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게임이 불치병을 고친다면…
[데스크 칼럼] 게임이 불치병을 고친다면…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3.11.22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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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설이라 믿고 있는 것들 중 상당수가 진실이 아니라면?
발터크래머와 괴츠 트랭클러는 그들이 저술한 ‘상식의 오류사전’에서 시금치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아주 오래 전 여러가지 식품의 성분을 분석할 때, 실수로 소수점 자리가 한자리 위로 잘못 찍히는 바람에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이 10배나 불어나게 됐다는 오류를 찾아냈다고 한다.
 당시에 이 사소한 실수로 인해 미국 시금치 생산지로 유명한 텍사스 크리스털 시티에는 ‘용감한 뱃사람 뽀빠이 덕분에 미국의 시금치 소비량이 33%나 증가했다’는 기념비가 세워졌고,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는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시금치를 반강제적으로 먹어야만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금치의 실제 철분 함유량은 100g 당 2.2mg으로 달걀 2알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오류는 이미 1930년대에 밝혀져 수정됐지만, 뽀빠이의 시금치 신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금치를 많이 먹으면 근육이 붙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신장에 결석이 생긴다는 의학적 진실을 기성세대들은 철저하게 감춰왔던 것이다.

이같은 인식의 오류는 지금 이곳 2013년의 대한민국에서도 자행되고 있다. 옛말에 목소리 큰 놈이 장땡이라 했던가. 정치권은 게임은 사회악이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못해, 이젠 메가폰까지 동원해 거짓을 진실인 듯 포장하고 있다. 게임이라면 어두컴컴한 오락실을 연상하는 기성세대들에게 게임을 독버섯의 숙주인양 무차별 세뇌시키고 있다. 

무지한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몇년 전의 일이다. 관련 분야의 박사들이 1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낼 수 없었던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게이머들이 발견한 일대 사건이 있었다. 생물체를 만드는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연결된 고분자화합물이고, 아미노산의 배열에 의해 다양한 입체적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를 단백질 폴딩이라 부른다. 아미노산의 배열로 그 입체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면, 수많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지만, 이는 슈퍼컴퓨터로도 해결할 수 없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워싱턴대학의 컴퓨터엔지니어링 학과와 생화학과는 이와 관련된 게임을 만들어, 게이머들로부터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퍼즐게임 ‘폴디트(Foldit)’였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이 불과 열흘만에 풀어낸 분자 모델이 에이즈 치료용 신약 개발에 중요한 효소 구조의 기반이 됐다. 그 성과는 폴디트 게임의 업데이트에 의해 에이즈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나 암 치료 등 새로운 질병 치료에 크나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게임을 그토록 비난하는 분들이, 치매나 암에 걸리지 않으란 법은 없을 터. 그들을 병마로부터 해방시켜준 것이 바로 ‘게임’이라면, 그 분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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