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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베타가 짧아졌다?”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6.04.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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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어진 프로그램이지만, 한때 무릇 많은 젊은이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았던 프로 중 하나가 〈KBS〉 ‘가요톱텐’이다. 실제 없어졌다기보다는, 가요프로그램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간판을 바꿔가며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이야기일 듯하다. 그 시절 잊혀지지 않는 장면 중 하나는, 5주 연속 혹은 10주 연속 1위를 지키며 그때마다 매번 눈물을 쏟던 가수들의 표정이다. 굳이 현재의 가요프로그램과 비교를 한다면 5주 혹은 10주, 하다 못해 3주 연속 1위를 지키는 ‘롱런’ 곡들을 이젠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정도가 아닐까.

언제나 그랬지만 무릇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선보이고 오픈베타와 상용화를 향해 꾸준히 달려가고 있다. 이 가운데 요즘 뚜렷하게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바로 ‘오픈베타 기간’의 변화다. 최근 서비스와 동시에 상용시점까지 뚜렷하게 잡고 있는 게임들이 부쩍 늘고 있다. ‘엑스틸’, ‘겜블던’, ‘샤인온라인’, ‘타임앤테일즈’, ‘마구마구’, ‘길드워’…. 물론 이 외의 무릇 많은 게임들이 선보이고 있고 향후 상용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을 포함해 최근 선보이는 많은 게임들이 오픈베타 서비스 기간을 대략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로, 길게 잡아봤자 석 달을 넘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크게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사실이지만, 예전의 게임들을 상기해보자면 상당히 큰 변화이기도 한 부분이다. 대략 이년 전 혹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많은 신규 게임들에 있어 ‘상용화 시점’은 거의 ‘일급 비밀’에 가까울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었다. 유료화 시기가 소문나면, 무릇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떠날까 노심초사 했던 것이 그 이유다. 대략적 오픈 베타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혹은 그 이상을 끄는 게임들도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기간동안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자는 계산인 셈이다. 소위 ‘오베족(오픈베타족)’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오픈베타 기간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것도 어느새 기억 속으로 아련해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저들에게는 ‘맛보기용’, 혹은 선전기간으로 사용해온 ‘오픈베타 기간’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짧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은 개발사들의 개발 역량이 크게 발전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다. 초창기 많은 개발사들이 ‘오픈베타’를 게임 내의 버그나 밸런스 조정을 위한 또 다른 ‘대규모 테스트’ 기간으로 삼았던 것에 반해, 이제는 개발사들도 이런 기간 없이 ‘보다 고퀄리티’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쌓아왔다는 점이다. 즉 ‘보다 완제품’에 가까운 게임을 내놓을 수 있는 개발역량이 갖춰졌단 것.

또 다른 민감한 부분은 수익의 논리다. 예전 유행가요들의 인기기간이 요즘의 곡들보다 비교적 길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게임들의 사이클도 짧아졌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게임들의 흥행 성패가 예전보다는 즉시 반응을 잡을 수 있게 됐다는 점과, 고퀄리티화 되는 국내외 게임들의 홍수 속에서 그만큼 사장돼 가는 게임들도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 만큼 보다 빨리 상용화를 거쳐 빠른 수익구조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첫 번 째 이유와 맞물려, 작품성이나 게임성이 ‘덜 완성된’ 게임을 내놓고서는 오히려 게임의 수명을 단축하게 되는 역순환 구조가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같이 ‘짧아지는 오픈베타 기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게임의 핵심이 될 수 있는 ‘밸런싱’ 부분이 상용화를 기점으로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게임들이 아이템 부분유료화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이템 밸런스의 경우 유료화를 거치는 시점을 기준으로 거의 무조건 ‘악영향’을 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무료아이템들의 게임 내 밸런스를 맞출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기도 전에, 유저들의 임의대로 사용되는 유료아이템들의 밸런싱 조절까지 병행하는 것이 녹녹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 내 아이템이나 무기들이 세분화 된 게임들일수록 이 같은 어려움은 더욱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이템 밸런스가 핵심인 게임들, 아이템 부분 유료화를 핵심으로 갖고 가고 있는 게임들에게 ‘짧아진 오픈베타 기간’은 독이 될 수도, 혹은 약이 될 수도 있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가요 혹은 영화의 짧아진 수명처럼, 게임의 오픈베타 기간이 짧아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지, 혹은 아쉽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순전히 유저들의 몫으로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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