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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칩 내장 화투·카드 전국 확산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12.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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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박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기원전 17세기 이집트에서 ‘세나트’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도박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컴퓨터칩이 장착된 화투가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 현재까지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목화투를 유통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일대 다방이나 당구장 등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추세다. 한 벌당 판매가격은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산다는 게 도박 경찰측의 설명이다.

성남 중부경찰서는 지난달 말 ‘목화투’를 이용해 거액을 갈취한 한모씨(57) 등 1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 일당은 지난 2001년부터 수도권 일대를 돌며 조직적으로 수억원대의 사기도박판을 벌여온 혐의를 받고있다.

한씨 일당의 범죄 수법은 경찰마저도 혀를 내두른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미인계를 이용해 도박 참여자를 끌어모으는 등 사기 수법이 상상을 초월한다”며 “지난 몇 년간 이들의 사기에 동원된 사람만 남녀 합쳐 수십여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칩을 내장한 목화투도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종 사기수법.

이 관계자는 “그동안 다양한 방법의 사기 수법이 언론을 통해 오르내렸지만 목화투가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피의자들은 컴퓨터칩을 인식할 수 있는 몰래카메라로 상대방의 패를 확인한 후 도박판에 있는 조직원에게 알려주는 식으로 사기행각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한씨 일당은 목화투 뿐 아니라 카드 뒷면의 무늬를 조직한 ‘목카드’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측은 “얼핏 보기에는 보통 카드 같지만 목카드는 뒷면에 비밀 무늬가 새겨져 있다”며 “이 카드를 이용해 상대방의 패를 모두 읽고 도박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피해자가 사기도박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환각제까지 복용시켰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도박을 하면서 먹는 커피에 약을 타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 경우 상대는 사리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어 피해액이 커지게 된다.

실제 지난 2001년부터 한씨 일당에게 걸려든 피해자는 9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피해액은 5억원을 넘어선다. 경찰 관계자는 “한판에 수천만원을 잃은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자신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자영업을 하는 신모씨(52)가 대표적인 예. 신씨의 경우 불과 3∼4시간 동안에 2천만원을 잃었다. 그러나 아무런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신씨는 경찰에서 “속임수를 쓰는 줄은 전혀 몰랐다. 당시 이상하게도 돈을 잃어도 마음이 편했다. 커피에 약을 탄 사실도 경찰에서 처음 알았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한씨 일당이 사용한 첨단 화투나 카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기도박을 벌이는 와중에도 목화투나 목카드를 제작해 판매해 왔다. 때문에 그동안 어느정도가 외부에 유출됐는지는 경찰조차도 파악이 힘들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경기도의 한 공장을 통해 목화투와 목카드를 특별 주문해 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박 도구들은 다방이나 당구장을 통해 한 벌에 수십만원씩 팔려나간 만큼 현재 상당수가 외부에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도박으로 인한 피해 예방 사이트인 ‘도박사닷컴’(www.dobaksa. com)에 따르면 최근 들어 목카드로 인한 피해를 하소연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도박사닷컴 운영자 박경식씨는 “목카드로 인한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최근 들어 피해를 본 것 같다는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박씨는 현재 사이버수사대에 수사요청을 준비중이다. 그는 “게시판을 통해 목카드를 판매하는 글들도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며 “지워도 지워도 없어지지 않아 현재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유사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23일 지역의 유지들을 유인, 사기도박판을 벌여 거액을 챙긴 장모씨(38) 등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수법은 한씨의 범행 수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미인계를 이용해 상대를 유인하는 게 이들의 전형적인 수법. 요컨대 이들은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우연을 가장해 접근을 한다. 일단 안면을 트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상대방을 도박판으로 유인한다. 이 과정에서 성관계를 갖는 등 ‘몸팔기’도 불사한다. 이렇게 해서 지난 2주 동안 장씨 일당이 벌어들인 돈은 1억2천여만원.

피해자 대부분은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재력가들이었다. 도박 전문가들은 목화투나 목카드를 이용한 사기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도박사닷컴 박경식 대표는 “전문 ‘타짜’들도 구별하기 어려울만큼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도박을 끊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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