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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들어도 서비스할 곳이 없어요”

  • 김상현 기자 AAA@khan.kr
  • 입력 2010.01.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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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수록 어려워지는 투자와 퍼블리싱 계약 … 중국 시장에서 검증된 값싼 온라인게임으로 설자리 점차 잃어
- 투자보다는 지분확보를 통한 M&A로 합병 관심 … 게임투자 활성화 할 수 있는 기관과 개발사들의 혁신 ‘절실’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의 허리를 지탱하고 있는 중견 개발사들이 도미노 도산 위기에 몰려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퍼블리셔에 모든 것이 편중된 국내 시장구조가 결국 중견 개발사들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몇몇 중견 개발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퍼블리싱 활로마저도 막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중견 개발사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실제로 작년 5대 메이저 퍼블리셔(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넥슨, CJ인터넷, NHN한게임)가 국내 개발사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건수는 단 7건에 불과하다. 5대 메이저 퍼블리셔를 포함한 2009년 전체 국산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계약 건수도 18건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중견 개발사들이 주춤하는 가운데, 외산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계약은 급증했다. 특히 현지 시장에서 검증을 마친 중국산 온라인게임들이 값싼 가격으로 국내 중견 개발사의 설자리를 더욱 위협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4조원, 수출은 15억 달러(약 1조 7,6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2008년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2조 6,922억원)에 비해 약 67.5% 성장하면서 여전히 황금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그 내면 자세히 들여다보면, 엔씨소프트와 NHN한게임, 넥슨의 총 매출이 약 2조원으로 국내 시장 규모의 절반을 차지했고 국내 매출순위 10위권까지 기업들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등 빈부의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 백 개의 국내 중견 개발사들이 나머지 10%미만의 파이를 가지고 나눠먹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점차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 흐름 악순환 ‘반복’]
“집까지 담보로 잡히고 직원들 월급은 3개월 치나 밀려있네요.”
6년째 온라인게임 개발사를 운영하고 있는 A사장의 푸념이다. 3년 전, 개발한 온라인게임이 퍼블리셔를 찾지 못해 자체 서비스로 겨우 회사를 운영하면서  최근 어렵사리 신작을 발표했지만, 창투사와 퍼블리셔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A사장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며 “해외 수출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 몇몇 업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적지 않은 국내 중견 개발사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10년 동안 온라인게임을 개발한 중견 B개발사 역시 얼마 전, 신규 온라인게임 운영비를 위해서 사옥을 팔고 사무실을 월세로 전환했다. 신작 론칭에 모든 것을 걸고 있지만,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B개발사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실장은 “마케팅 비용이 충분치 않아 홍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작 개발을 해도 투자와 퍼블리싱의 부재로 또 다시 자금난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신작을 통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는 중견 개발사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창투사들 대부분이 온라인게임 실패의 쓴맛을 경험하고 이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바이넥스트 창투의 박재민 부장은 “투자자들 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최근 트렌드가 ‘테라’나 ‘아키에이지’ 등 대작들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익적인 부분보다도 리스크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퍼블리셔들의 정책 선회]
퍼블리셔들 역시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다작보다는 시장의 성공을 최우선으로 두고, 장르에서도 안정적으로 장기적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RPG를 선호하고 있다.

2009년 국내에서 계약한 국산 온라인게임 18종 중 절반 이상이 RPG장르에 치중돼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는 외산 게임 수입에 있어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국내 수입되는 대부분의 외산 온라인게임이 RPG장르에 편중돼 있으며 비교적 값싼 중국산 온라인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다.


메이저 퍼블리셔의 한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산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비중이 국산 온라인게임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퍼블리셔들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게임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낼 수 있는 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성공 가능성 있다고 판단되는 국내 중견 게임사들의 경우, 퍼블리셔들의 M&A 표적이 된다. 대부분 게임 퍼블리싱 이후, 지분 확보를 통해 자회사나 관계사로 편입시키고 있다. 지난해 ‘발키리스카이’를 개발한 열림커뮤니케이션을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자회사로 흡수시킨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중견 개발사 한 CEO는 “투자 및 퍼블리셔를 구하지 못한 중견 개발사들이 시장에 매물로 꽤 많이 나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인수 당하는 경우는 그나마 행복한 경우다. 대부분이 도산으로 회사가 공중분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창투사와 퍼블리셔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중견 개발사들은 중국산 게임에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게임문화재단 재가동과 개발사 혁신 수반돼야]
게임업계 빈익빈부익부 현상에 대해서 중견 개발사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완성보증제도, 기술보증기금 등 지원 정책이 존재하지만 문턱이 높고 투자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견 개발사들에게 투자를 극대화할 수 있는 펀드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정부 측에서는 게임산업에 직접적인 투자를 지원할 단계는 지났다고 이미 못을 박은 상태다. 


박재민 부장은 “국가에서 진행하는 모태펀드 조성이 어려운 만큼, 게임산업협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측에서 추진했던 게임문화재단 같은 독립적인 단체가 제대로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발족된 게임문화재단이 존재하지만, 단장 공석과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재는 그 존재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임산업 기반 조성을 통한 수요층 확대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게임문화재단과 같은 단체가 제대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같은 정부지원과 함께 개발사들의 혁신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개발 마인드로는 투자와 퍼블리싱이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산 온라인게임 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똑같은 장르의 답습보다는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CJ인터넷 퍼블리싱 총괄 권영식 상무는 “국산 온라인게임에 대한 로망은 아직 남아있다”라며 “개발사들이 시장에서 자신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하고 수익모델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등을 고려해 게임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과제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 퍼블리싱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힘든 상황일수록 기회는 배가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중견개발사들이 투자와 퍼블리싱에 좀 더 적극적을 다가선다면, 분명히 돌파구는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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