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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특집] 쓰레기 게임으로 돈 버는 방법?!

불과 15분 플레이타임 어드벤처 게임 … ‘쓰나미’ 사건에 비춰 철저히 포장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3.12.06 09:21
  • 수정 2013.12.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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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학생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있으면 언제나 깜짝 놀랄 만한 경험을 하곤 한다. 턱없이 부족한 개발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뛰어난 아이디어로 무장하거나, 독창적인 시도를 통해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들이 다수 있다. 반면 그 보다 더 높은 확률로 기존 게임의 오마주를 선보인다거나,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시나리오를 각색해 게임을 내놓은 사람들이 더 많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후자에 가깝다. 이 작품은 언리얼 개발자 킷을 만지작거리다가 시나리오 써놓고 한 3일만에 완성한 듯한 게임을 공개하더니, 순식간에 유명세를 탄다. 장르도 흔하디 흔한 어드벤처 게임이다. 기술력만 따지자면 게임메이커로 게임을 개발하는 국내 중학생들이 더 잘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그런데 막상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을 지켜 든다. 대부분 평점 4점대에서 5점대를 주면서 호평을 달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9.03m은 영국개발팀인 스페이스버지가 지난 9월 12일 공개한 작품이다. 이들은 학생 개발팀의 신분으로 IGF2014에 참가를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 졌다. 여전히 유명한 게임은 아니지만 11월 말경 스팀 메인 코너에 소개되면서 조금씩 유저를 확보하는 추세다. 게임 가격이 1.99달러에 팔리는 만큼 구매하는 사람들도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 하다.

나비를 쫓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막상 게임을 실행시켜 보면 텅 빈 화면에 배경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1인칭 시점으로 진행하는 어드벤처이기때문인데, 이리 저리 움직이다 보면 게임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이동을 하면서 마우스를 움직이고, 오브젝트들을 발견한 다음 단서를 풀어 나가면 된다.
딱히 복잡한 퍼즐들은 없고 특정 부분에 마우스를 가져다 대면 풀리는 퍼즐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 정답에 해당하는 퍼즐을 풀었다면 커서는 나비로 바뀌고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 나비를 찾아 다니는 게임쯤 되겠다.

몽환적인 색채로 만들어낸 세상
이 게임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예술성을 가진 작품일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색채다. 마치 물에 빠진 세상을 보는 듯 채도가 낮은 색들로 구성했다.  대부분 색들은 옅은 파란색과 혼합돼 있고, 유사한 레벨대로 색채를 구성해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실남나게 그려 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그다지 많지 않은 오프젝트들이 곳곳에 떨어져 있고, 이 사이를 탐험해 나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텅 빈 공간을 헤메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반대로 봄면 할 게 없다. ‘여백의 미’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색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게임은 가히 쓰레기라 불러도 좋을 만큼 끔찍한 게임일 수 있다.

 

시나리오로 해답을 찾는 게임
실은 전반적인 내용들은 모두 ‘시나리오’와 연계돼 있다. 물에 빠진듯한 세계도, 마치 중2병에 걸린 사람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듯한 대사나 게임 전개 방식도 모두 다 한가지 포석을 위한 것이다. 바로 2011년 일본을 덮친 ‘쓰나미’가 소재다. 이 속에서 주인공은 이미 떠나간 사람들을 추억하기 위해 내용을 전개하는 식이다.
개발팀은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본어와 영어를 혼용하고, 주인공을 일본인으로 설정해 일본어 이름을 짓는 등 다양한 부가 장치를 동원했다. 개발사는 ‘잃어버린 진실, 잘못된 통계를 알리기 위해 이 게임을 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들은 왜 ‘쓰나미’를 써야 했을까
한마디로 이 게임은 ‘쓰나미’라는 말을 제외하면 남는게 없다. 이처럼 성의 없는 게임도 찾기 어렵다. 그런데 누구도 감히 악평을 달지 못한다. 시나리오상 ‘쓰나미’라는 단어를 동원하면서 동정심을 호소하는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마치 이 게임을 반대하면 ‘쓰나미’에 희생된 사람들을 모욕하기라도 하는 듯한 찝찝함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그 찝찝함 보다 이 게임 속에 숨어있는 추악한 속내가 더 참기 어렵다. 칼, 필, 로난, 알버트 등 모두 순수 영국식 이름을 가진 영국 개발자들은  ‘쓰나미’라는 단어로 추악한 게임성을 포장해버리고, 오히려 이를 전면에 내세워 게임을 유가로 팔기까지 한다.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어젯밤에 파티를 너무 즐겨서 오늘 술취한 채로 수업을 듣고 있다는 트윗을 하루 종일 쓰고 있는 스페이스버지 개발팀원들의 술값으로 쓰이는 대신, 재미있는 게임 개발하겠다고 마누라 눈치를 보며 두 평짜리 더부살이 임대 오피스텔에 앉아 오늘도 다 된 게임을 붙잡고 ‘분명 더 재미있는게 있을거야’라며 또 뒤엎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땅한 수익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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