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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의 대결 임요환 vs 홍진호

  • 지봉철
  • 입력 2004.11.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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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생 임요환과 82년생 홍진호. e스포츠계에서 이 두 선수는 올드보이라고 불릴만치 노장의 대접을 받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도 어린나이는 분명하지만, 평균연령이 20대 초반인 e스포츠계에서는 고참중에서도 최고참에 속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선수생명의 끝이라고 볼 수 있는 군 문제가 이들의 최대 관심사가 될 만큼 한 경기, 한 경기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한국사회에서 게이머는 아직 생각만큼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요즘 잘 나가는 임요환과 홍진호지만 선수생명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임요환과 홍진호는 최근들어 부쩍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쏟아냈다. 게이머를 그만두더라도 게임 관련 직종에서 일하길 희망한다, 전문성을 쌓아 은퇴 후에는 실력있는 아나운서나 게임 제작자로 활동하길 원한다는 등의 발언을 내뱉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의 표현이다.

이들의 경기를 오래도록 관전하고 싶은 것은 팬들의 공통적인 마음이지만 실제로는 몇 개월 사이의 이들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다. 라이벌전은 더욱 그렇다. 한 선수가 잘한다고 성사되기도 어렵다.

이 두 선수가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만난 것은 올림푸스배 스타리그 이후 1년 반 만이다. 친선경기가 아닌 우승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들의 맞대결을 다시 볼 것이란 장담은 그래서 아무도 할 수 없다. 이 두 선수들을 사랑하는 팬들 혹은 e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결코 인정할 수 없겠지만 이 두 선수의 라이벌전은 이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싫든 좋든 임요환과 홍진호는 서로를 발판삼아 현재에 이른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라이벌이다. 두 선수가 함께 스타덤에 오르게 된 계기는 2001년 코카콜라 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 2연패를 목전에 둔 임요환과 무명의 앳된 홍진호가 결승전에서 만난 것이다. 스타리그 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기록될 이날 결승전은 임요환과 홍진호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 줬다. 홍진호를 짜릿한 역전승으로 이긴 임요환은 이날 이후 인기가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국내 최초로 스타리그의 2연패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쏟아졌던 그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신문마다 그를 취재한 기사들이 빠지지 않았고, 잡지나 방송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한 일간지에서는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가 출간한 스타크 전략전술집 ‘임요환의 드랍쉽’은 서점에 등장한 지 2주만에 동이 났다. 당시 5만명이던 임요환의 팬클럽은 이후 50만명으로 늘어났다. 맞상대였던 홍진호가 임요환을 국내 e스포츠계의 대표선수로 만든 것이다.

홍진호도 마찬가지. 임요환에 가려 영원한 2인자로 기억되는 그도 그날 이후 스타급 프로게이머로 발돋음했다. ‘1등보다 더 빛나는 2등’이 된 것. 2등을 기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의 플레이는 1등의 그것보다 더욱 훌륭해 보였다.

임요환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쳤던 사람들에게 홍진호는 ‘폭풍저그’라는 닉네임답게 시종일관 날카롭고 빠른 저글링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처음으로 대규모 대회에 출전한 어린 게이머답지 않은 차분하면서도 공격적인 플레이였다는 것이 그날 대회를 관전한 사람들의 평가였다.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대회가 끝난 후 홍 선수는 수 천통의 팬레터를 받았다.

임요환과 홍진호는 ‘영원한 라이벌’답게 플레이스타일에서도 묘한 대조를 보인다. 임요환이 시간을 두고 상대방을 무력화 시키는 다양한 전술을 구사한다면 홍진호는 시간을 끌지 않는다. 초반부에 밀어부쳐 승부를 보는 것이 홍진호의 플레이 스타일. 폭풍 저그나 헝그리 게이머라는 애칭도 그래서 생겨났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두 선수의 라이벌전은 다음달 12일 5전 3선승제로 펼쳐진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 두 선수의 플레이가 전성기때 못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명승부가 예상된다. 8강전에서 만난 변길섭과 박성준을 완벽한 플레이로 제압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임요환은 변길섭을 상대로 드롭십과 탱크로 공중과 지상을 완전히 장악하는 전술을 선보이며 승리를 따냈다. 전성기때 상대방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플레이스타일을 완벽하게 회복한 것이다. 홍진호는 저그 최초로 우승을 달성한 박성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명실상부 저그 최강이라는 자존심을 회복한 것이다.

임요환과 홍진호는 이 날 승리 직후 손가락 4개를 펴보이며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임요환은 “4강에 진출하는 것이 이렇게 기쁜지 몰랐다”며 “준결승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으며 홍진호는 “이번에야말로 임요환 선수의 벽을 넘어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특히 홍진호는 게임리그 결승에만 프로게이머 가운데 가장 많은 6번을 오르고도 모두 준우승에 그쳐 이번이 한을 풀 절호의 기회다. ||전문가들은 이번 승부를 5대 5로 예상하고 있다. 양 선수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맵에서는 임요환의 우세를, 사기에서는 홍진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아무도 결과를 쉽게 예측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적에서는 임요환이 24승 22패로 약간 우세하다. 그러나 승률은 숫자일 뿐이다.

과연 4강전에서 승리의 여신은 어떤 선수에게 미소를 지을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양선수의 라이벌전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1경기 : 임요환(테)-<펠레노르 에버>-홍진호(저)
+ 2경기 : 임요환(테)-<레퀴엠>-홍진호(저)
+ 3경기 : 임요환(테)-<머큐리>-홍진호(저)
+ 4경기 : 임요환(테)-<비프로스트3>-홍진호(저)
+ 5경기 : 임요환(테)-<펠레노르 에버>-홍진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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