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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완전공략법] ②"왜 날 이유 없이 죽여!" "어디 사는지 알기만 하면..."

  • 지봉철
  • 입력 2002.10.0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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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굳이 게임만을 즐기는데 만족하지 않고 현금거래를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현금거래를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게 된다. 왜 현금거래를 하냐고?
“어떤 사람이 날 이유없이 죽였다. 너무 분하고, 너무 화가나서 그를 죽일때까지 괴롭힐거야. 돈?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어. 어디 사는지 알기만 하면 당장에라도 찾아간다니까 …”
게임속에서 이런 감정 안 느껴본 플레이어들은 아마 단 한명도 없을 것이라 장담하고 싶을 정도다. 그 정도로 리니지는 한국인들의 성향을 잘 꼬집어 내 자극적인 게임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서비스 되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은 잘 알지 않는가? 외국인들이 한국인들과는 플레이를 같이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어디 한두번인가? 스타크래프트도 그랬고, 디아블로도 그랬고, 울티마 온라인도 그러했다. 우리의 독특한 게임문화가 게임안에서는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엿보게 한다.
하지만 리니지는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고 제작사와 운영진도 한국인들이라 이러한 한국인들의 습성을 더 잘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러한 습성을 악용했으면 했지, 좋은쪽으로 이끌어주지 못한 것 같다.
아무튼 플레이어들이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플레이어들이 몰지각하거나 무식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더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아바타에 대해 소중한 마음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플레이한 노력의 시간을 인정받고 싶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일전에 리니지 관련 사이트의 웹마스터를 하기 전에 웹에 관해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로 PC방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리니지는 이미 게임들중에 제왕의 자리를 차지할 만큼 찾는 고객들이 많았다. 처음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리니지를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리니지를 가르켜 주고, 함께 게임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관이 돼 갔다.
하루는 중학생 2명이 즐겁게 들어와서는 리니지를 찾았다. 학교에서 애들이 모두 리니지 얘기만 하기 때문에 자기들도 리니지를 해보려고 왔다고 했다. 그 당시 필자가 페인 리니지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학생들이 알고 온 듯 했다. 무척이나 친해보이는 이 학생들은 서로 탄성을 지르며 게임을 시작했고, 이것 저것을 빨리도 습득해 나가기 시작했다. 둘은 무척이나 친해서 서로 아이템을 공유하기도 하고, 서로 같이 사냥을 하기도 하곤 했는데, 한달정도가 지나서이던가?
갑자기 PC방이 시끄러워져서 고개 들어보니 이 두명이 PC방에서 치고 박고 싸우고 있는게 아닌가? 기가막혀 둘을 뜯어말리고 난 다음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이템 하나를 서로 가질려고 자기주장을 하다가 말이 거세지고 결국에는 주먹다짐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위해주던 친한 친구관계가 한순간에 원수지간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 친구들에게는 이미 리니지안의 캐릭터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게 느껴졌을 것이다. 중독성이 강하게 배어 있음을 직감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필자가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화해를 시킨후 리니지를 그만하라고 조심스럽게 충고해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이제는 리니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켜주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던 시기였는데, 친하게 지내는 여동생이 자꾸 리니지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두달정도를 모른척하고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오빠는 리니지에 미쳐 허덕거리면서도 동생한테는 안된다’고 비춰질 것 같아 결국엔 리니지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그것도 조목 조목 아주 상세하게 -_-;;
여자가 리니지를 한다는 것은 현실생활에서 술취한 남자들에게 심한 성적 욕설을 듣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빨리 배워서 리니지를 통달하게끔 하는게 제일 좋겠다 싶어 아주 빨리, 그리고 자세히 가르쳤다. 하지만 역시나…
친하게 지내던 여동생은 6개월간 리니지를 하면서 필자 앞에서 울음을 터트린 것만도 30~40번은 되는 것 같다. 게임안에서 여자요정 캐릭터를 선택, 그저 몬스터 잡으면서 레벨업하는 재미로 게임을 하던 이 친구는 여성 유저들의 일반적인 게임특징인 채팅에 몰입하게 되고, 결국엔 남성 유저들의 성적희롱과 PK로 인한 자기 캐릭터의 계속된 죽음, 그리고 온갖 노력을 통해 만든 자신의 아이템 분실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면서 리니지란 게임에 대한 시각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친구도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점차 강해지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가 당한 만큼 되돌려주는 복수가 있었기는 하지만, 그러한 모습은 한계가 있는법!
