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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창·박민정 부부] “아내의 잔소리도 행복으로 느껴져요!”

  • 김수연
  • 입력 2004.11.1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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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송내에 30평 남짓한 빌라가 송 감독 부부의 신혼집이다. 프로리그가 끝나고 이제야 한 숨 돌렸다는 송 감독은 오랜만에 아내와 한가로운 낮 시간대를 보내고 있었다. 새내기 주부의 솜씨를 마음껏 발휘한 푸짐한 점심식사를 시작으로 신혼부부와 함께 하는 달콤한 인터뷰가 시작됐다.

“반찬투정 안하고 아무거나 맛있게 먹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처음엔 감자볶음 하나를 준비하는 데만도 한 시간이나 걸렸었다. 오랜 자취 경험 때문인지 요리솜씨는 솜 감독이 한 수위. 송 감독은 “직접 요리를 해 주진 못하지만 모든 요리 비법을 아내에게 전수해 줄 계획”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박씨는 살림을 시작한 지 3주가 지난 지금, 제법 요리실력이 늘었다. 그러나 새신랑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고작 4일정도. 나머지는 게임단 숙소에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한다. “오빠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식탁에서 마주 앉아 식사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그런 시간이 자주 오진 않지만요.” 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나면 손수 설거지를 도맡아하는 송 감독을 보며 자주 집을 비우는 소원함 정도는 단 숨에 날아가 버린다고 말한다. ||송 감독은 프로리그 걱정에 휩싸여 신혼여행 일정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서둘러 돌아왔다. 새 신부로서 서운할 만도 하다. 이런 아내를 위해 송 감독은 내년 스토브리그 일정에 맞춰 하와이여행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송 감독이 박 씨를 만난 건 지난 4월. 지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돼 그저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왔다.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별 볼 일 없는 사이였던 이들이 가까운 사이로 급진전한 건 IS(아이디얼스페이스)시절부터다. 프로게이머 매니지먼트였던 IS가 경영 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팀에 소속된 송 감독도 개인파산에 이를 만큼 힘들었던 때다.

송 감독이 힘든 시기에 박 씨가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던 것. 송 감독이 이끄는 SG팀이 투나와 계약하고도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송 감독은 부천에 크 규모의 PC방을 차렸고 박 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PC방 경영을 도맡았다. 박 씨는 PC방을 경영한지 3개월만에 무려 13Kg이나 몸무게가 줄었다.

“매달 월세와 관리비만 1천만원씩 나가 적자에 시달렸거든요.” 송 감독 부부는 올 봄에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PC방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결혼을 올 가을로 미루었다. 부부는 PC방의 ‘P’자만 떠올려도 치가 떨릴 정도라고 한다. ||“살이 너무 많이 빠져 얼른 보약이라도 해 먹여야할텐데 걱정입니다.” 송 감독은 몸에 약해 직장생활도 할 수 없는 아내를 위해 ‘콩(요크셔테리어)’을 선물했다. 덕분에 박 씨는 송 감독이 집을 비워도 ‘콩’과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외롭지 않단다. 박씨는 최근 싸이 질에 푹 빠졌다. 신혼여행 사진들을 차근차근 올리고 ‘큐리어스’ 게임단 기사를 스크랩해 올리다보면 하루가 금새 지나간다고.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 자녀계획에 대해 묻자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송 감독은 새 신부를 독수공방 시키고 선수촌에서 생활했다. 프로리그가 끝난 뒤에도 송 감독은 일주일에 3~4번, 그것도 새벽 12시가 넘어야 들어온다. “1남1녀를 낳고 싶은데 언제라고 할 것도 없이 당장 생기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누군가가 집에서 나를 기다려 준다는 것,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녀가 내 옆에 있다는 것, 건강을 위해 잔소리 해주는 것. 송 감독이 꼽은 결혼 후 가장 좋은 세 가지다. “결혼 전에는 늘 함께 있고 싶은데 밤마다 헤어져야 한다는 게 너무 싫었거든요. 이제는 ‘술 먹지 마라’, ‘담배 피지 마라’는 잔소리도 너무 행복하게 느껴져요.” 아내인 박 씨는 잘 때 팔 베개 해주는 남편이 있어 행복하단다.||▲ 웨딩앨범 : “오빠가 보기완 다르게 얼마나 애교가 많은데요. 제 앞에서 춤도 추고 재롱도 부려요.” 웨딩앨범 중에서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펼쳐들고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컴퓨터 앞에서 : 송 감독 부부는 가끔 인터넷으로 고스톱, 카드 등의 내기 게임을 즐기곤 하는데 주로 송 감독의 승리로 끝이 난다.

▲ 송감독은 설거지중 : 송 감독이 아내를 위해 설거지를 자처하고 나섰다. 오랜 자취생활로 살림살이 솜씨는 송 감독이 한 수위다.

▲ 요리중 : 박민정 씨는 남편을 위해 요리하는 일이 가장 즐겁지만 집에서 함께 식사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늘 섭섭하단다.

▲ 웨딩사진 : 인터뷰 당일에 송 감독 부부의 뜨끈뜨끈한 웨딩사진이 막 도착했다. 웨딩사진을 벽에 걸고 기념사진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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