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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육성·발굴 걸림돌 ‘e스포츠 옥죈다’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1.05.1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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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종목 위주 리그 및 선수 활동 ‘제약’… 건전문화 육성과 대립되는 과잉규제 논란


오는 11월 시행될 예정인 ‘셧다운제’가 e스포츠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16세 이하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함에 따라 현재 e스포츠리그에서 활동 중이거나 프로게이머를 희망하는 아마추어 게이머들까지 제약을 받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스페셜포스’, ‘카트라이더’ 등 활발히 진행중인 국산 e스포츠리그의 경우 셧다운제가 적용되면 아마추어 선수 발굴 및 육성에도 적잖은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스페셜포스’ 게이머를 보유하고 있는 일부 프로게임단은 실력이 있더라도 가급적 어린 선수들의 영입을 기피하고 있어 셧다운제가 국내 e스포츠계를 옥죄는 과잉규제라는 지적이다. 모 게임단의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선진문화로서 e스포츠를 지목했던 것과 달리 실안은 오히려 육성을 억제하는 방향”이라면서 “청소년들의 건전문화 건립과 국산 게임의 올바른 이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e스포츠마저 셧다운제로 위축될 조짐”이라고 걱정했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셧다운제’는 오는 11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 적용되는 e스포츠 종목으로는 ‘스페셜포스’, ‘카트라이더’, ‘피파온라인2’ 등이다.



[프로게이머 지망생 진로 차단 우려]
청소년들의 이용시간을 물리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프로게이머를 비롯한 아마추어 게이머들의 이용시간도 제약을 가하겠다는 의미인 까닭이다.


무엇보다 이는 현재 프로게이머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이같은 강제 조치가 진로를 차단하는 방편이 될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시간은 주말이나 공휴일을 제외하고 평일 방과 후가 대다수다.


그러나 요즘처럼 방과 후 학원이나 과외 수업이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늦은 저녁이나 돼야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일단 프로게이머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반 스포츠 종목처럼 꾸준한 연습만이 살 길이다. 만약 심야시간에 온라인 이용을 차단한다면 아마추어 게이머들에게는 학업 생활과 연습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특히 e스포츠 종목 가운데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도 제한적인 영향을 받는다. ‘스타크래프트’의 온라인 서비스인 배틀넷도 심야시간 이후에는 당연히 이를 차단해야 하는 까닭이다. 프로게이머 자격시험인 커리지매치의 경우 15세~16세 청소년들이 대다수여서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멀지 않은 미래에 아마추어 지원은 고사하고 실력을 제대로 갖춘 신인 선수 발굴이 가능할 지 우려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프로게임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저연령 프로게이머나 2군 연습생도 셧다운제가 적용되면 선수 생활에 있어 상당한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카트라이더 신동’ 문호준이다. 지난 4월 열린 ‘카트라이더’ 정규리그까지 개인 통산 5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문호준은 1997년생이다. 즉, 셧다운제 적용 시 온라인 이용 제한 연령에 포함된다.


그의 경우 학업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데에다 자택이 있는 지방에서 경기가 열리는 서울로 이른바 ‘출장리그’를 소화하고 있다. 따라서 문호준을 포함한 일부 청소년 프로게이머들이 향후 있을 선수 생활에 셧다운제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 정부의 이중적 태도에 ‘쓴소리’]
관련업계에서는 현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e스포츠의 경우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하는 청소년들의 건전 문화로서 대우를 받아온 상황이어서 셧다운제가 게임의 순기능적인 측면까지 깎아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국산 종목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학원가 e스포츠 리그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와 달리 강압 규제가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게임과 e스포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던 국회의원들이 정작 사회적으로 ‘셧다운제’ 실효성 논란이 거세지자 개인적 안위를 우려,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제한 연령을 당초 만 16세에서 19세로 상향 조정하자는 의견에 동의한 일부 국회의원들 중에는 과거 e스포츠 행사에 여러 차례 참석해 청소년들의 여가 문화로 게임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한 e스포츠 관계자는 “e스포츠는 청소년의 게임중독예방에 있어서도 정부가 긍정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준다면 얼마든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문화 콘텐츠”라면서 “이번 청소년보호법이 제대로 산업 전반을 이해한 상태에서 이뤄진 적법인 지 ‘지원’과 ‘규제’라는 양극단에선 정부의 성급한 판단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 이번 청소년 보호법은 기존에 정부가 e스포츠 육성책을 내놓겠다는 적극적인 입장과 상반된 것이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사진은 e스포츠 행사에 초청된 국회의원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e스포츠 위상 축소 전망]
전문가들은 셧다운제가 적용되면 일단 e스포츠 영역이 문화산업 전반에서 지금보다 더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이 줄어드는 것은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사례지만 이로 인해 e스포츠를 이끌어갈 주역들 역시 점차 없어지는 것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대회나 게임단 운영 등 관련업계가 전반적으로 퇴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프로게임단 중 일부는 16세 미만 지망생들은 아예 영입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 지망생들을 괜히 영입했다가 외부의 감시 어린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된다면 세계에서 선진문화로 국내 e스포츠를 주목한 것과 관련, 외면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미 해외 매체에서는 셧다운제 적용이 선진 게임강국으로 인식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어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외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할 때 이번 법안이 재고해 볼 가치가 있다고 조언했다.



▲ 이처럼 ‘셧다운제’와 같은 과잉규제가 지속된다면 ‘카트라이더 신동’ 문호준(사진 중앙)과 같은 역량있는 프로게이머 발굴 및 육성도 퇴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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