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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깡 업자들, 게이머 노린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11.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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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깡은 그동안 백화점 상품권이나 가전제품 등을 통해 여러번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게임 중계 사이트를 통한 카드깡 사실이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옥션 등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업자들이 대거 게임 거래 사이트로 몸을 피한 것으로 진단한다.

게임 아이템 중계 사이트인 ‘오케이 아이템’이 대표적인 예. 이 회사는 얼마전까지 카드깡 업자들로 골치를 앓았다. 사채 업자들로부터 고액의 이자를 뜯긴 자사 회원들이 적지 않은 원성을 토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동훈 운영팀장은 “카드깡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비교적 감시가 덜한 게임쪽으로 눈을 돌린 것 같다”며 “아무리 사채업자라지만 청소년들의 코묻은 돈까지 노리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수법은 기존 경매 사이트 등과는 다르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후, 이를 보고 찾아온 사람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전략은 비슷하다. 그러나 세부적인 전술을 들여다 보면 차이가 있다는 것. ||우선 회원 가입을 한 후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처럼 게시판을 글을 올려놓는다. 물론 실제 물건은 없다. 강 팀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허위로 등록하거나, 여러개의 아이디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 돈이 필요한 사람이 오면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시킨 후 프리미엄을 남기는 것이다.

수수료는 거래 가격의 15∼20%. 일부 업자들의 경우 30%까지 수수료를 뜯어내기도 한다. 물론 카드깡 업자의 경우 금방 표시가 난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강 팀장은 “물건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내놓거나 단기간에 거래가 많은 아이디는 카드깡일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다급한 마음에 물불 안가리고 돈을 끌어다 썼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비자보호원의 한 관계자는 “사채의 경우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이자가 이자를 낳아 길거리를 나앉는 경우가 많다”며 “가능하면 제도 금융권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결국 오케이 아이템은 최근 카드깡으로 의심되는 계정 3개를 경찰에 고소했다. 강 팀장은 “경찰 조사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혐의가 드러날 경우 계정 취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종 수법인 ‘게릴라식’ 카드깡에 대해서는 업체 뿐 아니라 경찰조차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불 대행업체가 아이템을 선납해주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기 때문에 실체를 잡기가 쉽지 않다.

실제 게이머 이모(27)씨는 요즘 아이템 중계 사이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잦은 연체로 신용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아이템 거래 사이트의 지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씨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를 들어보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씨에 따르면 게임 중계업체들은 대부분 아이템 거래를 정확히 체크하지 않는다. 요컨대 거래 성사 여부만 확인할 뿐 진짜인지는 관심이 없다는 것.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잘만 입만 맞추면 별의심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저렴한 수수료로 대출도 가능하다. 이씨는 “계정을 포함한 장비가 거래되는 가격이 보통 4∼5백만원 선이다”며 “사채나 현금 서비스를 받지 않고도 저렴하게 융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불 대행업체에서 부과하는 수수료는 보통 3∼5%. 업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금은 3%, 카드는 5%의 수수료를 뗀다. 카드깡 수수료가 15∼30% 정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이득이다. 가끔 성도 매물로 나오기도 하지만 주변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거래는 거의 없다.

덕분에 이씨는 요즘 신용카드 공포에서 해방됐다. 매달 이씨를 괴롭히던 신용카드 영수증이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얼마전 신용카드 빛을 모두 청산했기 때문이다. 지불 대행업체에서 빌린 돈은 장기 할부로 대체해 놓았다. ||사정이 이렇자 2∼3일 안에 돈이 나오는 초단기 거래까지 등장했다. 이씨는 “거래가 성사되면 돈은 1주일 전후로 지급되지만 일부 사이트의 경우 이틀만에 나오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카드깡 이용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카드 신용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결제 대행업체를 통한 카드깡이 심각한 수준이다”며 “결제 대행업체를 통한 총 매출의 50% 이상을 비정상적인 매출로 간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한다. 오케이아이템의 강동훈 팀장은 “현재 사이버 공간에 운영되고 있는 관련 사
이트가 1백개가 넘는다”며 “모든 사이트들이 이같은 폐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드깡의 원인으로 허술한 카드 발급 시스템을 지적하고 있다. 철저한 신용조사를 통해 가드가 발급될 필요가 있다는 것.

서울지방국세청의 문희철 사무관은 “대부분의 카드깡은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건전한 금융거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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