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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개발사에 스카웃된 19살 니트족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8.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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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히트작 ‘엘더스크롤V : 스카이림’의 북미 커뮤니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19살의 ‘알렉산더 J 베리키(Alexander J Velicky)’라는 청년이 혼자서 만들어 내놓은 MOD게임 ‘팔스카(Falksaar) 때문이다.
 PC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MOD는 Modification 또는 Modifying의 약자로 PC를 하드웨어적으로 조작하거나 소프트웨어를 개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조한다고 하면, 어찌보면 지적재산권을 무시한 위법적인 행위로 보이기 쉽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일종의 개조 문화가 일상화돼 있다. 때문에 일부 개발사들은 MOD개발자들을 위해 제작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 코드나 개발 도구를 공개할 정도다.
 그들의 MOD 문화는 1990년 초반 등장한 id소프트가 큰 영향을 줬다. 1992년에 출시한 id소프트의 걸작 ‘리턴 투 울펜슈타인3D’에서 게이머들이 코드를 조작해 자신만의 캐릭터나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이 대유행이었다.

 당시 id소프트의 사장 ‘존카멕’은 게이머들의 이런 개조 행위를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팬들의 열정에 감복한 그는 1993년 둠의 그래픽과 사운드 정보를 정리한 파일(결국 소스코드)을 팬들에게 공개했다. 그 덕분에 MOD제작자들은 데이터의 위치 파악이 한결 쉬워졌고 MOD게임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후 하프라이프의 MOD ‘카운터스트라이크’와 퀘이크의 MOD ‘팀포트리스’, 워크래프트3의 MOD ‘도타’ 등이 큰 호평을 받으며, 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2012년 들어 베데스다소프트웍스가 자사의 스카이림 MOD를 제작할 수 있는 공식 저작툴 ‘크리에이션 키트’를 공개하며, MOD제작자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이 저작툴이 공개되고 1주일만에 1,400종의 스카이림 MOD가 스팀워크샵에 공개됐고, 2달 후에는 5,000종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스카이림 MOD는 다운로드수만 총 200만회에 달했다.
 19살의 베리키도 그 수많은 MOD 제작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혼자서 만든 MOD 팔스카는 7월말 기준으로 스팀워크샵에서 17,000회, 유명 MOD 커뮤니티 사이트 ‘넥서스 모드’에서 27,000회의 엄청난 다운로드 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는 친구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을 때, 공부는 커녕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고 오로지 MOD 제작에만 매달렸다.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원조 받는 이른바 니트족의 전형이었다.  ‘팔스카’를 위해 그가 제작에 쏟은 시간은 무려 2,000시간이 넘는다.
북미의 한 매체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베리키가 수많은 작업을 전부 혼자서 행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MOD 커뮤니티의 100여명의 개발자들이 십시일반 제작을 서포트해줬다. 캐릭터 모델링과 텍스처 제작, 사운드 등 외적인 부분은 커뮤니티 친구들의 힘이 컸다.
특히 캐릭터 음성 더빙을 위해서는 베리키 씨가 직접 오디션을 통해 30명의 세미프로 성우들을 뽑아서 기묘한 캐릭터들의 느낌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게임 디자인, 프로듀싱, 디렉션 등 혼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 노하우를 확실하게 쌓았다고 그는 말한다.

그 결과 베리키는 최근 베데스다 측으로부터 공식 스카웃 제의를 받고 스카이림 개발팀에 당당하게 입사했다. 개발사의 고위 간부는 ‘팔스카’의 제작 초기부터 청년을 눈여겨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성공 사례는 북미 게임계에서는 심심치 않게 엿보인다. 기어박스를 설립한 ‘랜디 피치포드’는 취미로 ‘듀크뉴켐3D’의 맵을 만들던 게이머 출신이었고 ‘팀포트리스’를 제작한 ‘로빈워커’도 밸브에 전격 스카웃돼 스타 개발자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자금과 상용 게임 개발 경험이 없어도, 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19살의 베리키는 증명하고 있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경로는 여러갈래다. 남들이 가지 않은 수풀이 무성한 길이 될수도 있다. 간절한 꿈이 있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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