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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게임 판매 창구, 로드샵을 가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4.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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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콘솔 게임 판매 창구는 크게 대형 할인점과 쇼핑몰, 용산 및 국전 등을 포함한 소매점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일명 로드샵(동네게임매장)이라 불리는 소매점들은 유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점차 관심의 대상에서 잊혀져가는 기색이 짙다. 스스로 관련 협회까지 발족,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로드샵들을 방문해봤다.

주 수익원은 교환 마진
서울 강북에 위치한 A매장. 이제 막 오픈했음직한 오후 2시경. 역시나 약 5평 남짓한 공간에는 단 한명의 고객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반적으로 PS2와 PSP 콘솔 게임기 및 타이틀이 한눈에 보이는 좋은 자리에 포진돼 있었으며, X박스와 X박스360 콘솔 기기 및 관련 타이틀이 매장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X박스와 주얼게임의 판매량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X박스360요? 여기 있는 것이 전부인데요.” 손으로 꼽을 만큼 적은 타이틀. 매장을 운영 중인 김모 사장은 X박스360은 지금껏 단 한 대 팔아봤다며 의아한 눈길로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다수 구매고객들의 문의가 PS2관련 타이틀에 집중돼 있고, 직접 구매보다는 교환 구매가 일반적인 까닭이다. 하물며 X박스360 구매의사는 꽤나 이례적이었을 테니 놀라는 표정은 당연했다. “지금은 없는데, 구해드릴 수 있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하는 모습만 보아도 PS2관련 타이틀이 대세를 이룬다는 사실은 쉽사리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 곳을 찾는 고객들 중 콘솔기기를 매입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용산이나 국전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PSP의 가격은 블랙 버전이 29만원, 화이트 버전이 31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대략 용산이나 국전에 비해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4만원 정도 비싼 편이다. PS2나 다른 기기들 역시 비교적 고가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2~30여팀에 달하는 적지 않은 고객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로드샵이 그러하듯, 이곳 역시 단골 위주의 교환 판매가 주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교환 판매란 쉽게 말해 보상 판매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또한 뜨내기 고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일명 붕어낚시 등 신뢰도를 저하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없다. “박리다매를 통한 교환 판매가 많거든요. 저렴한 비용에 최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로드샵만의 백미가 아닐 수 없죠. 생각해보세요. 1~2천원 때문에 용산이나 국전을 찾는 것은 무의미하잖아요.”

교환비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교환하는 게임 자체에 이미 이윤이 포함돼 있는 까닭이다. 이러한 교환비만으로도 이곳의 한달 매출은 무려 2천만원선에 달한다. 다른 매장의 경우도 A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서에 위치한 C매장. 이 곳 역시 교환 마진이 주요 수익원이었다. 일부 판매되고 있는 밀봉 타이틀의 경우, 카드 구입시 100% 권장 소비자 가격을 받고 있었으며, 현금 구매의 경우 약 5%의 할인율을 적용시켰다. A매장과 다르지 않은 마진폭이었다. 주요 교환 타이틀로는 PS2와 PSP 관련 타이틀이 전체의 9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X박스와 게임큐브, X박스360은 판매가 되지 않아 고스란히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게임 타이틀이나 기기의 인기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하죠. 개조요? 용산에 가보세요. 교환이나 불법복제CD 구입비용이나 비슷한데 뭐 하러 불법복제CD를 구매하시나요?” 과거와는 달리, 로드샵을 통한 불법복제는 상당부분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는 달리 국내 정식 발매되지 않은 비정발 타이틀은 과거에 비해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 “예. 걱정하지 마세요. 일주일 안에 구해드릴 수 있습니다. 가격은 저희도 확인해봐야 하는데 대략 5~6만원 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일명 보따리 장사들을 통한 불법 타이틀 매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일부 로드샵의 경우, 매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주얼게임(패키지 박스와 매뉴얼을 제외시켜 판매단가를 낮춘 PC게임) 및 PC패키지 게임들을 비치해두고 있었다. 하지만 실 판매보다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진열에 불과했음을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로드샵들은 과거에 비해 사정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의 축소와 침체 기미. 한글화 타이틀의 비율 저하 등 풀리지 않는 수많은 숙제들이 산재해 있다. 스스로 협회를 발족시키며 시장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별다른 실효조차 거두지 못하는 것이 매장 관계자들이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로드샵들의 봄날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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