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탕 게임에서 배우다
[데스크 칼럼] 사탕 게임에서 배우다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3.07.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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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크러시 사가’는 월드스타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게임이라 큰 화제가 됐지만,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지는 신작들을 일일이 다 플레이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주얼드나 애니팡같은 퍼즐류에 다소 질린 터라 뮤직비디오에 스치듯 등장하는 '캔디크러쉬 사가'도 그저그런 유사 게임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왠일인지 페이스북 친구들로부터 귀찮을 정도로 빈번하게 이 게임의 초대 메시지가 날아왔다. 
어느날엔가는 마음먹고 '대체 얼마나 재밌길래...'란 생각으로 딱 한번만 해보기로 작정했다. 사탕 투성이 그래픽에 유아용 일러스트의 첫인상은 역시나 실망스러웠다.  
게임 방식이야 거기서 거기라 초반 레벨은 그리 어렵지 않게 클리어해나갔다. 그냥 딱 한번 경험해보고 그만둘 심산이었던 필자는 약속 시간도 잊은 채, 어느틈엔가 캔디크러쉬 사가에 푹 빠져있었다.

매 레벨마다 주어진 이동횟수 내에 젤리를 전부를 없애라든가 과일들을 전부 아래로 빼내라는 등의 미션은 간단해보이지만 아슬아슬하게 미션 실패를 유도하며, 은근한 도전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게임들은 이런 방식으로 게이머들을 묶어두는 게 보통이지만, 이 게임의 그 아슬아슬한 밸런스 설정은 놀랄 만한 수준이다. 5분만 더 올라가면, 산 정상에 다 왔다고 독려하던 그 옛날 아버지의 목소리처럼 사탕이 나를 자꾸만 유혹한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주관적인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캔디크러쉬 사가에는 다양한 삶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 같다. 

게임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만렙은 현재로서는 425레벨이다. 나는 아직도 79레벨에서 머리를 쥐어짜내며 머무르고 있다. 페이스북 친구 중에는 만렙에 육박하는 이들도 꽤  눈에 띈다. 캔디크러쉬 사가에는 어떤 친구가 현재 몇레벨인지 대형 그래픽 맵을 통해 언제나 확인이 가능하다. 이것은 시기와 질투심을 유발해 자꾸만 게임에 도전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유료 아이템을 통해 어렵지 않게 높은 레벨에 오른 이가 있는가하면,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레벨을 올리는 친구도 있다. 개발사 측이 내놓은 통계에 의하면, 385레벨까지 오른 유저 중 75%는 단 한번도 결제를 하지 않았다고 하니, 우리 인생과도 꽤 닮아있다. 부모에게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과 '자수성가한 사람'처럼 말이다. 
  
캔디를 4개 나란히 붙이면, 줄무늬 사탕이 생기고 5개면 별사탕이 생긴다. 3개를 모아 빨리 지워나갈 수 있지만,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4개나 5개를 모으는 꾸준한 참을성이 결과적으론 유리하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처럼, 인내한 만큼의 보상은 한줄을 전부 지워주거나 같은 색 사탕을 한꺼번에 없애줄 만큼 매우 크다.
 모든 소셜게임이 그렇다곤 하지만, 캔디크러쉬 사가는 친구들과의 교류가 매우 중시된다. 친구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새로운 에피소드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료  아이템으로도 가능은 하다. 평소에 '적을 만들지 않고' 인간관계를 잘 맺어둔 사람은 한번의 요청만으로도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에피소드를 열어준다.
 
벽에 갇혀 있는 초콜릿은 통로가 생기면, 사방으로 퍼져나가 게임 플레이에 큰 부담을 준다. 눈 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섣불리 벽을 부수면 초콜릿이 가득 차기 때문에 후회막급이다. 인생에도 들고 날 때가 있는 것처럼, 줄무늬 사탕이나 별사탕을 미리 준비해두고 적절한 타이밍에 벽을 부수면, 부담없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캔디크러쉬 사가를 통해서 인생의 다양한 교훈들을 배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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