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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온라인게임 산업, 돌파구는 없나

  • 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12.08.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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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생 온라인게임 개발사 진입 장벽 ‘하늘에 별따기’… 자본과 기술력 갖춘 해외 게임사 턱밑까지 ‘추격’
- 온라인게임 개발에 정부 지원과 사회인식 재고 ‘시급’… 투자 펀드 활성화와 인큐베이팅 시스템 구축해야


차세대 우리나라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온라인게임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산업 성장률마저 둔화를 보이면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중국, 유럽, 러시아 등 해외 개발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한국을 바짝 추격하면서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명성까지 위협 받고 있다.


산업구조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신생 온라인게임 개발사가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모바일게임 열풍이 일면서 온라인게임 개발 고급인력들이 모바일게임사 창업, 이직으로 인력난까지 겪고 있다. 투자사들 역시, 리스크가 큰 온라인게임 개발보다는 소규모 자본으로 여러 곳에 투자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에 집중하면서 자본 투자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최경진 연구원은 “상장회사들의 부진한 실적,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해외 게임사들의 거센 추격 등으로 산업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업계는 물론, 정부도 규제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진흥을 위해 힘을 모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게임 산업을 위협하는 요소로 ▲정부의 규제 정책과 사회 부정적 인식 ▲대기업 위주의 산업 재편 ▲투자부재로 인한 산업진입의 높은 장벽 ▲해외기업들의 역수출 증가 등 크게 4가지를 들 수 있다. 국내 한 중소게임사 CEO는 “온라인게임 개발은 더 이상 벤처산업이 아닌것 같다”며 “자금 흐름도 문제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인식과 규제에 피멍든 ‘온라인게임’]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온라인게임의 규제는 셧다운제가 도입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셧다운제의 골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6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물론, 청소년 단체에서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위헌소송까지 진행했지만, 법령이 시행되면서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에서는 선택적 셧다운제(학부모가 아이들의 게임정보 내용을 알 수 있으며, 게임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조율할 수 있는 제도)까지 도입하면서 ‘게임=중독’이라는 공식을 인정했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선택적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와 교과부 등의 강력한 규제를 막기 위한 선택”이라고 해명했지만, 주무부처가 지레 겁을 먹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웠다.


셧다운제는 단순한 규제 법령을 넘어서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사기를 완전히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TV 토론회에 나온 몇몇 전문가들은 게임을 마약으로 비하하면서 10만명의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마약’을 만들어서 파는 중범죄인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게임 개발에 부품 꿈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고 부정적인 사회 인식 속에 게임산업 재원들의 입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 넥슨의 시장 지배구조가 확대되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사진은 김정주 대표)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라인게임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여전히 온라인게임 산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대다수이고 이는 미디어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미디어는 셧다운제 시행에 맞춰 게임산업 죽이기 기사를 연속 기획으로 내보내면서 부정적 여론을 부추겼다. 이 뿐만이 아니다.


셧다운제 실시로 청소년 이용가 게임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게임 장르의 불균형 현상이 이어졌고, 온라인게임 경쟁력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사회적으로 팽배한 부정적 인식과 규제 부분에 있어서 게임업체들 또한 자유로울 순 없다. 그 동안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면서 사회공헌과 대책 마련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게임문화재단 등을 발족시키며 개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번 굳혀진 게임의 부정적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논리에 무너진 생태계]
대기업 위주의 시장 재편 역시, 온라인게임 산업 위기론에 힘을 싣고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넥슨이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넥슨은 그동안 위젯, 네오플, 엔도어즈, 게임하이,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게임개발사를 인수했다. 이 중 상장 기업(게임하이,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이 두개나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지난 6월 엔씨소프트의 지분마저 인수하면서 게임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도 초, 개발사와 퍼블리셔로 균형을 맞춰왔던 시장 환경 역시, 넥슨의 독주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뒤 늦게 게임관련 상장업체들이 알짜 개발력을 가진 업체들을 앞다퉈 인수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 300명 이상 인력을 운영하고 있는 중견업체 중, 대기업의 지분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곳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넥슨의 지분 인수 뒤에는 그 동안 땀흘리며 고생했던 온라인게임 1세대 CEO들의 사업에 회의를 느낀 것도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면서 힘들게 상장을 시켰던 회사가 사회적인 비판을 받으면서 CEO들의 매각 결정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기업 위주의 게임 시장 재편은 신생 게임사들이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만들고 있다. 어렵게 온라인게임 개발해도 마케팅과 시장 점유율에 밀려 서비스를 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신생 온라인게임 업체의 한 CEO는 “투자를 받고 빚을 내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서비스는 꿈도 못꾸고 있다”며 “결국은 넥슨을 비롯한 몇몇 대기업들에게 손을 벌려야하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대기업 대부분이 퍼블리싱 사업보다는 지분투자를 통한 회사 인수에 더욱 관심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신생 업체들이 자본의 논리 앞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사들 역시, 이런 게임시장의 생태계를 인지하고 대규모 투자보다는 모바일게임의 소규모 투자로 눈을 돌리면서 신생 온라인게임사들에는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성창업투자 박재민 이사는 “온라인게임 프로젝트 투자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면서 대부분의 창투사들이 신생 게임사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생 개발사들의 진입 장벽이 갈 수록 높아지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해외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사회적 인식, 규제, 투자의 어려움, 시장 재편 등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고난을 겪고 있는 반면, 해외 게임사들은 정부 진흥정책과 국내 기술력 흡수 등을 통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규모 자본과 풍부한 시장을 바탕으로 온라인게임 강국 한국의 명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를 뛰어넘었으며 MMORPG 개발력도 이제는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점차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콘텐츠 생산과 운영부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를 앞질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더 이상 개발보다는 중국의 값싼 게임을 론칭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중국 시장에서 게임이 역수출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미 웹게임 시장은 중국 게임이 90%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라면 국산 MMORPG 점유율을 뛰어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중국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과 다양한 합작을 통해서 기술력을 높여왔고 그래픽과 서버 기술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며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해외 수출에 있어서 중국 게임과 경쟁을 하고 있지만, 신규 게임 개발 부재,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매출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점 또한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이 중국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면서 퍼블리셔인 텐센트에 개발사들이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텐센트 파트너사인 한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수출한 게임이지만, 텐센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개편 ‘절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1분기 게임사 실적(예측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조 4,12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11.8% 증가했다. 4분기부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성장세는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수출액 역시 6,62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13% 증가했지만,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임산업 올해 1분기 투자액은 1,86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35.8% 증가 했지만 작년 4분기에 비해서 정체되고 있다.


지표만을 놓고 봤을 때, 아직은 소폭 상승곡선을 이루고 있지만, 온라인게임에 대한 투자와 매출 증가보다는 모바일게임 매출과 투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면서 온라인게임 산업이 위기임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매년 30% 이상씩 성장하던 게임사들의 매출액도 10%대로 한풀 꺾인 모습이고 투자금액 역시, 내부투자보다는 해외 투자사들의 공격적인 모습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단순지표에 의존하기 보다는 현재 게임사들의 상황에 대해서 정부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그 동안 규제로 점철된 게임업계 문제 해결 때문에 산업 구조와 위기에 등한시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 측과 긴밀한 협조 아래,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 마련 및 투자 활성화, 인큐베이터 센터 확장 등을 논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위기론이 확산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비용 절감과 동시에 개발 프로젝트 취소 등 내부 정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런 게임사들의 내부적인 모습에 주목하고 게임산업 발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 게임산업 특히, 온라인게임에 대한 정부의 다각적인 분석과 이를 함께 해결하려는 방향 모색이 그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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