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게임스샷을 활용, 제2 창작물로 승화시킨 ‘레몬이시러’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05.16 09:3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샷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이겠습니다”
스샷 만화. 게임의 스크린 샷을 활용해 만화로 재창조하는 제 2 창작물을 일컫는 말이다. 몇몇 홍보물이나 잡지에서 영화나 게임의 스크린 샷에 말풍선을 다는 형태로 만화를 선보인 적은 있으나, 이를 편집하고 합성한 뒤 자신만의 색채로 재구성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내 스샷 만화의 터줏대감이자 수많은 팬층을 이끌고 있는 ‘레몬이시러 (이해진, 28)’를 만나봤다.

스샷 만화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칭송받고 있는 ‘레몬이시러’. 작가에 대한 예의로 그를 만나기 전 그의 작품들을 찾아봤다. ‘프리스트(現 러쉬 온라인)’만 40여편, ‘리니지2’만 70여편, ‘라그나로크 온라인’만 5편. 모두 찾아내지 못했음에도 훌쩍 100편을 넘어선다. 제작 시간을 뒤로 하더라도, 이 많은 콘티들을 어디서 얻고 있는 것일까. “혼자 스토리부터 편집까지 모두 하거든요(웃음). 가끔 콘티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냥 잠을 자던가 아니면 게임에서 스토리를 찾아보죠. 유저들의 이야기들도 만화 소재로 제격이고요.”

실상 그가 스샷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은 전혀 뜻밖의 이유에 의해서였다. 2003년 졸업과 동시에 IT업계에 취업했던 레몬이시러. 당시 홈페이지 구축이 주 업무였지만, 일에 대한 노하우나 응용에 앞서 실력이 부족함이 먼저 느껴졌다. 이후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포토샵 공부에 매진하던 중, 이를 테스트할 그 무엇을 찾게 됐다.

당시 친구의 소개로 즐기고 있던 온라인게임 ‘프리스트’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3D로 구현된 게임답게 여러 가지 각도에서의 화면을 얻어낼 수 있었을 뿐더러, 직접 만화를 그리는 것보다 편집 위주의 공부에서 보다 빠르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그리고 수 시간 뒤, 실력 테스트 겸 만화 형태로 재구성한 결과물을 공식 사이트에 업로드 시켰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 그는 한 순간 인기인이 돼 있었다. “저도 놀랐죠(웃음). 보람도 느껴졌고,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던 동기가 바로 이 때문일 거예요.” 그렇게 레몬이시러 스타일의 스샷 만화가 탄생됐다.

스샷 만화 최적의 소재는 3D 게임
“3D 게임은 2D 게임에 비해 모션이 많거든요. 스샷 만화로 활용하기에 적당하죠.” 그러나 스샷 만화는 게임을 기반으로 한 탓에 분명한 한계선이 존재한다. 첫째, 원하는 표정이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둘째, 원색이 아닌 스샷 위주인 까닭에 원하는 작품으로 재창조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는 이러한 부분들에 스토리로 승부수를 띄웠다. 물론 없는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들도 직접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편집이 거의 없었던 초창기의 경우, 7~8시간 만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됐지만 현재는 12시간을 훌쩍 뛰어 넘긴다.

“이것보다 더욱 큰 한계점이 있죠. 해당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충분히 즐거움을 얻고 있지만, 해당 게임을 즐기지 않는 유저들은 도통 재미를 느낄 수 없거든요.”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것만큼 바보짓은 없다. 분명한 한계선이 존재함을 아는 작가 레몬이시러. 그는 이 부분을 뛰어넘기 위해 최근 색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플래시 무비가 그것.

“‘진실은 저 너머에’라는 제목의 플래시 무비인데요. 게임을 즐기지 않는 분들도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로 제작하고 있죠. 보통 한 달 정도 소요되는데 현재까지 총 7편을 제작했죠. 주요 내용은 대부분 슬픈 사랑이야기고요.” 스샷 만화로도 모자라 게임 스샷을 활용한 플래시 무비의 세계까지 도전한 레몬이시러. 그는 이미 유명인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너무도 부족하다고 자평한다.

실상 컴퓨터 에러로 이미지가 모두 날아가기 일쑤고 가끔은 자신을 사칭한 사기꾼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돈 한 푼 되지 않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레몬이시러. 이유는 무얼까. “처음엔 테스트가 목적이었지만,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는 이유가 더 크죠. 제가 사랑받은 이유는 제가 잘 나서가 결코 아니거든요.” 게임을 통한 다양한 문화로의 접목. 그가 게임 콘텐츠를 재활용한 온라인 전도사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가 창조할 새로운 작품들을 기대해본다.

* 레몬이시러의 블로그(blog.naver.com/jin696.do)에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