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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 소송 논란

  • 정광연 기자 peterbreak@khplus.kr
  • 입력 2012.06.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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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속 오류 및 운영 부실 따른 각종 소송 움직임 … 블리자드의 현실 외면한 방만한 대처 사태 확대


지난 5월 15일,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려 4,0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왕십리에 운집한 이른바 ‘왕십리 성역’사건은 ‘디아블로3’를 향한 국내 유저들의 기대와 애정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게임 전문 매체는 물론, 9시 뉴스에도 등장할 만큼‘디아블로3’는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었고 동시접속자 40만 돌파, PC방 점유율 40% 기록 등 숱한 화제를 낳으며 단숨에 대한민국 게임계를 평정했다.


그야말로 ‘디아블로3’신드롬이었다. 하지만 불과 한달 남짓이 지난 지금, ‘디아블로3’를 향한 유저들과 업계의 시선은 전혀 다른 의미에서 뜨겁다. 정상적인 플레이를 불가능하게 하는 잦은 접속 오류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아이템 복사와 같은 시스템적 결함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비정상적인 PC방 과금 정책으로 인한 점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이런 악재들이 법적 소송 준비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저들의 집단 환불 소송과 손해배상청구, 그리고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의 소송 준비까지 ‘디아블로3’를 향한 날선 움직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블리자드의 어설픈 운영과 대응이 이런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안정적인 운영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비스를 무리하게 시작한 점부터 유저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점, 그리고 PC방 업주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점 등이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게임 출시 40일만에 ‘전설의 귀환’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스스로 내던져 버린 ‘디아블로3’.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이번 사건들을 되짚어 봤다.


현재 구체적인 집단 움직임이 일고 있는 소송은 총 3가지다. 접속 오류에 따른 패키지 환불 소송, 아이템 복사 및 아이템 소멸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그리고 PC방 오과금에 따른 피해 소송들이 바로 그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들 집단 소송 움직임이 현실로 이어질 경우 블리자드와 ‘디아블로3’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끝판왕보다 무서운 ‘ERROR 37’?]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의 ‘디아블로3’접속 오류(로그인 지연 메시지 ‘ERROR 37’)가 아직도 원만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많은 유저들이 몰리는 주말 오후와 저녁에 오히려 더 잦은 오류가 발생, 유저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게임의 가장 주요한 유저층인 30대 직장인들이 주로 주말에 게임에 접속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ERROR 37’악몽은 PC방 사업주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디아블로3’는 정식서비스 이후 PC방에 무료로 게임을 공급하다가 지난 6월 1일부터 과금을 시작했다. 하지만 잦은 서버 점검과 접속 오류로 인한 손해가 과금 정책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업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전 공지는 물론, 신속한 대응과 사과 등의 후속 조치가 전혀 행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의 대상이다. 서버 문제 뿐만 아니라 시스템에도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징후들도 보이고 있다. 서버 점검으로 인해 캐릭터가 유저가 마지막으로 저장시킨 상태가 아닌 이전으로 되돌려지는 이른바 ‘백섭’이 발생,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분실했다는 유저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백섭’을 악용한 아이템 복사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공개돼 유저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40% 이상까지 치솟았던 ‘디아블로3’의 점유율은 최근 30% 이하까지 급락했다”고 지적한 후 “ ‘블레이드&소울’이라는 막강한 경쟁작이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시점에서 이런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유저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소송으로 번지는 ‘디아3’사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는 건 이런 문제점들이 집단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다음 아고라 등의 주요 포털을 통해 패키지 환불과 접속 오류로 인한 아이템 및 게임 머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을 요구하는 유저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특히 인문협은 최근 ‘디아블로3’유저와 PC방 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디아블로3 피해 소송모임’카페를 개설, 집단 소송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 6월 20일부터 3일간 블리자드코리아 앞에서 오과금 문제를 항의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통해 보상을 촉구한바 있는 인문협은 “블리자드의 일방적인 과금 정책으로 인해 PC방 오과금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한 후 “잦은 서버점검과 오과금 문제에도 신속한 대응이나 사과 없이 무조건 본사 확인 결정을 기다리라는 블리자드의 대응은 국내 PC방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집단 소송이 현실적으로 충분히 성립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게임분쟁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준모 변호사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일고 있는 ‘디아블로3’관련 집단 소송 움직임들은 정확한 피해 사례가 입증될 경우 충분히 소송이 설립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블리자드와 유저, 그리고 인문협간의 심각한 법정 다툼이 초래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결국 블리자드측의 적극적인 해명과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런 법정 소송 분쟁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게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 궂은 날씨에도 4,000여 명의 유저들이 운집한 ‘디아블로3’전야제. 하지만 블리자드의 무성의한 운영 속에 이런 뜨거운 열기는 불과 40여일 만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합리적 대책 마련 시급]
하지만 이런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블리자드의 대응은 여전히 미숙하다. 일례로 블리자드는 유저들의 환불요구에 대응하는 공식 보도자료는 지난 6월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6월 21일 목요일 오전 5시를 기준으로 배틀넷 계정에 ‘디아블로3’디지털 다운로드 또는 박스 패키지 제품이 등록되어 있고, 육성한 전체 캐릭터(삭제된 캐릭터 포함) 중 최고 레벨이 40레벨 이하 (40레벨 캐릭터까지 포함)인 유저들에 한해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차갑다. 실제로 40레벨은 일주일 정도만 게임을 즐겨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것이 유저들의 주장이다. 때문에 이미 게임이 출시된지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40레벨로 환불 기준을 제시한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환불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준만 제시됐을 뿐 문제가 되고 있는 접속 오류로 인한 아이템 및 게임 머니 손실에 대한 보상 정책이나 PC방 오과금 사태에 대한입장 표명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디아블로3’공식 홈페이지 올라온 환불 관련 공지. 하지만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인해 오히려 유저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낳았다


업계에서는 ‘디아블로3’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들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까지 커지게 된 데에는 블리자드측의 무성의한 대응이 큰 몫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소송 움직임이 실제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디아블로3’는 물론 국내 게임 산업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표한다.


‘전설의 귀환’으로 평가받던 ‘디아블로3’는 단 한 달만에 유저들에게 큰 실망은 안기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더 큰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진정성이 담긴 블리자드의 발빠른 대응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세계 최고의 게임사로 평가받는 블리자드. 그들의 명성에 걸맞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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