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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위기, 돌파구는 없나②] 끊임없는 규제 신음하는 한국 게임 업계

‘중독성’시비에함몰된게임산업…게임향한‘마녀사냥’본질외면한‘눈가리기’

  • 채성욱 기자 luke@khplus.kr
  • 입력 2014.07.22 09:53
  • 수정 2014.08.0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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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규제 정책은 ‘강제적 셧다운제’가 적용되던 2011년 이전부터 이미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2013년 초 손인춘, 신의진 법으로 불리는 ‘게임중독법’발의가 게임업계 규제정책의 정점을 찍었다.

게임을 약물, 알콜, 도박과 같은 4대 중독물로 분류한다는 이 법안의 실체는 놀라웠다.‘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 여기엔 결국게임사 매출의 1%를 중독치유기금으로 징수하고, 불이행시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납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의 산업 규제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에 대한규제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경향게임스>는 규제 정책의 화두를 분석하고 나아가 게임산업 발전의 해법을 찾기 위해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지난 4월 강제적 셧다운제가 합헌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여성가족부에선 이에 대해‘게임을 바른 산업으로 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게임업계를 다시금 경악케 했다.

한국사회가 게임을 이토록 선도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굳게 믿게된 경위는 무엇일까. 그 근간에는 문제의 본질 탐구를 외면한 한국사회의 현상학적인 문제해결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청소년의 탈선이나 학습부진의 원인이 게임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믿는 학부모와 사회를 혼란케 했던 강력범죄의 피의자들의 공통분모를 게임 과몰입으로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이는 사회가 가진 더 근본적인 문제의 저변을 감춰버리는 일이다. 게다가 이런 현상에 원색적 언론 보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한국 사회는 속칭‘때리기 좋은 산업’, 만병의 근원으로 게임을 지목하기 시작했다.

 

‘사회 병폐’외면한 마녀사냥

2014년 6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 주최로 열린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대토론회에선, 이례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법조계와 의학계는 물론 특히 문화계 학자와 예술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게임을 하나의 예술 매체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이다.

이 행사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된 것은 게임의 예술적 가능성 뿐아니라, 우리사회가 왜 게임을 중독물 혹은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는가하는 본질 문제였다. 

당시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우리나라의 입시 교육제도를 꼬집었다. 게임규제에 저변에 깊이 깔린 청소년 보호의 논리가 바로 이 시스템을 옹호하는 장치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안하면 공부를 할 것이다”라는 단편적인 논리 속엔 이 사회 어른들의 과도한 교육열과 편의주의가 숨어있다.

청소년의 건강과 수면권 보호에 대한 논리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활동량이 적은 것은 과도한 학업으로 인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시간 때문에 그 이외 활동들이 위축되고, 그런 아이들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욕구를 해소는 것이 바로 게임이다. 그러나이 사회는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게임 때문에 잠을 못자고, 운동을 못한다고 접근한다.

이런 사회적 시각은 장시간에 걸쳐 생겨났다. 게임에 대한 본질 논의와 연구가 뒤로 미루어지고 있던 당시 대중은 삶의 영역에 갑자기 파고든 이 문화를 이질적인 위험요소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게임산업의 성장과 영향력이 밥벌이 수단을 넘어 한 시대의 문화로 자리 매김하면서 그에 대한사회적 접촉과 노출빈도는 더욱 증가했다.

 

‘중독’에 함몰된 게임

지난 2014년 5월, 신의진 의원 주최한 중독예방 관리를 위한 안전망과 국가법제도체계 구축을 촉구하는“범종교시민사회 200인 선언 및 토론회”가 열렸다. 사회 각층의 범종교 인사들과 학자들이 모여 중독물 관리와 중독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런 국가적 노력과 관심을 촉구하는 토론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논의의 한켠에 인터넷게임이 끼워져 있었다. 그들의 논의는 국가의 중독물 관리와 중독자 지원이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들이 논의하고 있는 마약문제와 알콜중독의 폐해 속에 게임의 본질 논의는 함몰되고 말았다.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여론이 사회 한켠에선 확실시 되고 있는 이런 현상은 게임 산업 자체에 대한 악영향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 근간엔 게임 자체가 아니라 현상을 보고 문제라고 여기는 사회적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의도적 오류는 사회 다방면에서 게임과 같은 대체 희생량을 찾아 본질적 문제에 면죄부를 준다.

특히,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수면권 보호라는 미명 하에 광범위한 직접 규제를 행하면서도, 게임의 사용 당사자인 청소년이 아닌 제3자인 학부모나 정치인들의 지지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현상이 바로 그런 예일 것이다.

또한, 이 사회 가진 입시제도에 대한 맹신은, 학습권 보호가 청소년 보호의 근본 담론으로 변질되게 만들었다. 그뿐인가, 그 무엇보다 게임산업 근간과 게임 자체의 본질 연구에 대한 담론 역시 정치 이슈와 이런 사회적 여론에 발목을 잡혀 있는 실정이다.

 

‘한발 물러’ 이해와 대화나눠야

물론, 색다른 조짐도 일고 있다. 새정치 민주연합의 김광진 의원은 게임을 게임을 예술 매체의 하나로 인정하는 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거기에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게임 셧다운제 폐지법안’을 발의 여론을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임의 본질 탐구에 나선 학자들은 최근‘제1회 대한민국 게임포럼’을 열고 게임의 본질과 가치를 탐구하며 그 대화와 연구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법조계 전문가들은 ‘게임입법과 정책 세미나’를 개최해, 이 시대 게임의 사법적 의미와 가치의 재정립을 논의 또한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1일 손인춘 의원 주최‘제2회 인터넷 게임중독 토론회’가 열렸다. 무엇보다 이 자리에 초청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게임학회 및 게임관련 학자들이어서 업계의 관심 쏠렸다. 서로의 의견의 조금 물러서 경청하고 조율하는 장을 기대했던 것.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게임의 중독성을 더 탐구해야 한다는 학자들과 중독을 기본 전제로 규제 관련 논의를 하자는 손 의원의 입장차만 확인한 자리가 됐다. 한 업계 전문가는“손 의원은 국가의 규제책과 반대된다는 여론을 의식해 이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날 진행을 맡았던 이재홍 게임학회 회장은“서로 한발 양보해 더욱 긍정적인 담론을 이끌 수 있는 자리였으나그렇지 못해 아쉬웠다”고 전하기도 했다.

게임 산업에대한 이런 첨예한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게임산업이 자신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산업이 존속해야 이런 기회도 찾아온다는 것 알아야한다. 당장의 눈앞에 문제를 규제와 제한으로 풀어간다면, 이는 결국 언발의 오줌누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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