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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문화적 가치 인정’ 사회 풍토 조성

  • 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11.05.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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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불거진 셧다운제 논리 비약 심해 … 예방과 치유 전문 기관 확대해 근본적 ‘해결’


지난 4월 29일 심야시간에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게임플레이를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실효성·위헌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셧다운제’가 ‘왜’ 시행될 수 밖에 없었는지 문제의 본질을 짚어보자는 목소리가 높다.


실효성과 위헌 등의 소지로 목소리를 내기 전에 셧다운제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문제점 분석을 통해서 이번 청소년보호법(이하 청보법)에 셧다운제를 포함시킨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논리를 제대로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자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과 김민규 교수는 “셧다운제 시행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며 “게임업계도 논리적인 접근 방법을 통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셧다운제는 지난 2004년부터 제기돼 왔다. 시민 단체가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온라인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 제도’의 도입을 추진했지만, 법제화까지는 상정되지 못했다. 이후 온라인 게임 과몰입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지난 2005년 ‘셧다운제’ 도입에 대한 인터넷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77%의 찬성률을 보였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심야시간에 청소년 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포함한 청보법 개정안을 법제화 시키려 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어 2006년, 2007년에도 셧다운제 도입이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지만, 게임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2008년 한나라당이 7월과 11월 다시금 셧다운제를 추진했지만, 이 역시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2009년 4월 최영희 의원이 다시금 셧다운제를 추진했지만, 법제화되지 못했다. 사회적인 이슈가 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연류된 게임 과몰입 문제에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2010년 부분 셧다운제(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게임에 대해서 셧다운제 도입)와 게임내에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일단락 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게임 과몰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결국 지난해 11월 여가부 측이 강압적 셧다운제 추진, 4월에 법사위를 통과하고 국회 본회에서도 가결되면서 오는 10월부터 셧다운제가 실시된다.



[수면권과 중독문제 ‘진실은 …’]
여가부가 셧다운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들의 수면권 보장에 있다. 청소년들이 밤새 게임을 플레이하고 정규 수업시간에 잠을 잔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게임 과몰입 자녀를 둔 김혜정 학부모는 “게임하면서 밤새는 것은 안되고 공부 혹은 독서를 통해서를 밤을 새는 것은 괜찮냐”며 반문했다.


여가부 측은 청소년들이 게임 플레이를 자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성인에 비해서 자제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게임 플레이 시간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업계 측은 게임에만 치중돼 있는 비약적인 논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임 이외에도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많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수면권 보장을 하기 위해서는 사설 교육원, 독서설 등도 다 규제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게임 중독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도 다시금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임 중독의 정의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인터넷 중독의 경우, 정의돼 있지만, 게임 중독의 경우 아직 정확한 척도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정신과 한현덕 교수는 “중독은 치료를 요하는 병”이라며 “아직까지 게임 중독이라는 학술적인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인터넷 중독에 관련된 정신과적 진단 기준이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 게임 중독에 대한 척도도 곧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패륜적 범죄 역시, 게임이 주요 원이라는 결과는 나와있지 않은 상황이다. 중독, 사회 문제, 수면권 등 모든 것이 셧다운제를 추진하는데 논리적인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병찬 변호사는 “기성세대에게 낯선 미디어라고 해서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확증도 없이 게임을 모든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해 억압하려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게임이 가져다줄 보다 풍요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문화재단 논리적 근거 수집 ‘착수’]
여가부의 셧다운제 논리가 흔들리는 가운데, 게임문화재단은 게임 과몰입 관련 사업으로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를 위탁할 수 있는 전문 의료 기관을 공모했다. 현재 공모는 끝난 상황으로 4~5군데의 전문 의료기관이 응모했다. 5월 중 다양한 검증을 거쳐 서울·경기 지역 1곳 치료센터를 위탁운영 방식으로 개설하고 올 하반기까지 지방 2곳을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는 기존 게임 과몰입 상담센터가 아닌, 전문 의료 기관으로서 게임 과몰입 예방과 치유에 그 목적을 다하고 있다.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게임 과몰입 근본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 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게임문화재단 김종민 이사장


전문 의료 기관에서 치료를 전담하는 만큼 심리학 전문의를 비롯해 전문 의료진들이 예방과 치료를 실시하게 되며, 뇌파 촬영 등과 같은 전문 장비들도 동원될 계획이다.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게임 과몰입 청소년들의 치료 데이터가 쌓이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기틀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게임 과몰입에 대한 문제는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숙제”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논리적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가 그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여가부 측은 청소년들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서 셧다운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 운영에 대해서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협조 또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 의료기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자칫 ‘병’이라고 생각하고 게임 과몰입 문제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가 필요한 게이머들에게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를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신상에 대해서 게임사가 마음데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지만, 게임 과몰입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만큼, 게임문화재단의 요청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로서의 인정 ‘절실’]
게임 과몰입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동시에 문화로서 게임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 또한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콘텐츠로 게임이 분류되고 있지만, 사회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것이 사실이다.


셧다운제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을 유희로만 볼뿐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정 하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미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그들이 영위할 수 있는 가장 큰 문화로 자리 잡았고 게임으로 파생된 새로운 문화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e스포츠다. 프로게이머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게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노력에 우리는 박수를 보낸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게임폐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서 하루에 12시간씩 게임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운다.



▲ 셧다운제의 실효성과 위헌 논란이 다양한 토론회를 통해서 제기 됐다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이 모든 미디어들이 초창기에는 사회 문제를 조장하는 것처럼 멸시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는, 한류의 선봉장으로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이 추앙받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셧다운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게임을 문화로서 인정하지 않고 유해매체로 본다는데 있다”며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논문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사들 역시 문화적 게임에 대한 접근 방법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서 건전 게임문화 정착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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