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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경기불황 타개책은] 게임 산업 ‘특수성’ 고려한 ‘공격적 경영’ 필요

  • 하은영 기자 hey@khan.kr
  • 입력 2009.03.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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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최대 매출 달성 불구 내실경영에 주력 … 전년 대비 최대 인원 50%, 마케팅비 80% 감축
- 닌텐도 등 해외 성공사례 바탕 공격적 투자 절실 … 정부·메이저 게임사 산업 활성화 조성 역할 중요


장기불황의 여파가 게임 산업까지 움츠려들게 만들고 있다.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경영을 꾀하거나 신작 발표를 연기하는 등 전반적으로 업계가 위축된 모습이다.


불황과 함께 게임사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가장 먼저 마케팅비를 대폭 삭감하는 한편, 신규 투자에 대해서도 고심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CJ인터넷 등 일부 상장사들이 대부분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극적 투자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4분기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낸 모 게임사의 경우 절반가량 인원을 감축하고 마케팅비도 10% 삭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불황일수록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규모를 늘려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새롭게 불황에 강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임 산업에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 게임사들이 위축된 소비심리를 완화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경기침체로 인해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놀이문화를 찾고 있는 가운데, 게임은 불황을 타지 않는 새로운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불황에도 지속적인 신규 사업 투자로 성장을 이루어낸 대표적인 사례는 닌텐도를 들 수 있다. 1990년대 일본내 장기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기술부문 투자를 확대해 닌텐도DS 등 우수한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 세계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 등 각국의 게임사들은 세계적인 불황에도 다양한 신작을 개발하는 한편 해외수출 활로를 모색하는 등 시장 활성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메이저 게임사들이 나서서 시장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말 뿐인 첨단산업 육성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 국내 주요 게임사 전년대비 내부 인원·마케팅비 변화(괄호는 연간매출액 규모)


[신작 부진으로 인한 ‘도미노 효과’]
게임업계에 전반적으로 확산돼 있는 소극적 투자는 메이저 게임사들의 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속속들이 지난해 창사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체적인 투자 규모는 축소됐기 때문이다.


본지가 국내 주요 23개 게임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5.6%가량 인원이 줄어들었고, 마케팅 비용 역시 8.4% 감축됐다. 특히 절반 가까이 되는 게임사에서 인원이나 마케팅비용을 축소했다고 밝혔는데, 나머지 게임사들도 전년과 동결이라는 입장이 대다수였다. 심지어 모 중견 게임사의 경우 마케팅 비용을 80%까지 감축시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내부 인원이나 마케팅비를 늘리겠다는 게임사도 있었지만, 이들 역시 10~20% 가량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특히 마케팅비를 늘린다고 답한 업체의 경우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지만, 이마저도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나 오픈 베타 테스트 결과에 따라 마케팅 비용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실제 투자규모는 훨씬 적어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실적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게임사들이 투자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이유는 기존 게임들 외에 신작게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출시된 신작 가운데 게임순위 상위권에 든 게임은 ‘아이온’, ‘십이지천2’, ‘아틀란티카’를 비롯해 MMORPG가 주류를 이루었으며, 이마저도 손에 꼽을 정도다. 때문에 신작게임을 론칭하더라도 최소 비용으로 마케팅을 실시하고 향후 성과에 따라 추가 마케팅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퍼블리싱 규모를 축소시키는 것 역시 인원·마케팅비 삭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중소 게임사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메이저 게임사들조차 투자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직접적으로 수익창출에 도움이 되는 프로모션 위주로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대부분의 메이저 게임사들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투자규모를 축소하자 중소 게임사에서도 마케팅 비용을 대폭 삭감하는 이른바 ‘도미노 효과’가 가속화 되고 있다


[위축된 ‘소비심리 완화’ 역할 필요]
게임사들이 전반적으로 투자규모를 축소시키고 있지만 게임주는 오히려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통적으로 불황에 강한 산업군과 함께 게임이나 영화, 사교육 등 생활 밀착형 종목들이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게임과 같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른바 ‘저렴한 놀거리’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4일 종가 기준으로 엔씨소프트 38.59%, 제이씨엔터테인먼트 5.78%, 엠게임이 45.71% 상승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네오위즈 게임즈가 2009년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타 산업군 종사자들조차 ‘온라인게임사들이 지속적인 투자확대를 통해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완화하는 선두역할을 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


온라인게임 산업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투자규모가 축소되는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거시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어렵다는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이 일본진출을 꺼려하는 틈을 타 중국과 대만 게임사들이 속속들이 일본시장에 진출, 국내 게임사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시장에서도 내수시장이 오히려 비대해지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1990년대 초반부터 10년 이상 장기 불황이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술부문 투자를 확대해 닌텐도DS라는 메가 히트 상품을 출시한 닌텐도는 지난해에 설립 이래 사상 최고치인 27조원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거인인터랙티브 역시 한창 중국경제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목소리가 높을 때에도 ‘정도온라인’ 수익금의 대부분을 광고비에 쏟아부어 동시접속자수 300만을 끌어 모으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모 게임사 한 임원은 “실적이 호조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당장 투자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업의 장기 발전을 위해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드래곤플라이는 시장 분위기에 편승되지 않는 공격적 마케팅 전략으로 게임시장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카르마2’ 벙커PC방 프로모션 실시 장면


[정부·메이저 게임사, ‘산업 활성화’ 앞장서야]
전문가들은 위축된 게임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와 게임사들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메이저 게임사들이 투자규모를 축소하자 그 여파가 중소게임사로까지 번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메이저 게임사들이 앞장서서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투자를 늘린다면 전반적으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와 엔트리브소프트는 시장 분위기를 타고 투자규모를 대폭 축소시키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사들과 달리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기대작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 비용을 2~3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드래곤플라이나 엠게임의 경우에도 시장 분위기에 편승하기보다 신작 출시 계획이나 내부 전략에 따라 투자금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좋은 선례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도 게임시장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IT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게임 산업을 육성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질적인 산업 활성화에는 무관심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때문에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거나 다수의 게임들이 효율적으로 서비스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나 메이저 게임사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중소게임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결국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일”이라며 “미래 비전을 위해 투자를 늘려가거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전 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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