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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바이러스 추가 침투···'넷 공황'으로 번질수도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2.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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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1.25 대란’을 치른 게임업계는 현재 ‘사태 수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은 정액제 회원들을 대상으로 유효기간을 이틀간 연장시킬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도 인터넷 마비로 손실된 아이템이나 마법 등을 모두 복구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성난 게이머’ 달래기에 나섰다. 일부 업체의 경우 한술 더떠서 특정일을 임시 점검일로 지정, 소실된 게임 아이템을 일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갑작스런 바이러스 침입으로 인해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점이 피크타임인 주말 오후에서 새벽시간인 점을 감안할 때 4시간 정도 인터넷 결제 서비스가 마비됐다고 해도 업체별로 4∼5억 정도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이버 공간을 강타한 ‘인터넷 대란’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업계의 주가마저 뒤흔들어 놓았다. 지난 25일 기점으로 해서 게임업계의 주가는 일제히 3% 이상 곤두박질쳤다. 특히 액토즈소프트의 경우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이틀 연속 폭락을 거듭했다.

성인 RPG인 A3를 서비스 중인 이 회사는 지난 연말부터 게임주 급등을 주도했던 장본인. ‘미르의 전설2’가 중국에 진출하고, A3가 가동되면서 한때 276%까지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중국 샹다사와의 계약 중단 사실이 알려지는 등 악재가 거듭되면서 24일 11.07% 급락, 27일에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인터넷의 통로인 PC방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PC방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발생한 인터넷 마비사태로 인해 전국 2만5천개 PC방에서 모두 225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PC방 한 곳당 8시간 가량 영업을 못했다고 볼 때 매장 별로 적게는 40만원에서 많게는 90만원까지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조만간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에 손해배상과 관련된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사상 최악의 ‘인터넷 대란’은 잘나가는 게임 업계에 적지 않게 타격을 입혔다. 다행히 정부와 보안업체가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서 바이러스는 조기에 진압됐다. 그러나 언제, 어떤 식으로 추가 공격을 해올지 알 수 없다는 게 보안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경수 시큐아이닷컴 사장은 “바이러스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진정되긴 했지만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며 “일부 바이러스는 여전히 네트워크에 잠복하고 있는 만큼 추가 공격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귀띔했다.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도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지금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라 잠시 숨어있는 것”이라고 말한 뒤, “조만간 파상적인 공격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통신업체들은 이미 사태를 수습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추가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볼룸버그 통신은 26일판에서 “월드컴, 버라이즈 커뮤니케이션즈 등 미국의 통신업체들이 추가 공격에 대비해 패치를 적용하거나 기술지원 부서를 독립적으로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염려스러운 점은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진화형’ 바이러스의 살포다.

권석철 하우리 대표이사는 “이번 사태로 인해 코드레드, 슬래머로 이어지는 메모리 네트워크형 바이러스의 파괴력이 만천하에 공개됐다”며 “앞으로 유사 바이러스 제작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이 경우 파장이 엄청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때에 따라서는 ‘넷 공황’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미 윈도나 윈도 기반 응용소프트웨어 보안 취약점으로 밝혀진 것만 수백가지가 넘는다. 이같은 바이러스가 세계 1위 보급률을 자랑하는 국내 인터넷 인프라를 통해 퍼질 경우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철저한 보안 대책 마련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말한다. 오경수 시큐아이닷컴 사장은 “정보화 사회에서 바이러스를 원천 봉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철저한 보안 대책만이 대규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에서 조기경보 체제를 마련, 민방위 상황실처럼 정보보호 상황실을 운영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 경우 상황실에 대원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악성 바이러스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게이머 및 네티즌들의 인식 전환이다.

조석일 코코넛 사장은 “최근의 바이러스를 보면 자기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확산되는 특징이 있다”며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스스로 지켜내겠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이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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