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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 돋보기 - MVP오존 구승빈]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3.07.04 10:18
  • 수정 2013.07.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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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게임이 좋고, 마니아팬 열 트럭보다 여자친구가 더 좋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혈기 넘치는 10대 소년이 e스포츠 팬 앞에 나타났다.
얼마 전 ‘롤 챔스 2013 스프링 결승전’에서 우승한 MVP오존의 ‘임프’ 구승빈이 그 주인공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망아지처럼 거친 욕설로 동료 선수들에게 불쾌함을 주다가도, 몇 마디 나누다보면 눈웃음치며 순한 양으로 변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가 바로 그다.
여느 인기 있는 선수들처럼 잘 생긴 외모나 화려한 입담, 다정한 팬 서비스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구승빈에게는 실력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그를 싫어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그래도 괜찮단다. 자칫 오만해 보이는 위험 발언들이 범람함에도, 구승빈을 미워할 수 없었던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공개한다.

 

#. 소년은 외롭다
구승빈은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지난해 4월 서울로 상경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게이머가 되겠다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그를, 부모님은 왜 반대하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서 구승빈은 아니라고 짧게 대답했다. 아마 말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학창시절은 평범하지 못했다. 오래전에 이혼한 부모님 탓으로 친척집에서 얹혀살아야 했다. 그렇지만 외롭거나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았다. 소년은 씩씩했다.
딱 한 번 서럽게 울었다. 중학교 1학년 무렵,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소년은 이후 다짐했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씩씩하게 무대에서 웃고 있는 구승빈의 얼굴은 한 순간일 뿐이다. 그는 외롭거나 우울할 때 이상하게 게임이 잘된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 외로운 상태일까.   
 
#. 게임천재? !
구승빈은 전세계 ‘LoL' 선수들 중에서 최고 실력을 가진 원거리 딜러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LoL’을 잘한 것은 아니다. 친정팀인 MVP오존(구 MVP화이트)이 팀을 구성할 당시 서울로 올라와 지낼 곳이 필요했던 구승빈은 이 소문을 듣고 당장 달려가 테스트를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게임 실력은 둘째 치고 팀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당시 그의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았다. 게임 매너가 최악이었기 때문. 오죽하면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로 ‘욕설’이 나올까.
이런 그를 구제한 사람은 바로 MVP오존의 임현식 감독이다. 팀원들에게 구승빈 영입을 적극적으로 설득함으로써 어렵사리 ‘예비선수’로 합류할 수 있었다. 반항 끼 충만한 구승빈이 숙소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나갈 것이라는 모두의 예측과 달리, 청소와 빨래는 물론, 무서운 집중력으로 연습에 몰입했다.
그리고 그는 꽤 단기간에 상위 랭커가 됐다. 구승빈은 게임은 무조건 잘한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아이큐가 130이었다고 눈빛을 빛내는 모습이 개구졌다.

▲ → 사진 촬영 요구에 쇼파에 벌렁 드러누워 ‘귀요미’ 포즈를 취하는 구승빈. 영락없는 10대 소년의 모습이다

#. 꿈의 무대 ‘롤드컵’
지난 시즌 대회 MVP오존의 우승은 가히 이변이었다. 중하위 실력으로 시작해 KT롤스터, SK텔레콤 T1 등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꺾고 돌풍을 일으켰다. 결승 상대였던 CJ블레이즈는 완패를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날 우승의 8할은 구승빈이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서운 활약을 보여줬다.
더구나 ‘LoL’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악동’의 이미지로만 각인됐던 구승빈의 가능성을 멋지게 증명해낸 셈이다. 그러나 그에게 뿌듯함은 온데간데없다. 결승전이 끝난 후 구승빈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임 감독에 의하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평소 같으면 ‘꼼수’를 써서라도 내뺄 궁리를 할 녀석인데.
그가 갑자기 진지해진 이유는 뭘까.
구승빈의 대답은 간단했다. 원래부터 고지는 ‘롤드컵’이었다는 것. 한 번쯤은 최고의 위치에 올라 지난날의 아픔을 완전히 잊고 싶은 바람이 그의 마음속에 몰래 숨어있지 않을까. 구승빈의 밝은 미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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