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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사마의 게임캠퍼스 이야기 - 4회] 게임 개발은 백조다

  • 경향게임스 press@khplus.kr
  • 입력 2013.02.18 17:41
  • 수정 2013.02.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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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발끝에 닿는 공의 느낌이나 미세한 몸의 동작 혹은 기술까지 이해하는 것은 축구전문가 혹은 선수 경험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매우 어렵다. 더군다나 TV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들은 더욱 그러하기 때문에 ‘밥 만 먹으면 공만 차는 녀석들이 왜 저렇게 못할까?’라는 말을 하게 된다. 이종격투기 경기에서도 킥을 날리는 선수의 발이 회전하는 각도나 관절의 꺾임에 대해서도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그 느낌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게임개발자가 되겠다면서 대학 진학을 게임학과로 선택하고 입시를 치르는 학생들의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과연 이 학생이 게임개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저 게임이 좋아서 게임학과에 진학하게 됐다고 지원 동기를 말하지만 그것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자기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그렇게 막연한 느낌만으로 이 힘들고 어려운 분야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전쟁터에서 지뢰밭을 뛰어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게임이 좋은 것’과 ‘게임을 만드는 것’이 좋은 것은 그야말로 천지 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학과를 지망하는 청소년들은 그 차이의 깊이에 대한 감이 없다. 내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임학과를 가는 것이 당연하며 필히 자신이 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 머릿속에는 항상 환상적인 게임들이 날아다니고 하나씩 하나씩 꺼내놓기만 하면 모두다 최고의 게임으로 짠하고 내 앞에 뚝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란 영화 ‘넘버3’의 백조 이야기와 비슷하다. 수면 위로 보이는 모습은 아주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바로 물 밑의 백조 다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것도 너무나 힘들게….
  게임은 문학, 역사, 철학, 심리학, 미술, 음악, 공학이 매우 논리적으로 잘 배합된 아주 오묘한 짬뽕과도 같다. 이대로 따라 하면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그 흔한 레시피 한 장 없다. 원본 그림도 없는 2천피스 그림조각 맞추기와 같다. 
진학을 게임 분야로 고려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이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수면 밑의 고통스럽고 지루한 인내의 시간을 견딜 각오가 돼있고 이겨낼 열정이 있어야만 ‘게임 만드는 것’이 좋은, 참으로 매력적인 게임개발자라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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