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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홍보도 ‘셀프’ 시대?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7.02.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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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들이 언젠가부터 포털 검색순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사의 게임순위를 올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포털과 계약을 맺고 검색칸에 ‘XX를 쳐보세요’라고 광고를 하거나, 특정 이슈를 터트려 검색순위를 올린 뒤 이를 홍보하는 것은 그나마 양반. 이러한 와중에 다소 반칙을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때 그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던 게임 내 자유게시판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서버 점검 시간에 유저들을 선동하거나, 혹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직접 검색어를 반복 입력해 순위를 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류를 타고 더욱 대담한 이벤트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SK C&C가 서비스 하는 ‘모나토 에스프리’의 ‘올려라 검색순위’ 이벤트. 자사의 게임명이 포털 검색순위에서 특정 순위권 안에 들면 상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 이벤트는 효용성 여부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눈살을 찌푸려지게 한다. 유저들을 동원해 자사의 게임을 홍보해 보겠다는 얄팍한 상술이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유저들 역시 이번 이벤트에 대한 야유가 대단하다. 결과 역시 좋을 리 없다. 이벤트 시작한지 보름이 지났음에도 10위권에만 고작 세 번 들었을 뿐, 결국 1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대로 이벤트가 끝난다면 약속대로 상품은 고작 운동화 세 켤레가 추첨을 통해 유저들에게 돌아갈 뿐이다. 아무리 비싼 운동화라고 하더라도 고작 50만원에 수많은 유저들을 자사의 영업사원으로 만드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다.

그럼에도 SK C&C가 이러한 무리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그 만큼 포털 검색순위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검색사이트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따라서 포털사이트에서 집계하는 검색어 순위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잣대로 활용되고 있다. 언론은 검색어 순위를 가지고 기사를 쓰고, 몇몇 블로거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인기검색어가 담긴 게시물을 올려 방문자수를 늘리는데 열중한다. 결국 게임사들도 자사의 게임이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을 놓치지 않고, 이를 알리느라 분주하다. 결국 이는 검색어 순위를 상승시켜 네티즌들의 눈에 더욱 띠게 된다. 이른바 ‘뫼비우스 검색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밴드왜건(band wagon) 효과’라고 한다. 이는 대중이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일컫는 경제학 용어다. 무료로 제공되는 검색 행위를 소비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그 현상적인 측면이나 파급력 등을 놓고 보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색어 순위는 어느덧 훌륭한 마케팅 도구가 돼버렸다. 수천만원을 호가한다는 대형 포털 광고를 무료로 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는 광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신뢰도와 관여도를 지니게 된다.

SK C&C도 이 점을 노리고 이번 이벤트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여타 게임사들이 추천인 이벤트를 통해 유저들을 다단계 판매 사원으로 전락시킨 사례도 있으니, 사실 검색어 이벤트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충성도 높은 유저들은 질 좋은 게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결코 상품을 내건 이벤트로 되는 것이 아니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문구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손님에게 영업을 시키는 것은 다른 서비스 업종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다. 음식점에서 ‘물은 셀프’지만 게임 홍보는 ‘셀프’가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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