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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서류 도장찍는 '게임커플' 늘고있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6.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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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을 통한 ‘결혼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 후반. 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사랑을 쌓은 커플의 결혼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면서부터다. 이후 게임 커플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게임 커플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적어도 수백쌍 정도는 되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B온라인 게임을 운영중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무실에 있다 보면 결혼을 앞둔 커플들의 청첩장을 자주 받는다”며 “온라인 게임을 통한 결혼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결혼한 커플들의 애환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업체들은 결혼 사실에 대해서는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리는 등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이들의 ‘사후 관리’(?)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덕분에 상당수의 게임 커플들이 게임과 현실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괴리로 파경 위기에 놓여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C온라인 게임의 관계자는 “게임을 통해 결혼한 커플들 중 상당수가 현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의 경우 이미 별거중이거나 이혼에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이혼에 합의한 김은석(26·가명)-이은희(25·가명) 커플의 대표적인 사례. 두사람은 온라인 게임을 통한 결혼이 최고조에 달하던 2000년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결혼한지 3년만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두사람의 이혼 사유는 게임과 현실에서 비롯된 차이. 게임에서 김씨는 한없이 다정하고 적극적인 스타일이었다. 아내를 위해서라면 ‘몸빵’도 아끼지 않는 이씨의 수호천사였다. 이런 이유로 이씨는 김씨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후 두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게이머들의 환호속에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결혼 후의 모습은 이전까지 이씨가 알고 있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게임에만 매달려 가정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씨도 남편을 이해했다. 자신들을 맺어준 매개체가 다름아닌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상당히 흘렀음에도 남편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위의 경우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현재 상당수의 게임 커플들의 이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게임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P온라인 게임을 운영중인 업체의 한 관계자는 “게시판이나 채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성격 문제로 고민하는 커플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며 “이중 상당수가 이혼까지도 생각하고 있어 향후 사회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대다수의 업체들은 “일부의 경우일 뿐이다”며 상황을 축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금까지 수십여쌍의 결혼을 성사시킨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커플들은 별무리 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혼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만큼 게임 업체만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게임업체들의 부추김이 한몫 하는 만큼 최소한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솔직한 의견이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상당수 업체가 게임 커플을 위해 특수 아이템을 지급하거나 직접 사이버 결혼식을 주최하는 등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결국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게이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게임이나 채팅 등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 카페나 음악방송까지 등장했다. 이같은 카페는 가입 조건이 일반 카페에 비해 까다로운 게 특징. 이들은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제시해 자격이 없는 회원들을 일차적으로 걸러낸다. 개인의 신상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모인 회원들은 사이버 공간상에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한다. 일부의 경우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기도 한다.
실제 D포털사이트 카페 게시판. 검색란에 ‘별거’나 ‘이혼’을 입력 후 클릭하자 수십개의 관련 동호회가 펼쳐진다. 회원 가입 후 게시판을 클릭하자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게이머들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에 앞서 충분한 탐색전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한 관계자는 “요즘 커플들을 보면 지나치게 결혼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혼은 현실인 만큼 신중하게 상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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