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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8월 전쟁 선포 ‘한국 e스포츠 공멸 위기’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08.06.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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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3년간 ‘스타’ 관련 리그 곰TV와 협상 필수 … 기간 내 지재권 협상 불발되면 산업 파행 ‘조짐’   
- 블리자드 뒷전 ‘협회-곰TV’ 밥그릇 싸움 ‘우려’ … 대승적 차원 타협안 제시가 회생 위한 ‘해결책’


한국 e스포츠가 지재권 협상 불발로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지난 5월 29일 블리자드 코리아는 그래텍의 인터넷 방송 채널인 곰TV를 통해 e스포츠 및 방송 파트너십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체결로 곰TV는 향후 3년 간 모든 블리자드 게임리그 개최와 방송권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갖게 됐다.


특히 블리자드는 협회를 비롯한 게임단, 관계자들에게 지재권 협상 시한을 오는 8월로 한정하겠다고 공표해 파행이 예상된다. 지재권 협상이 결렬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프로리그와 더불어 각종 ‘스타’리그가 중단되는 것은 물론, 게임단도 운영 목적을 상실할 수 있다.


현재 협회는 블리자드의 독단적인 결정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빠른 시일 내에 타협을 이끌어내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블리자드가 곰TV에게 리그 개최권을 넘김으로써 국내 e스포츠 사업자들끼리 밥그릇 싸움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면서 “e스포츠 발전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이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지난 5월 27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곰TV와 독점 e스포츠 및 방송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체결식과 관련해 블리자드 코리아 한정원 대표는 “e스포츠 활성화와 블리자드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고려해 곰TV와 계약했다”면서 “안정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협회와 기존 e스포츠 관계자들과 기존의 지재권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곰TV, 3년간 ‘스타’리그 독점 진행]
이번 계약을 통해 곰TV는 블리자드의 모든 게임과 관련된 리그를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운영,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방송권도 포함된다.


우선 대회는 7월 27일에 출시하는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에 집중적으로 맞춰져있다.
양사는 ‘스타2’ 래더 토너먼트를 비롯해 국내외 게이머가 참가하는 글로벌 리그인 ‘월드 챔피언십’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클랜 대항전, 연승전 등을 통해 다양한 리그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른 리그 송출 역시 곰TV가 가져가게 된다.



무엇보다 곰TV는 블리자드와의 협상을 통해 블리자드 게임의 리그 개최권을 확보한 만큼  ‘스타2’를 비롯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각 종 리그에 대한 진행도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프로리그와 MSL, 스타리그다. 향후 협회와 양 방송국은 이들 대회를 주최할 수 있는 권리를 잃게 된다. 만약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면 리그 독점 권한이 있는 곰TV와 대회 개최권을 따기 위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e스포츠 중계권 역시 대회 안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라면 곰TV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블리자드와 곰TV는 협회와 게임단, 방송국 등 e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스타’리그와 관련한 교류 창을 열고 지재권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협상 기한에 대해서는 현 프로리그 정규시즌이 종결되는 8월로 못 박아 리그 존속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국내 e스포츠 시장에 불어 닥칠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 이번 독점 계약 체결로 협회를 비롯한 양 방송사의 차기 리그는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사진은 지난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결승전 현장 모습


[갈등 장기화 경우 협회 쪽 불리 ‘무게’]
협회 측은 5월 31일 기자 회견을 통해 이번 계약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이날 협회는 그간 블리자드가 보여준 무리한 요구들을 전면 공개하고 11개 프로게임단의 공동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협회 측은 블리자드가 국내 e스포츠 시장을 무시하는 행동을 참을 수 없다며 매우 격앙돼 있는 상태다. 블리자드의 일방적인 결정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협회는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곰TV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블리자드는 협상 대행 카드로 곰TV를 지목한 이상, 양 측의 팽팽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 e스포츠 중계권 시위 중인 팬들. 블리자드와 e스포츠 사업자 간의 이권 갈등으로 e스포츠 팬들의 외면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협상이 장기전으로 갈수록 협회가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최근 e스포츠 조작 파문으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뒤숭숭한데다 몇몇 게임단 사이에서 해체설이 대두되고 있다. 프로게임단 해체는 협회의 주요 구성원인 이사사의 탈퇴를 의미한다. e스포츠 중심축이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사면초가에 놓인 협회가 주체성을 잃고 블리자드에게 국내 e스포츠 주도권을 넘기는 극한 상황도 가능하다.


만약 8월 협상 기한을 넘겨 해당 사안이 공정위에 넘어가게 될 경우 협회의 편을 들어줄 가능성 역시 반반이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자칫 국내 e스포츠 사업자들 간의 이권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면서 양 측의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e스포츠 파행 막기 위한 양측 타협안 절실]
갈등이 심화될수록 국내 e스포츠 산업이 공멸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곰TV가 독점 권한을 갖고 있지만 협회의 도움 없이 공인 대회를 개최하기란 어렵다. 리그의 흥행을 위해서는 프로게이머들의 참가가 절실하다. 이들 없이는 상업적인 대회로서의 성공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곰TV도 e스포츠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블리자드와의 관계도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서로 한 발 물러서서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이 파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스포츠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종주국의 위상을 세운 만큼 정부가 나설 명분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국내 e스포츠 정서를 무시하고 자사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블리자드의 강압적인 태도에 따가운 질타를 보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e스포츠 사업자 모두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팬들의 볼 권리를 무시한 책임을 질 필요성이 있다”면서 “더 이상의 충동적인 감정싸움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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