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페르시아 왕자’ 개발자가 선물한 보물코드

개발 완료한 게임 소스코드 일반에 무료 공개 … 포복절도 개발일지 눈길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3.03.11 14:21
  • 수정 2013.03.11 14:2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던 메크너는 전설적인 프로그래머 중 하나다. 그는 영화제작자이면서 대본작가 그리고 비디오게임 개발자까지 1인 3역을 해낸 천재다. 우리나라에는 페르시아의 왕자와 카레테카(가라데) 제작자로도 더 유명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자신이 개발한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소스코드를 공개하면서 또 한번 화제에 올랐다.
그저 취미 차원에서 일어난 ‘천재의 기행’일까. 아니면 무엇인가 숨은 의도가 있을까. 그의 활동을 쫓아가 봤다.

 
지난 1984년 당시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학생이던 조던 메크너는 게임 ‘카라테카’를 공개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그가 혼자서 개발한 게임은 당대 차트를 휩쓸었고, 퍼블리셔인 브로드번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그는 원래 ‘카라테카’가 성공한 이후 영화 대본 작가로 진로를 잡고 더 이상 게임을 개발할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퍼블리셔였던 브로드번드의 끈질긴 설득 탓에 게임을 개발하게 됐고, 어느날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우연한 기회에 디자인이 떠올라 게임을 개발하게 됐다. 당시에는 ‘카라테카’보다 뛰어나고 복잡한 게임이면서도 ‘유머’가 반드시 강화된 게임을 추가로 개발하기 위해 게임을 기획했다고 그는 회상한다.

게임의 모델이 된 동생의 움직임
조단 매크너는 아마 게임 역사상 최초로 모션캡처를 사용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1985년 동생에게 벽을 오르고 점프를 해보라고 한 뒤 이를 비디오로 촬영하면서 본격적인 액션 콘셉트를 잡게 됐다.
비교적 덩치가 작은 동생은 간신히 주차장 벽을 오르고, 뛰어내릴 수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게임 애니메이션이 디자인됐다. 1년 뒤인 1986년 이날 영상에 기반해 본격적인 액션이 탄생한다.
1987년 초에는 개발 과정이 지연되는 사례도 보여진다. 그는 새로 발매된 맥PC를 갖고 노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매번 회사에서 파견된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실망한 발걸음을 옮겨야 했고 그는 미안한 감정보다 맥에 대한 찬사를 늘어 놓기에 바쁘다. 지금 개발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웃음짓게 만든다.

▲ 동생 데이빗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했다

천재의 변덕은 방 때문
같은해 3월 그는 브로드번드의 도움으로 개인 사무실을 얻었다. 고작 1달이 지나지 않아 더 좁은 방으로 가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일을 손에서 놓는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 조차 싫어하며 시간만 보낸다. 5월에는 사무실을 이전했지만 여전히 공백은 끝나지 않았다. 11월에는 자신이 개발한 게임을 두고 ‘수리해야할 오래된 차’라는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슬럼프를 겪는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다. 이듬해 1월에 들어서면서 그는 도대체 내가 지난 8개월동안 뭘 했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든다. 그저 ‘방’하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제서야 그는 제대로 게임을 개발할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코드를 수정하고 게임을 보완하면서 드디어 완성된 작품이 나온다.

카피레프트정신 입각한 소스 코드 공개
지난 2012년 4월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소스 공유 사이트 github.com에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의 애플2버전 소스 코드가 등록됐다. 등록자는 조던 메크너였다.
조던 메크너는 “창고 정리를 하던 아버지가 발견한 물건”이라며 “3.23인치 디스켓에 담겨있던 소스를 복원한 뒤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코드들은 애플기기용으로 제작된 어셈블리 코드였다. 이는 비교적 높은 난이도의 언어로 분야 지식이 없는 개발자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코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심지어 개발자인 조던 메크너도 “자신은 모두 잊어버린 코드”라며 “실력이 녹슨 관계로 질문에 답변하기 어려운 부분을 이해해달라”라고 덧붙였다.

▲ 페르시아의 왕자 프로토타입은 흑백 스케치로 개발됐다

공개된 코드 내부에는 방대한 분량의 주석이 달려 있다. 모두 게임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위한 요소로, 애플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프로그래밍 구문에 대한 해석이 함께 포함돼 있다.
메크너는 개발 당시 보다 편리하게 게임을 개발해야 했고, 비교적 장기간(4년) 게임을 개발해야 했기 때문에 언제든 코드를 보면 알 수 있어야 하므로 이같은 주석을 달게 됐다고 밝혔다.
무려 20년이 넘는 과거 이야기지만 그의 게임 개발은 지금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는 항상 과거를 교훈으로 삼아 미래를 준비했다는 점과, 힘든 시기를 넘기고 게임 개발에 집중해 성공을 이끌어냈다.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도 분명히 고통의 시기가 있었다. 이를 잊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