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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 프리즘] 밑지지 않는 장사

  • 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10.07.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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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EA 본사 담당자를 만나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EA는 신규 게임 발매에 있어서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뢰가 가지 않는 말이었지만,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은 이랬다. EA 개발팀에서 신규 타이틀을 개발하기 전, 전 세계의 EA 지사로 신규 타이틀 기획서를 보낸다. 그 기획서를 바탕으로 각 나라마다 3개월 이상씩 시장 조사를 시킨다. 단편적인 시장조사가 아닌, 그 나라에서 신규 타이틀을 발매했을 때, 구체적인 판매 수량과 BEP(손익분기점), 순이익까지 세밀한 자료를 준비해야한다.


EA 본사에서 그 자료를 취합한 이후, 중요 시장과 그렇지 않은 시장을 구분해 자료 분석에 들어간다. 중요 시장에서 분석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기획서를 다시 수정해 2차 기획서를 지사에 전달하면 지사에서 자료조사 후, 다시 본사에 피드백 한다.이런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서 기획서를 완성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간다.  신규 게임 기획서를 수정하는데만, 짧게는 3개월에서 길면 1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물론 이런 조사를 거친 게임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타이틀이 BEP를 넘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바로 선진국형 게임개발 시스템이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말은 ‘한국은 그렇게 못하지’라는 약간의 비꼼으로 들렸다. 그런데 막상 반박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메이저 업체들이 과연 제대로 된 시장조사를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부족했을 때에는 어떤 장르를 불문하고 재미있으면 유저들이 선택했다. 현재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포화를 넘어 신작 부재로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느낌이다. 신규 온라인게임들의 성공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개발도 투자도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픽과 액션만을 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메이저 게임사들부터 신작 개발 이전, 먼저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을 직접 조사하고 개발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EA 담당자가 얄밉긴했지만, 그들의 게임 개발 노하우만은 우리가 꼭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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