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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 돋보기 - STX-SouL 이신형] “마음 비우니 어느새 정상”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3.06.27 10:08
  • 수정 2013.06.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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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프로게이머 사이에서 대중이 기억하는 이름은 뻔하다.
선수 생활 동안 한 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면, 그냥 ‘게이머’로 이곳에 잠깐 스쳐지나갈 뿐이다. 그것이 냉정한 프로의 세계다.
더구나 십대에 그 세계를 경험했다면 상처가 깊게 패일수도 있고 일찌감치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게이머 이신형(21, STX-SouL)은 중학교 3학년 때 집을 나와 게임단 숙소 생활을 시작해 성인이 된 지금까지 연습생으로 있었다.
무려 5년 동안 세상의 빛을 못 봤지만, 얼마 전 그는 상황을 반전시켰다. 지난 6월 9일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 시즌1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아무도 몰랐던 자신의 존재를 순식간의 바꿔버린 그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겨우 스무 살을 갓 넘겼을 뿐인데 이신형은 성숙했다. 인생의 순리가 그렇듯 이번 우승도 흘러가는 시간의 한 때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의 내공이 범상치 않았다.

 

 

#. 게임중독
“어릴 때부터 혼자 놀기를 좋아했어요. 내성적인 성격이죠. 그래서 친구가 많지 않아요. 대신 컴퓨터랑 온라인게임과 친했어요(웃음). 초등학교 때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잔소리를 피할 수 있었죠.”
이신형은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이 게임에 심하게 몰입했었다고 털어놨다. 게임을 못하면 불안 증세를 보일 정도로 심각했다는 것이다.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부모님은 공부에 관심 없는 아들에게 프로게이머를 권했다.
이신형은 ‘스타크래프트’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선뜻 부모님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 뒤, e스포츠 대회에서 입상한 번 해보지 못한 그는 모 지방 대회에 나가, 현 소속팀인 김은동 감독 눈에 띄어 연습생으로 본격적인 숙소 생활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프로게이머 자격을 딴 뒤 게임단과 정식 계약을 하는 또래와 다른 행보였지만, 그는 선택에 만족했다.
“유명한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지낸다는 게 신기했어요. 나중에서야 청소하고 빨래하고, 또 연습만 해야 하는 반복된 일상이 힘들다는 걸 깨달았지만, 집을 떠나 숙소 생활을 한다는 자체가 마음을 들뜨게 했죠.” 
 
#. 우승 = 빚 갚기
여느 스포츠처럼 프로게이머도 선수가 화려한 조명을 받기 위해서는 실력과 스타성, 둘 중 하나가 우선돼야 한다. 우승을 하기 전까지 이신형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지극히 평범한 ‘게이머’였다.
물론, 주목을 받을 ‘뻔’ 했다. 팀 내 에이스였던 진영수가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 자리를 채울 누군가가 필요했다. 코칭스태프는 이신형을 지목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 역시 정신적으로 방황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시즌이 끝날 때마다 반성을 하게 되고 잘하자 마음먹은 뒤엔 이상하게도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게임도 재미없었죠. 종목을 ‘스타크래프트2’로 전환하면서 새로 시작할 기회를 잡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가 마음을 다잡게 된 것이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소리다. 물론 우승까지는 5 년이라는 굴곡이 있었지만. 그래서일까. 연이어 보름간격으로 국내 대회 준우승, 세계 대회 우승을 차지함에도 불구, 이신형의 표정은 꽤 덤덤했다. 5년 묶은 ‘한’ 따위야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말이다.
“당연히 이뤄야 했던 것이라고 해야 하나. 그동안 시간에 진 빚을 청산한 느낌이에요. 이영호 선수가 ‘독기’로 최고가 됐다면, 저는 마음을 비워서인 가봐요. 더 이상 끝이란 것이 없었으니까요.”

▲ → 이신형은 지난 6월 9일 잠실에서 열린 ‘WCS 시즌1 파이널’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기자와 인터뷰에서 그는 휴대폰에 소장하고 있던 가족 사진을 쑥스러운 듯 보여줬다. 결승전날, 자신을 응원하러 온 가족과 이신형의 단란한 모습

 

#. 7남매, 그리고 가족
이신형에게 ‘우승자’란 수식어 외에 연관검색어 하나를 추가한다면 가족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무려 7남매의 장남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갖고 있다. 유명해지지 않았더라면 알려지지 않았을 그의 가족사는 선수 생활의 또 다른 매개체이기도 하다.
“형제가 많다보니 일찍 독립을 꿈꿨는지도 몰라요. 프로게이머가 되면 숙소 생활이 가능하니까요. 그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동생들한테 조금 미안하기도 해요. 책임도 느끼고요.”
특히 그와 두 살 터울의 큰 누나는 서울대 장학생이다. 아래 여동생도 전교에서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반해 자신처럼 방황하는 사춘기 남동생도 있지만 형제가 많으니 밀어주고 끌어주고 의지가 된다는 은근한 자랑이다.
사실 이신형은 올 초부터 꾸준히 교회에 다니고 있다. 방황 극복 차원도 있지만, 신앙에 대한 믿음은 목사이신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성실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효도라는 생각에서다.
“지금은 가족이 소중한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가족이 제 팬이니까요. 우승을 더 많이 하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비웠던 마음도 채워질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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