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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국내 비디오게임시장, 붕괴되는가?

  • 지봉철
  • 입력 2004.10.2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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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그림을 그려보자. 비디오게임 시장이 개방되면서부터 비디오게임을 시작한 사람이든, 음지에서부터 꾸준히 비디오게임을 즐겨온 사람이든 국내시장이 붕괴된다면 비디오게임에 손을 뗄 사람들은 많다. 이유는 한글화 타이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2년동안 많은 게이머들이 ‘꿈’이라고까지 여겼던 한글화게임을 접했다. 처음 한글화 타이틀을 접했을 때 게이머들, 특히 일본판을 구해서 게임을 해온 게이머들은 “이게 꿈인가” 싶을 정도로 감격했다. 그리고 게이머들의 적응력은 뛰어나 지금은 한글화된 타이틀이 당연한 것이 되버렸다. 오히려 영문판으로 나와버리면 어이없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으니 과거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행복한 시기인가?

이 상황에서 비디오게임 시장이 붕괴돼 한글화타이틀이 점차 사라진다고 생각해보자. 당연시 해왔던 한글화 타이틀에 적응된 게이머들중에 과연 일본판을 구해서 게임을 즐기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것인가. 또한 과거부터 일본판을 구입해서 즐겨왔던 게이머들이라도 과거처럼 게임을 자유롭게 구입하면서 즐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어를 잘하는 게이머든 아니든간에 이미 한글화로된 수 많은 타이틀을 접했고 한글화된 타이틀이 얼마나 게임을 다르게 하는지도 알기 때문이다. 또한 비싸다고 불평해왔던 정발게임의 가격보다 2~3만원은 비싼가격으로 일본판을 구입해야할테니 비용 부분도 꾸준히 비디오게임을 즐기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미 문제점은 게이머나 개발사나 모두 인지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나 유통사나 어느 곳 하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2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은 오히려 유통사쪽이다. 몇몇 유통사의 경우 상식밖에 행동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초반에 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사실이다. 처음 PS2가 들어온 초반기에 게이머들의 불만은 크게보면 다음 세가지였다.

+ 발매시기가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 비해서 너무 늦다.
+ 한글화를 안하고 발매를 하여 반쪽짜리 게임을 즐기게 한다.
+ 게임타이틀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게임타이틀의 가격문제를 제외하고 국내 유통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다. 최대한 발매간격을 줄이고 있으며 동시발매도 심심치않게 많아졌다.

또 이제는 대부분 한글화 타이틀이 발매되고 있으며 X박스의 경우에도 모든 타이틀을 한글화하지는 못해도 ‘스플린터셀 : 판도라 투모로우’, ‘풀 스펙트럼 워리어’, ‘페이블’, ‘헤일로 2’ 등 대작타이틀만큼은 한글화를 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판매예상수치가 아주 잘 팔아야 몇천장 수준인 타이틀까지도 모두 완벽한글화를 바라는건 솔직히 소비자들의 욕심이다.

현재까지 유통사는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가격을 조금 낮춰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유통사에게 마냥 가격이 높다고 나무랄만한 시장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2년간 소비자들의 게임타이틀에 대한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 복사는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복사만큼이나 골치아파진 것이 ‘중고시장’이다.

게임타이틀이 판매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버리니 나오자마자 타이틀을 즐기고 싶어하는 매니아들이 아니고서야 신품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도 소비자의 ‘잘못’이라고 나무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돈이 많은 게이머가 아니고서야 게임타이틀 ‘신품’을 구입하는 것은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똑같이 즐길 수 있는 ‘중고품’이 시장에 존재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또한 매장을 이용하든 소비자들끼리 인터넷을 통해서 거래를 하든 ‘중고품’에 대해서 합법이니 불법이니 하는 가치를 부여하기도 어렵다.

결국 소비자들은 새 상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이 중고품을 구입해 즐기고 교환하는 형식을 취한다. 유통사는 그저 중고품을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호소를 할뿐이다. 중고품판매로 인해서 유통사는 속앓이를 하고 있는데 소매점만 배불러지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 또 어느쪽에서도 뚜렷하게 ‘해결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해법’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한가.

흔히들 소비자들이 이야기하는 말 중에서 “가격이 낮아지면 중고품 거래가 적어지고 소비자들이 신 상품을 구매하지 않겠느냐?”라고 유통사에게 가격경쟁력을 갖춘 타이틀을 발매하라고 호소하지만 실제로 가격이 낮아진다고 해서 신품구매가 눈에 띄게 촉진되는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 높지 않다. 그 때가 되면 소비자들인 이미 낮아진 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가격이 높다”라는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부담이 된다”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상황은 난처하다. 유통사는 중고품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소비자의 인식에 대한 각성을 요구하고 소비자는 타이틀에 대한 가격 및 퀄리티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호소할 뿐이다. 발매가 되면 두장씩 구입하겠다던 게이머들이 있었음에도 ‘파이날 판타지 X-2’의 판매량은 암울했다. 말하는 것들과 판매량이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유통사에게 뚜렷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플랫폼 홀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SCEK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플랫폼 홀더인 SCEK는 ‘하드웨어’가 100만장 판매되었다고 축제분위기를 벌이고 ‘PS Two’판매를 위한 TV-CF를 찍고 있을 때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판매자’인 유통사들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돌아봐 주는 것이 맞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 지금 보다 더 공격적으로 X박스 타이틀 유통사들을 지원해줘야 한다.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해결책 마련이 어렵다는 것은 정말 답답한 일이다. 소비자의 각성을, 유통사의 각성을, 소매점에 각성을 촉구하기엔 중고품 문제라는게 참으로 오묘하다. 이것을 게임산업 하나에 국한시켜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시장이 전반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한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흔히들 귀빠지게 말하는 ‘소비자의 성숙’이다. 하지만 잔소리마냥 ‘소비자의 성숙’을 천번을 외치든 만번을 외치든 소용이 있겠는가. 현재로서는 유통사와 소비자, 소매점간의 타협점을 찾기위한 노력을 플랫폼홀더인 SCEK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능동적으로 움직여줘야한다. 또한 국가차원에서도 문화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과 폐해에 대한 해결책을 발빠르게 대처해가야할 것이다. 모두 힘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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