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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치한'이 여성 게이머들 노린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10.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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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사이버 강간사건’으로 유명한 람다무 사건은 미국에서 발생한 캐릭터 성추행 사건.

가해자는 두명의 여성 캐릭터를 상대로 무참하게 성추행을 가했을 뿐 아니라 엽기적인 자학행위까지 강요해 한때 미국 전역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사건의 발단은 가상사회형 게임은 람다무(LambdaMOO)에서 비롯됐다. 한 남성회원이 같은 방에 머물던 두명의 여성회원의 캐릭터를 강간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 이 남성은 당시 주술 효과가 있는 부두 인형을 통해 여성들의 캐릭터를 성적으로 유린했다.

이 남성의 엽기적인 행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거실을 빠져나간 그는 부두 인형을 이용해 피해 여성끼리 성관계를 가지도록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음부에 식칼을 집어넣고 자위행위를 하도록 만들었다.

이같은 사실은 피해 여성 중 한명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단순한 놀이 정도로 인식됐던 게임에서 성추행이 발생한 점도 그렇지만, 가해자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도 이같은 징후가 하나둘씩 포착되고 있다. R온라인게임의 유저인 김모씨(25)가 대표적인 경우다. 김씨는 당시의 수치스런 경험으로 인해 요즘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도대체 김씨에게는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몬스터를 사냥하던 김씨의 캐릭터가 사망해 바닥에 쓰러져 있는데 한 남성이 다가와 자신을 성추행한 것. 이 남성은 김씨의 캐릭터 위에 엎드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씨는 당시 상당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비록 가상공간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캐릭터 위에 엎드린 채 신음소리와도 같은 소리를 낼 때에는 성적 수치심마저 느꼈다고 말한다.

그는 “오프라인에서의 성추행만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며 “가상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성추행을 당하는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김씨에 따르면 이같은 사례는 비단 자신만의 경험은 아니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조금만 야한 옷을 입고 나와도 남성들이 접근해 수작을 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은 커뮤니티 게임의 경우 적지 않은 성적 추행이 발생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누드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변태 게이머들도 여성 게이머들에겐 골칫거리다. 오프라인과 달리 법적 제재가 없기 때문에 알몸인 채로 버젓이 게임 공간을 휘젓고 다닌다는 것이다. 일부 게임의 경우 10여명이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집단 스트리킹’이 연출되기도 한다.

물론 게임업체에 항의도 해보았다. 그러나 서비스업체로부터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 아이디를 제재하는 것 이외에 현실적으로 대처할만한 법적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10명 정도가 짝을 지어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하루에만 몇 번씩 목격할 때도 있다”며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볼멘 소리를 털어놓았다.

문제는 이같은 분위기를 오히려 서비스 업체측에서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씨는 ‘뽀뽀하기’ ‘신문지 덮고 자기’ 등의 아이템 등을 통해 게임업체가 오히려 성추행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해당 업체측은 이같은 서비스가 성추행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회원들의 서비스 차원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한 성추행이 끊이지 않는 만큼 비난의 화살을 면키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게이머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실제 얼마전 오픈 베타 서비스를 끝낸 한 게임에 접속해 보았다. 여성 회원과 남성 회원의 비율이 8대2 정도인 이 게임에는 요즘 “아이템을 줄테니 같이 자자”는 남성 회원들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다.

회사측이 최근 선보인 ‘신문지 덮고 자기’ 아이템 때문이다. 이 게임의 경우 캐릭터의 체력 회복을 위해서는 일정 기간 수면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음흉한 게이머들은 ‘젯밥보다는 제사상’에 관심이 있는 분위기다. 잠자고 있는 여성 캐릭터에 꼭 붙어 잠을 청하거나, 잠자고 있는 여성 캐릭터를 상대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적지 않게 연출되고 있다.

수위는 약하지만 또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오픈한 이 사이트는 현재 ‘뽀뽀하기’라는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뽀뽀’라는 메뉴를 클릭하면 아바타가 허리를 굽혀 뽀뽀하는 동작을 취한다.

그러나 일부 남성 회원들은 “한번만 뽀뽀하게 해달라” “뽀뽀해주면 옷사주겠다”며 여성 회원들을 쫓아다닌다. 최근에는 관심있는 이성 아바타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뽀뽀 세례를 퍼붓는 스토커도 출몰했다.

전문가들은 관련법에 대한 체계적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고 해서 팔짱만 끼고 쳐다볼 수만은 없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어기준 컴퓨터생활문제 연구소장은 “비록 피해를 보는 대상이 당사자가 아닌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상당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사이버 성추행에 대한 대비를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어 소장은 이어 “사이버 성추행이 잇따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아이디 제재와 같은 소극적 대응만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계속 묵인할 경우 ‘제2의 람다무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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