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특정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 법적인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접하게 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일이지만 유저와 업계가 모두 힘을 합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업장 차린 해커 적발로 이슈
러시아에서는 최근 자신의 집안에 무려 7대에 달하는 하이앤드 컴퓨터를 설치하고 거실에 철도 같이 수많은 랜선을 설치한 괴짜 유저가 입건됐다. 얼핏 보기에는 게임을 사랑하는 마니아 같지만 그는 해커였다.
사이버 범죄를 담당하는 러시아 내무부 K부서에 따르면 러시아 프로게이머 중 한명이 온라인게임 계정 해킹을 신고했고 수사 끝에 범인을 체포했다. 범인은 자신의 집을 은신처로 삼았으며 계정 해킹을 통해 아이템을 거래하거나 훔쳐서 돈을 벌고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온라인게임 캐릭터 사기를 범죄 조항 272조에 따라 ‘비승인된 디지털 정보에 대한 접근’이라는 항목으로 분류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러시아의 남쪽 도시인 ‘로스토브 온 돈’에 살고 있고 범인은 가장 북쪽 도시인 ‘멀맨스크’에 거주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지리학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범죄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사실 이 사건의 심각성은 그리 크지 않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는 대략 160달러 정도이고 범인도 전문가는 아니어서 사회 전체의 주목을 받을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상당한 관심을 끌었는데 이유는 이 사건 자체가 과거에는 없었던 특이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범죄, 특히 계정 해킹이라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러시아 현지에서는 다양한 주장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게임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돈 세탁으로 악용돼 업계 ‘경악’
지금 소개하는 사건에 비하면 앞의 일화는 ‘에피소드’일 뿐이다.
러시아에서는 사기단 중 하나가 훔친 신용카드를 이용한 돈을 합법화 시키기 위해 온라인 슈팅 게임인 ‘팀 포트리스2’를 사용하며 많은 논란을 낳았다. 새로운 돈 세탁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유저들은 게임상 아이템을 사기 위해 진짜 돈을 지불하는데 ‘크레이드 키’를 사서 지불하는 방식이다. 문제가 됐던 사기단은 훔친 신용카드로 ‘크레이드 키’를 사서 아이템을 구입하고 다시 이 아이템을 거래 사이트에 올려 현금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돈 세탁을 했다.

비싼 아이템을 파격적으로 저렴하게 팔아서 신용카드 결제를 취소할 겨를도 없이 돈 세탁에 성공했다. 나중에 범인이 잡히기는 했지만 너무 많은 유저들이 아이템을 현금으로 샀기 때문에 제대로 된 회수는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에서도 속 시원한 대응이 어려웠다.
앞서 언급했듯 러시아에서는 온라인게임 위해 제정된 법적인 제약이 없어 ‘비승인된 디지털정보에 대한 접근’이라는 조항을 빌려쓰고 있다. 처벌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세세한 범죄는 찾아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덕분에 모든 온라인게임 관련 사건의 책임은 유저들과 게임사에 전가되는 양상이다.

게임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저들의 아이템 자산을 보호해주는 강경하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온라인게임에서 비롯되는 사회문제들이 커지고 있는 러시아에는 특히 시급하다.

글 | 경향게임스 러시아 책임기자 스테판 조토브

번역(경향게임스 글로벌팀 부장 | 전소희 sophie@khplu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