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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돌아앉은 엔씨와 넥슨, 다시 마주볼 ‘솔로몬의 지혜’ 절실

  • 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15.02.02 11:28
  • 수정 2015.02.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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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 “경영 참여는 신의를 저버린 행위”
- 넥슨 “기존 단순투자로 변화에 적응할 수 없어”

 

지난 1월 27일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인 넥슨이 경영 참여를 한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발표와 동시에 관련된 기사가 수백 건을 넘었으며, 지상파 방송 뉴스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질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양대 산맥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은 향후 게임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사태이기에 뚜렷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관련된 기사는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번 사태에 대해서 양사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신의를 저버린 행위’라는 말로 넥슨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넥슨은 ‘급변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환경 속에서 상호 발전을 지속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수단’이라며 좀 더 밀접한 협업의 의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넥슨이 지난 2012년 6월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시점부터 시작된다. 넥슨이 김택진 대표 개인지분을 8,000억원에 인수했고, 양사 모두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해, 게임대상에서 김택진 대표는 “해외 유명 게임사의 M&A(인수 합병)을 위해서 김정주 대표와 힘을 합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계획은 무산됐지만) 양사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직의 성격 차이 극복 못해
2012년, 대한민국게임대상이 열린 부산 벡스코 공식석상에서 김택진 대표는 넥슨과 협업해 우리나라 게임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향후 협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마비노기2’의 공동 개발이었다. 그렇게 양사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순항을 하는 듯 보였으나, 2014년 돌연 공동 개발팀 해체를 선언했다. 당시 넥슨 코리아 서 민 대표는 “시장 상황과 사업성을 검토한 끝에 개발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더 좋은 모습으로 ‘마비노기2’ 프로젝트를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현재 국내 1~2위를 다투는 게임사지만, 성장 과정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 개발력을 앞세워 대형 MMORPG를 개발한 엔씨소프트와 달리, 넥슨은 게임 개발과 함께 퍼블리싱, 기업 인수와 합병을 통해 회사 역량을 키워왔다.
이런 다른 조직 문화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마이너스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개발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각각 관계자들은 “엔씨와 넥슨은 물과 기름 같다”며 “조직 간의 융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다는 점 또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두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스타일 자체가 다르다”며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 자율성 부여 등의 문제에 대해서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의 동상이몽 ‘분쟁의 시작’
그렇게 양사는 협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채,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장내에서 추가 매집하면서 지분율을 15%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넥슨은 단순투자를 위한 목적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고, 엔씨소프트 측에서도 넥슨이 밝힌 단순투자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3개월 후인, 지난 1월 22일, 엔씨소프트는 201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윤송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의 내용을 발표되자, 넥슨은 1월 27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엔씨소프트에 대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함을 공시했다.
넥슨은 “지난 2012년 6월, 엔씨소프트와 양사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협력하기로 하고, 김택진 대표로부터 엔씨소프트 지분을 인수했지만, 기존의 협업 구조로는 급변하는 IT 업계의 변화 속도에 민첩히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2년여 전보다 더욱 긴박해진 게임산업의 변화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과 민첩한 대응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넥슨은 지금의 어려운 글로벌 게임 시장 환경 속에서 양사가 도태되지 않고, 상호 발전을 지속하여 양사의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 역시, 당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넥슨의 이번 투자 목적 변경은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라며 “넥슨 스스로가 약속을 저버리고,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라고 대응했다.
덧붙여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이질적이어서 이번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의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감정적 대응보다는 대화가 선행 돼야
이번 사건 이후, 다양한 언론에서 향후 전망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몇몇 매체들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수장들 불화설’, ‘양사의 금전적인 손해 부분 부각’ 등의 자극적인 추측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여과 없는 보도로 양사의 감정의 골만 깊어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별을 기정  사실화 하고, 향후 어떤 싸움이 전개될 지에 대해서만 집중 보도되면서 양사 담당자들 역시 어두운 분위기로 매체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넥슨 측에서 어떤 방식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예측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부정적인 영향만을 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양축을 담당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조마조마한 상황”이라며 “양사의 원만한 합의로 게임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역시, ‘대화로 쉽게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도 있지 않겠나’는 여지에 대해서 모두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2년 6개월 동안, 엔씨소프트와 넥슨 모두 일정부분 손해를 인정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최악의 ‘진흙탕 싸움’ 만큼은 양사가 서로 피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게임업계 한 전문가는 “중국 등의 후발 게임사들이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대들보인 두 기업이 대립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며 “두 대표가 협업을 생각했을 때의 마음으로 다시금 현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엄마, 아빠가 돌아앉아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조금 더 살피는 넓은 아량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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