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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리니지' 게이머들의 라이프 스타일 <2>

  • 정리 = 안희찬
  • 입력 2003.12.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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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사실, 온라인 게임이야말로 게이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서 더욱 더 극단적으로 다른 특성을 드러낼 수 있다. 왜냐하면 온라인 게임은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한 컴퓨터게임들과는 달리 게이머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서 자체적인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한 게임들은 주로 싱글플레이 게임이었다. 이런 게임들은 게임개발자가 만들어놓은 세계와 스토리 구조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게이머들은 그 스토리 구조에 맞추어 게임을 하고 떠나게 된다. 즉, 싱글플레이 게임 속에서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는 게임 자체의 구조 속에 이미 정해져 있다.

그 게임이 슈팅액션 게임이라면 게이머는 총을 쏘고 파괴하는 활동을 주로 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 게임이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이라면 게이머는 어찌되었든 자신의 분신을 키워나가는 일을 하는 수밖에는 없다.
이러한 싱글플레이 게임의 경우에 ‘게임의 특성’은 게임 자체의 특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행성을 가진 게임이라 하면 그것은 게임 자체에 이미 사행성을 조장하는 요소가 들어있다는 뜻이다. 어떤 게임 속에 룰렛 게임이나 고스톱 게임의 특징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이를 근거로 그런 게임을 개발하거나 서비스하는 회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MMORPG) 은 싱글플레이 게임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게임 공간이 단절되지 않고 계속 유지·발전한다.

1998년 9월부터 서비스되기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의 경우, 서비스 시작 이후 지금까지 수정과 보완을 거치면서도 멈추거나 새로 시작하지 않고 계속 처음 세계의 지속성이 유지되어 왔다.

그 결과 온라인 게임의 세계는 각각 자체적인 역사를 보유하게 되며, 그 역사는 게이머들이 게임 개발자가 제공한 환경을 사용하고 변형함으로써 자체적으로 창조해낸 게임의 스토리와 구조가 된다.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 개발자가 설정한 환경들은 몬스터 같은 NPC(Non Playable Character)로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NPC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용자들이 조종하는 PC(Playable Character)들이다.

이 PC들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동일한 게임설정이라 할지라도 처음의 설정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마치 안전한 교통법규를 만들어 놓아도 운전자들이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위험한 교통환경이 구성되는 것과 유사한 과정이다.

그 결과, 온라인 게임세계는 현실사회와 비슷한 속성을 띄게 된다. 게임 개발자는 마치 현실세계의 건축가나 행정가처럼 건물과 도로를 건설하고 사법제도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 건물과 도로를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하고 법을 어떻게 준수하거나 피하느냐에 따라서 그 세계의 특성은 180도로 달라질 수 있다.

즉, 온라인 게임은 게임의 속성이 게임 자체의 내적인 구조에 달려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게임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진화시켜 가는 게임 세계 속의 문화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온라인 게임 혹은 MMORPG는 프로그램으로서의 게임이라는 개념보다는 가상사회로 간주하고 접근할 때 더 잘 이해하고 개입할 수 있다.

즉, 온라인 게임의 개발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기존의 게임 개발에 사용되는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사회현상에 대한 지식과 이해라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게임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 결과, 게이머들은 온라인 게임 속에서 새로운 자기정체성을 만들고, 공동체 활동을 영위하며,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타행동이나 집단행동, 공격행동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아이템의 생산과 소유 행위를 하면서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다.

작년과 올해 한국 ‘리니지’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연세대학교 황상민 교수 연구팀에서 필자가 참여한 연구결과는 동일한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일지라도 그 게임에 대해서 어떤 공유된 이미지의 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게임에 부여하는 의미와 그 게임 속에서 하는 행동에 일관적인 차이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연구 결과 리니지 게이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크게 다음 셋으로 나뉘어졌다. <표1 참조>||■ 싱글 플레이어
+ 주요 속성 : 매너중시, 개인주의, 자기와 관련된 공공문제에 관심
+ 주장 : 게임은 그냥 게임이다.게임 속 자유를 누리겠다. 누가 성혈이 되든 상관 않는다. 혈맹에는 가입 안한다.
+ 좋아하는 단어 : 자유. 관여하지 않는다. 상관하지 않는다.
+ 싫어하는 단어 : 경쟁, 희생, 위계질서, 복종, 차별
+ 게임성향 : 전반적으로 PK행동 적음. 사냥과 채집 중심공동체활동 적음. 레벨과 재산 모두 중간이하게임 몰입수준 낮음.
+ 인구통계 특성(한국) : 연령, 학력 높은 경향
+ 오프라인라이프스타일 : 개인주의적 보보스형

■ 공동체지향 게이머
+ 주요 속성 : 성실성 중시공동체주의, 신봉건주의공공의 문제에 전반적인 관심
+ 주장 : 이 게임(리니지)는 조직력의 게임이다. 조직과 단결이 우선이다. 남이 잘되면 나도 좋다. 게임 속의 정의를 세우고자 한다. 정의는 위계질서와 복종과 희생에 의해 만들어진다.
+ 좋아하는 단어 : 희생, 위계질서, 복종, 정의, 동료의식, 평등, 공동의 이익.
+ 싫어하는 단어 : 이기주의, 차별, 개인주의
+ 게임성향 : 전반적으로 PK행동 적음. 사냥과 채집 중심공동체활동 적음. 레벨과 재산 모두 중간이하게임 몰입수준 낮음.
+ 인구통계 특성(한국) : 연령, 학력 평균
+ 오프라인라이프스타일 : 전통주의적 보수형 공동체적 개방형

■ 탈사회적 게이머
+ 주요 속성 : 힘과 재력 중시남성우월주의, 구봉건주의공공의 문제에 무관심.
+ 주장 : 이 게임은 강자의 게임이다. 내가 우월해지는 게 우선이다. 사람들을 우열로 구분한다. 돈벌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 좋아하는 단어 : 경쟁, 부자, 우월하다, 성공, 성취.
+ 싫어하는 단어 : 정의, 도덕, 열등하다, 실패, 패배.
+ 게임성향 : 규범적 PK 많음. 전투와 사냥 중심공동체활동 활발. 재산은 중간, 레벨 높음. 게임 몰입수준 평균
+ 인구통계 특성(한국) : 연령 낮거나 매우 높음. 학력 낮은 경향.
+ 오프라인 라이프 스타일 : 물질주의적 신봉건형 개인주의적 보보스형||온라인 게임은 다양한 사회적인 현상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 아이템의 현금거래, 게임속 집단행동의 오프라인화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들의 원인이 온라인 게임 자체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문제가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 드러난 것일 뿐인지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게임이 사용자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온라인 게임 자체의 설정이나 특성(PK가 가능한지, 아이템 드롭이 가능한지, 얼마나 선정적인 그래픽인지)등에만 기초하였으며, 이에 근거하여 온라인 게임의 속성에 대한 판단과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게이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서 동일한 게임이라 할지라도 다른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플레이된다는 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단순히 게임 속의 디자인이나 시스템 특성만을 가지고 게임의 내용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하겠다.

그보다는 게임 세계 속에 어떤 문화가 형성되어있고 게이머들이 실제로 이 게임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게임회사가 온라인 게임에 개입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게임 시스템의 수정이나 변경(패치)로 게임 세계가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파트를 몇만채 더 지으면 강남의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식의 기대와 비슷하다.

후자의 정책이 그럴 듯 하게 받아들여지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현재 한국사회의 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난받는 것처럼, 게임 회사도 게이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패치만으로 승부를 하려 할 때 게이머들의 반발이나 또 다른 게임문화의 왜곡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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