게임속에서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현실에서도 몇 번 만나고 하면서 친목을 다지기도 하던 이 친구는 급기야 어떤 남성에게서 아이템을 준다며 성적 유혹을 하자, 단 한번의 미련도 없이 바로 게임을 접어버렸다.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면서…
“말로만 듣던 아이템 때문에 몸파는 사람 있다고 하더니 6개월동안 게임하면서… 설마 설마 했는데, 실제로 보기도 했고 그리고 나한테도 그러는 사람이 있네. 이건 게임이 아니야”
이러한 사례는 정말 많다. 열거하라면 수를 셀수도 없다. 마지막 하나만 더 이야기해보겠다.
서울 신림사거리에 자주가던 PC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번화가이고 술집들이 많은 동네이다보니 소위 말하는 건달들이 많다. 그리고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건달들도 리니지를 많이 한다.
건달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남들에게 눈에 띄는 행동해서 피해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조용히 자기들끼리 게임을 하고 자기들만의 세상일 경우에만 목소리가 커진다. 그건 단순히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행동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디 그러한가? 짧은 머리에 건장한 체격에 검은 양복은 입은 사람들이 마우스를 쥐고 게임을 하면서 인상한번 쓰면 건달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지레 자기들이 먼저 벌벌 떠는 것을…
게임안에서의 플레이를 보면 아마 믿기지 않을 것이다. 실제 현실과 똑같이 말하고 현실과 똑같이 캐릭터를 운전한다. 지금도 어쩌다가 한번씩 만나는 김모씨! 가끔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처음 리니지 배울때를 얘기하면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 리니지 배울 때는 캐릭터가 텔레포트(순간이동)하면 지는줄 알았지! 죽어도 임전무퇴! 우리 사는게 그렇거든! 그래서 절대로 싸울 때 텔레포트 안했지, 그리고 주변에 동생들이나 여자애들 맞는 소리나면 만사 제쳐두고 가는거야. 가서 죽으라 싸워! 그래서 아이템 떨구면 사내 체면이 있지 빈 몸뚱아리로는 필드에 못나가거든, 그러니까 또 현금으로 사는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련했는지는 몰라도 우리 사는 방식이 그렇거든… “
게임은 게임이야라고 외치는 일부 게이머들의 외침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게임방식은 정말 이해 못할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김씨같은 사람들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게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아바타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가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게임일뿐이니 현실과 혼동하지 말고 게임으로 즐기라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한다. 심지어는 게임 제작사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건 어불성설이다.
게임으로 즐겨주길 원한다면 롤플레잉게임을 만들지 왜 온라인게임을 만드는 것인가? 온라인으로 다중의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게임을 하고, 그리고 리니지 같은 유형의 생존게임 방식속에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게임을 게임으로만 보고 플레이 한다는 것은 아마 힘들 것이다. 아니 무조건 힘들다라고 말하고 싶다.
결론을 말하자면 리니지의 최대 단점은 온라인 게임의 독특한 플레이방식을 만들어낸 플레이어들과 그 플레이어들을 순화시키지 않고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수수방관해 온 제작사의 비 도덕적 운영방식을 동시에 꼽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PC방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또 게임문화는 이제 어떠한 문화보다 더 우리 현실속으로 파고 들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리니지가 현재의 독보적인 존재로 있는 이상 제작사의 행보를 우리는 주목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게임제작사들은 따라할 것이 없는지 완성되지도 않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그런 추태까지 리니지를 따라하지 않는가? 완성된 게임을 만들어 내던 게임제작사들의 장인정신은 사라지고, 그저 유저들을 사육, 고기와 기름을 얻어내고자 하는 상술만이 판치는 게임 문화를 만들어 낸 것도 리니지다. 리니지가 문제 있는 게임인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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