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어느 LoL 게이머의 슬픈 이야기
[데스크 칼럼] 어느 LoL 게이머의 슬픈 이야기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3.08.02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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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초나라의 사상가 귀곡자(鬼谷子)는 옛사람의 말을 인용해 이런 명언을 남겼다. 
옛 사람은 “입은 밥을 먹을 때만 사용하고, 말을 할 때는 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일단 입으로 말을 내뱉고 난 후에는 자칫 잘못을 범하게 돼 자신에게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말은 막을 수 없는 것이기에 쉽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옛말에 “말하는 자는 마음이 없고, 듣는 자는 뜻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말을 하기 전에는 항상 여러번 생각해봄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야 한다.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말뿐 아니라, 더욱 조심해야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인터넷에 누구나 쉽게 올릴 수 있는 ‘댓글’이 바로 그것이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에 글쓰기는 더 없이 쉬워졌다.  무분별한 댓글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줄 만한 사건이 최근 북미에서 일어났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 유명 게이머가 페이스북에 장난으로 올린 글로 인해 테러 혐의로 8년의 실형 판결을 받게 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월 13일,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프로 선수였던 텍사스주 오스틴에 사는 18세의 저스틴카터는 친구와 페이스북 댓글 대화에 빠져있었다. 대화 중 친구가 저스틴에게 “너 정말 미친거 같다”고 하자, 그는 “그래 난 정말 머리가 정상이 아니야. 학교에 침입해서 아이들을 총으로 쏘고, 살아 있는 녀석은 확인사살할거야”라는 다소 과격한 농담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글의 말미에 lol(laughing at laud : 대폭소), jk(just kidding : 그냥 농담)라는 인터넷 용어를 붙였다. 어찌보면 그저 친한 친구끼리 말도 안되는 심심풀이 농담을 주고받은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튿날 벌어졌다. 캐나다에 사는 한 네티즌이 페이스북에서 두 청년의 대화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고, 저스틴은 그 즉시 체포되고 말았다.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나 대화를 하다가 ‘학교에 침입한다’거나 ‘확인 사살’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면, 그저 서로 지나친 농담이라 지적하며 끝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말보다 더 무서운 것이 기록이다.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는 제3자의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들의 대화로 오해를 사기에도 큰 무리가 없었던 것이다.  
 테러라면 아주 이를 부득부득 가는 미국 사회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8세 저스틴의 발언이 경솔했던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에게 내려진 징역 8년이라는 징계는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 현지 게이머들의 반응이다. 더욱이 저스틴은 전과 기록도 없고 가택 수사에서 총기류 등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형량이 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장난 삼아 쓴 글 때문에 체포된 저스틴은 절망감에 빠져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수개월간 독방 신세를 졌다고 한다. 이를 차마 볼 수 없었던 그의 부모는 보석금 50만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Free Justin Carter’라는 웹 사이트를 만들어 네티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Change.org’라는 온라인 청원 사이트를 통해 지방법원과 백악관에 보내는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10일, 저스틴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게 된 어느 익명의 독지가가 변호사를 통해 50만 달러의 보석금을 전달해 저스틴은 겨우 석방됐다. 그러나 그 인물이 누구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청년은 석방됐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테러용의자라는 오명이 씌워져 있기 때문에 이를 풀기 위한 재판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저스틴의 구제를 위한 모금이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도 상당한 재판 비용이 들 것이라고 한다.
 악의적이지는 않았지만, 저스틴의 행동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사회 전체를 감시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미국에서는 쉽사리 용인될 수 없는 모양이다.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는 우리들도 어린시절 자주 했던 도둑과 경찰 놀이마저도 학생들에게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하니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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