의 기여도가 성적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 ‘쓸모없는 콘텐츠’라 불리었던 싱글플레이는 유저들 사이에서 ‘실력의 기준’으로 평가 받게 됐다. ‘카르마’이후 지지부진하다고 평가 받던 병과 시스템은 ‘최고의 전략성’을 부르짖게 됐다. 도대체 드래곤플라이가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



[고정관념에 두려워할 필요 없다]
‘총을 잘 쏘는 유저가 고수’라는 공식은 이곳에서 만큼은 통하지 않는다. 여타 FPS게임은 몇 번 쏴 죽였고, 몇 번 죽였는가를 수치화 시키고 그것의 확률을 비교하는 것이 고수와 하수의 기준이다. 그런데 퀘이크워즈 온라인에서는 아예 킬·데스 수치가 없다. 유저들은 게임상에서 ‘기여도’로 성적을 평가받는다. 기여도가 높은 유저들은 경험치를 받게되고, 이 경험치를 획득한 수치에 따라 서로의 랭킹이 결정된다. 쉽게 말해 총을 쏘기 보다는, 팀에게 도움이 되는 유저가 ‘고수’라는 뜻이다.


이를 멋들어지게 보완하는 시스템이 ‘퀘이크워즈 온라인’의 병과 시스템이다. 드래곤플라이가 ‘카르마’시리즈에서 시도했던 병과 시스템은 캐릭터별로 다루는 무기에 차이를 주면서, 상대방을 사냥하도록 준비한 콘텐츠였다. 하지만 국내 FPS게임 유저들은 권총이던, 바주카포든 관계없이 상대방을 모두 사냥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병과에 차별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퀘이크워즈 온라인’은 ‘총기’가 아니라 ‘역할’에 차별화를 두면서 색다른 묘미를 제공한다. 일례로 포탑을 건설하고 인근 병기들을 수리하면서 경험치를 얻는 엔지니어나, HP가 소모된 유저들을 찾아 치료하고 부활시키는 메딕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게임상에서 총탄을 피하면서, 위기에 처한 아군을 찾아다니기만 해도 엄청난 기여도를 얻는다. 특히 엔지니어는 유저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 포탑을 건설해두면 구석에 숨어만 있어도 높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이 된다.


즉, 전반적으로 게임의 흐름을 읽고, 필요한 상황만 만족시키면 유저들은 고수가 되는 것이다.



[전혀 색다른 재미 ‘미션 모드’]
사실상 게임 전반은 ‘팀플레이’가 지배하도록 되어 있다. 기여도를 찾아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팀플레이를 보완하는 방식인 것이다. 팀플레이에 익숙하지 않는 유저라 할지라도, 이 공식대로라면 자연스럽게 팀플레이에 참가하게 된다. 때문에 유저간 대전에서도 훌륭히 작용하지만, 임무 모드에서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임무 모드는 유저와 인공지능간의 격돌이다. 특정 맵에서 수준급 유저들에 준하는 인공지능 NPC들이 방어나 공격을 맡고 유저들이 팀을 이뤄 이들을 격파하는 것이 인공지능 모드다. 유저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미션을 완수해야 하며, 미션을 완수하면서 보상을 받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각 팀을 이룬 유저들의 클리어 시간이 표시되면서, 최단 시간 내에 클리어한 유저들의 기록이 수위권에 남고 이후에 도전하는 유저들은 이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목표를 삼는다. 다른 의미에서 유저간의 경쟁이 이뤄지며, 해당 미션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이 시도 된다.


반드시 PvP에서 승리하는 유저뿐만 아니라, 임무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는 유저들도 고수로 대접받는다. 클랜들의 역할도 조금씩 변하게 되는 형태다. 서로 금주의 도전방식을 정하고, 도전 멤버를 정하며 빠른 타이밍 내에 클리어를 할 수 있도록 전략을 교류한다. 마치 MMORPG의 레이드를 하는 것과 같은 게임 플레이 방식을 보여 준다. 여기에 임무 모드를 클리어할 ‘용병’을 구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또 다른 커뮤니티를 낳는 형국이다.



▲ 밟으면 터지는 지뢰밭 남은 것은  유인뿐


[FPS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
지난 10년간 게임 콘텐츠로 쌓아올린 노하우와 드래곤플라이 게임에 열광하는 유저들이 모이면서 게임은 한층 고급화된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게임의 근본 재미가 달라지면서 모여든 유저들도 기존의 소위 ‘초딩’들과는 약간은 차별화를 보인다. 순간의 짜릿함 보다는 게임 상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를 생각하고 파악할 수 있는 유저들이 이곳에는 존재한다. ‘A유저 비매너’, ‘B유저 무늬만 소령’류의 커뮤니티가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대처해야할 방법에 대해 서로가 논의하고, 팁을 공유하면서 게임플레이를 발전시켜나가는 형태의 커뮤니티다. 과거 퀘이커들이 보여줬던 문화를 여실히 계승하는 듯하다.


반면 이러한 문화로 인해 유저들의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FPS게임 유저들이 보다 원초적인 재미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게임전문가는 “일상생활에 지치다가 심심할 때 총을 쏘면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것이 FPS 장르의 매력 아니겠느냐”라며 “너무 치열하고 전략적인 게임성이 이 부분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도록 만들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 봇의 위력은 일반 유저를 상회한다


[게임 트렌드 바뀌나]
‘퀘이크워즈 온라인’의 시도는 그래픽적인 발전에만 고집하는 기존 FPS게임들에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장르의 고정관념을 철저히 타파하면서도 고유의 재미를 확보하면서 성공 반열에 올랐다. 이로 인해 게임사는 다시 한 번 개발력을 입증 받았고, 유저들 사이에서도 ‘게임 잘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을 유지하게 됐다. 한 게임에서 특정 콘텐츠가 성공하면 이를 모방 및 재창조하는 것이 국내 게임사들의 특성인 이상, 국내 FPS게임 트렌드도 어느 정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과 시스템으로 인한 게임상의 변화나, 임무 시스템으로 인한 인공지능과의 싸움은 여타 개발사들도 분명 주목할 만한 변화다. 반면 ‘퀘이크워즈 온라인’에는 여타 게임들의 가장 큰 재미, 즉 ‘총기 사용’에 대한 비중을 좀 더 추가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퀘이크워즈 온라인’상에서 유저들은 서로 영향을 받고 토론을 통해 발전해 나간다. 드래곤플라이도 FPS개발명가로서의 자존심만 고집하기 보다는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발전적인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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