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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공성전, 그 현장을 가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5.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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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의 꽃이라 불리는 공성전. 이를 위해 유저들은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수년 동안 쌓아올린 경험치들이 상당 부분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게임 속 공성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소속된 혈맹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함이요,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고픈 욕구에의 표출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욱 큰 이유가 존재한다. 100전 100승 거두는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느낄 수 없는 짜릿함과 희열. 이러한 것들이 바로 공성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백미이기 때문이다.

‘리니지2’ 서버 중 사람 많기로 유명한 프란츠(10서버) 서버. 지난 4월 30일 이곳에서는 대규모 공성전이 치러졌다. ‘리니지2’의 초거대 업데이트인 크로니클4 이후 등장한 고다드성을 놓고 프란츠 서버의 대표 혈맹들 간에 진검승부가 펼쳐졌다. 고다드성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연합의 대표주자인 가람휘와 이들의 동맹혈맹 무한질주 및 장길산 혈맹(이하 수성혈맹)이 수성측으로 나섰고, 공석측으로는 고다드성의 과거 성주였던 로즈혈맹과 이들의 동맹연합 페이스(이하 공성혈맹)가 참전했다. 오후 4시를 기점으로 공성전이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후 1시부터 적지 않은 유저들이 고다드성에 도착해 있었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일반적으로 수성혈맹의 경우, NPC용병단의 도움을 최대한 활용키 위해 성 안에서 수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 공성전에서는 양진영 모두 성 외부에 진지를 세우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황혼과 여명시스템에 따른 것이다. ‘리니지2’는 격주로 일반 유저들이 속한 황혼과 성을 가진 혈맹들이 속한 여맹 간의 대결이 펼쳐진다. 프란츠 서버는 단 한번도 여명이 승리한 바가 없다. 황혼이나 여명 모두 패배할시 카타콤 등 인기 사냥터에 출입할 수 없으며 저주버프와 하께 수많은 혜택들을 잃게 된다. 따라서 수성혈맹들은 대부분 공성에 성공한 직후, 부캐릭으로 새로운 혈맹을 창설하고, 성을 관리하게 된다. 자연 실제 수성혈맹은 수성혈맹이 아닌 공성혈맹으로밖에 참전할 수 없는 것이다. 시스템의 맹점이 아닐 수 없다.

각설하고, 오후 3시 55분경 양진영의 버프가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오버로드(혈맹 전용 버퍼)들과 파티 전용 버퍼인 프로핏과 엘더, 실리엔엘더 등 힐러들의 빠른 움직임이 포착됐다. 잠시 후 4시 운영자에 의해 공성이 선포되자, 양진영에는 진지들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후 수성측 11개의 파티(한 파티당 9명)와 공성측 15개의 파티가 태풍 속 고요를 맞이했다. 먼저 칼을 빼어든 곳은 수성측. 왼쪽 성벽에 진지를 세운 공성측은 수성측의 진지 앞에서 최초의 각축전이 연출됐다. 전사들을 앞세우고, 위저드와 궁수들을 뒤에 포진시켜 최고의 효율을 끌어낸 수성측의 공격에 공성측은 미처 방비하지 못한 듯 허둥댔고, 불과 10분 사이 완전 괴멸됐다.

진지(진지가 무너질 경우, 다시 세우지 않는 한 고다드 마을이 아닌 주변 마을에서부터 달려와야 하는 패널티가 부여된다)를 잃은 공성측은 마을에서 재정비를 하기에 이른다. 이 사이 공성측 한 게릴라전을 활용, 수성측의 진지 뒤편에 진지를 세우며, 급습을 노리지만 이미 대비하고 있는 위저드 한 파티에 의해 이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약 20분간. 정적이 이어진다. 작은 충돌은 있었지만, 대세를 뒤집을 만한 전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번째 대규모 접전은 공성 구역 최종지역에서 펼쳐졌다. 막강한 화력의 궁수진들을 앞세운 공성측 혈맹. 하지만 공수에 불리한 장소를 결전장으로 잡은 실수로 인해 또다시 무너지게 된다. 공성전에 할애된 2시간의 시간 중 1시간 40분 가량을 흘려보낸 공성측 혈맹들. 유인 작전을 활용, 수성측 인원들을 좌, 우로 분리시킨 뒤 마지막 결전을 치르게 된다. 수적으로 열세였던 수성측이 둘로 나뉜 마당에 이를 막아낼 전력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진지가 부서지기 전까지 부활에 부활을 거듭, 몸으로 막아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미 대세가 기울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이들이 몸으로 성을 지켜낸 약 10분간의 시간은 승패에 결정적 역할을 끼치게 된다. 모든 수성혈맹을 패퇴시키고, 외성문과 내성문을 부수며 고다드성 각인실에 진입한 공성측. 하지만 성을 얻기 위한 최종 과정인 각인 시간이 부족했다. 불과 3분여 정도의 시간 부족으로 인해 결국 고다드성은 다시 한번 수성측인 자유연합의 본거지로 남게 된 것이다. 이후, 수고했다는 외치기를 날리며, 매너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공성전은 종료됐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시간 남짓. 공, 수성측에 참여했던 유저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짜릿한 승부를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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