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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심야에도 게임한다는데…‘이상한 규제완화’ 업계는 ‘분통’

  • 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14.09.15 11:06
  • 수정 2014.09.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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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완화가 게임사들에게 오히려 ‘독’… 개선안 대응에 따른 비용, 인력 문제 ‘부각’

학부모와 청소년 간의 갈등만 더 부채질 …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업계‘깊은 한숨’

 

지난 9월 1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청소년 대상 인터넷게임 제공 시간에 대한 부모 선택권을 확대하고, 양 부처와민간전문가(게임업계, 청소년계)가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내용의 게임 규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 게임 규제 안의 골자는‘셧다운제 완화’다. 기존 셧다운제(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에 대해 부모가요청하는 경우, 접속 차단을 해제해준다는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지난 3월,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현장에서 게임업체 대표가 게임 규제를 완화하고 논의 창구를 일원화해달라고 요청한데 대해, 학부모 및 게임업계와의 간담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과 양 부처의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는 것이 여가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셧다운제 완화’와 관련해 또 다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관련 인력도 충원해야하기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셧다운제 완화’가 자칫 사회적 문제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게임업계 한 전문가는“누구는 게임을 하고 누구는 게임을 못하는 상황이 될 경우, 청소년들이 학부모에게 나도(친구처럼) 밤에 게임을 하게 해 달라고 떼를 쓸 것”이라며“이는 학부모들에게 게임에 대한 인식을 더욱 나쁘게 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번 개선안에 대해서 여가부와 문체부는 청소년의 과도한 인터넷게임 이용에 따른 역기능 예방을 위해 시행중인 인터넷게임 제공 시간 제한 제도에 대해 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가정 내에서 자녀의 게임이용 지도가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고, 일률적인 제도 적용으로 인한 부모의 양육권 침해 논란도 해소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여가부와 문체부는 규제 논의 창구 일원화를 위해 양 부처와 게임업계, 청소년 단체 등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상설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업체 부담만‘가중’

‘셧다운제 완화’일명‘부모선택제’에 대해서 업계는 차라리 기존‘셧다운제’가 낫다는 입장이다. 갑자기 이제 와서 개선안을 내놓는 것은 3년 동안 틀을 잡아온 업체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체 관계자는“게임규제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이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심 용도의 법안이 아닌지 의심된다”며“부모선택제를 또 어떻게 맞춰가야할지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대형 퍼블리셔의 경우, 개선안에 대해서 즉각 대응하고 이를 콘트롤할 인력이 있지만, 중소업체의 경우 법안이 바뀔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소게임업체 한 CEO는“이제 적응될만하니까, 또 다시 법령을 바꾼다는 것은 가뜩이나 힘든 온라인게임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며“게임업체에게 도움이 되는 개선안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여가부 한 관계자는“부모선택제는 자녀의 게임 이용 지도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궁극적으로는 부모가 개입하지 않고도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게임 시간을 잘 조절하는 청소년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지금 현상을 보기보다는 더 큰 의미의 자율규제에 대한 시작라고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부모선택제의 시행 방법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전에 협의하겠다”고말했다.

 
거센 학부모 반발 예상

이번 개선안에 대해서 중소업체들의 부담뿐만 아니라,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이 다시금 나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부모선택제에 따라서 자정 이후에 게임을 플레이 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날 경우, 부모들의 심적 부담이 커져,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누구는 게임을 하고 누구는 게임을 못하는 상황이 올 경우, 게임을 못하는 청소년들이 부모들에게 자신도 게임을 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할것이 뻔하다”며“이 경우, 부모들 입장에서‘게임’이 또 다시 골칫거리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손인춘법, 신의진법 등 게임 규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개선안은 이들에게 게임을 규제해야하는 명분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탁상공론에 의한 법규는 더 이상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재중 만난 한 학부모는“게임으로 아들과 얼굴 붉히며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아이들과 지속적인 마찰이 있을 경우,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지 않겠냐”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서 문체부 한 관계자는“청소년들이 부모와 게임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아픈 부분을 감추기보다는 다 내놓고 치료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재원 콘텐츠정책관은“게임의 건전한 이용을 위해서는 업계와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번 부모선택제 도입은 이러한 방향에서 규제 개선의 출발점으로 보인다”며“향후 업계에서도 게임의 건전한 이용이 정착될 수 있도록 자율적인 노력이 더 강화되기를 촉구하며, 정부에서도 상설협의체를 통해서 추가적인 규제 개선을 위한 논의가 활성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말했다.

 
청소년 게임 사라질까‘두려워’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청소년 이용 가능 게임이 현저하게 줄었다. 셧다운과 관련된 사안은 피해가자는 풍토가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무조건 성인 등급’으로 가자는 의견에 대다수 업체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 수입된 온라인게임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잔인한 장면 혹은 갬블 요소를 굳이 삭제하지 않고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받는 업체도 점점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선안이‘성인 게임 선호’풍토를 부추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모선택제를 감당할 여력이 없고, 향후 또 어떤 방식으로 법안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의 경우 처음부터 성인을 타깃으로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박형택 심사역은“사실상 온라인게임 개발을 하는 국내업체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이런 법안들이 나올 경우, 청소년 이용 등급의 게임을 개발하려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며“다양한 등급의 온라인게임이 나와 시장을 견인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면 국내 게임산업 발전은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이번 개선안에서 상설협의체를 만들어 관련 이슈를 일원화하고 부모선택제와 업계 자율 규제의 효과성에 따라 스마트폰 게임물에 대한 제도 적용을 제외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부모선택제 만큼은 탁상공론이 빚어낸 최악 의 법안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다. 정부 관계자들은 게임사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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