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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로 얼룩진 게임계의 자화상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08.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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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賣買)란 사고 파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물품(혹은 다른 그 무엇)의 가치를 지불(재화나 노동, 혹은 가치 척도가 가능한 그 무엇)하고 이를 취하는 것을 구매(購買)라 하며, 반대의 의미를 판매(販賣)라 한다. 더불어 구매자는 구입한 순간부터 해당 물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판매자는 판매를 한 순간부터 해당 물품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 유치원생들도 아는 이야기다. 사실 매매에 대해서 이렇듯 길게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매매의 정의를 모르는 이는 극히 드물다. 이러한 진리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통용되고 있으며, 아마도 인류가 거래의 개념을 인지한 순간부터 하나의 정의로 자리 잡아왔을 것이 분명하다.

매매의 정의를 되새기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서두가 너무 길었다. 왜 이토록 길게 늘어놓으면서까지 매매의 정의를 되새긴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매매의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 게임계의 사각(射角)을 고발하기 위함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부분유료화에 심각한 부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현존하는 대다수의 온라인게임들이 채택하는 부분 유료화 결제 방식. 이는 오픈베타서비스를 끝내고 정식서비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방편에서 시작 됐다. 개발사(혹은 서비스사)는 무료서비스를 통해 유저들의 이탈을 막고, 일부 아이템 등을 유료로 판매해 손익분기를 맞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보면, 부분유료화에는 매매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온라인게임의 회원 가입 절차를 언급할 필요성이 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회원가입 절차. 여기에는 게임의 아바타와 아이템, 사이버머니는 물론, 계정까지도 모두 회사에 귀속된다고 명시돼 있고 이를 거부할 경우 회원에 가입할 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대로라면, 게임을 즐기는 것은 분명 유저지만, 이를 통해 얻게 되는 경험치를 포함한 그 모든 것은 해당 게임사의 것이 된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도저히 이해키 힘든 매매의 개념과 접하게 된다.

생각해보라. 분명 부분유료화를 행하는 게임사들은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즉, 개발사가 모든 권리를 취하는 온라인게임이란 테두리 안에서, 해당 개발사는 아이템 등을 판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아이템을 구입한 것은 유저들이지만, 이 역시 결국 판매자인 게임사의 것이라는 소리다. 결국 판매는 했으되, 구매자의 것이 아닌 판매자의 것이라는 엉뚱한 개념의 매매가 온라인게임 속에서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수많은 부분유료화 방식을 채택한 온라인게임사 중 어느 곳하나 ‘대여’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판매’라고만 명시돼 있다. 이는 유저들을 기만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어쩌면 게임사들은 해당 부분유료화 아이템만큼은 유저들의 것이라는 변명을 들이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설득력이 없다. 불량품을 팔거나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망가트렸을 때, 우리는 보상을 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알고 있다.

다시 말해, 판매를 했다면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다. 게임사의 사정으로 온라인게임을 더 이상 서비스할 수 없을 경우, 보상책이 마련돼야 함에도(껌 하나를 사더라도 교환에 대한, 반품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음을 상기한다면) 부분유료화를 취하는 수많은 게임사들 중 그 어느 곳 하나 이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 않다. 판매라는 이름의 말장난을 통한 수익 창출에만 급급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로또 5등을 맞은 사람보다, 매매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 찾기가 더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게임계만큼은 아직도 매매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네 게임계의 창피한 자화상이다. 이제라도 뉘우치고 반성하는, 말로만 떠드는 고객우선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임사들이 늘어나길 ‘진정’ 기대해본다. 반성들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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