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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등급심사 이대로 좋은가?

  • 이복현
  • 입력 2002.10.0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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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게임 ‘공작왕(유리텍)’이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 이하 영등위)로부터 18세 이용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곧 18세 미만에게는 서비스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존 아케이드 및 사행성 게임에 대해 18세 이용가 등급을 내린 적인 있었지만 온라인게임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초유의 일이다.
영등위측은 ‘공작왕’이“칼에 맞았을 때 피흘리는 선혈묘사가 지나쳐 18세 이용가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게임내에서 전투나 싸움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있고 단순히 칼을 쓰고 피를 흘리는 묘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18세 이용가로 분류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다른 비디오나 영화, TV프로그램 등에서는 더욱 폭력적이고 피가 많이 나오지만 전체이용가 판정을 받고 있다”며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게임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현재 영등위측에서 내려지는 심의 판정기준이 모호해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구체적인 조항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청소년보호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현행 게임물에 대한 심의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입장이다. 특히 “현행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제2조)에 게임이 포함해 돼 있어 청소년보호법에 적용받지 못한 실정이어서 청소년 보호를 위한 게임내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규제하기 어려운 만큼 영등위만큼이라도 심사기준이 보다 엄격해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학부모 등은 “최근 게임 등이 가상현실이긴 하지만 사람 캐릭터를 죽이는 등 폭력성이 심해지고 있어 이에 대해 심의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온라인게임의 경우 심심치않게 아이템 현금거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게임의 경제적 효과만을 고려, 방치하는 것은 안된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이처럼 게임 심의에 대한 반응은 각자 서있는 위치에 따라 첨예하게 달리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른 매체에 비해 훨씬 강화된 심의규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형평성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게임이 가상현실에만 미치지 않고 현실세계에 피해를 입히는 만큼, 심의규정에 대한 강화를 주장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단지 경제적 효과만을 고려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게임의 폭력성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과연 게임에 적용되고 있는 심사기준이 적절한 것인지 아니면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게임스 배심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현행 게임물에 대한 심의는 게임물이 게임이용자에게 제공되기 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등급을 부여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통윤)가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에 대한 ‘협의’를 통해 사실상 사후심의를 하고 있다. 이때 정통윤에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은 등급분류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영등위는 ‘전체이용가’와 ‘18세 이용가’로 심의규정을 나누고 있으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들의 생각과 헌법의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심의한다. 하지만 업체측에서 자사 게임에 대한 12세 또는 15세 이용가를 원할 경우 에도 별도의 심의를 내리고 있어, 외견상으로는 2단계이지만 실질적으로 4단계 심의가 시행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전체이용가 등급의 기준은 △전반적인 주제 및 내용을 전체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작품 △주제 및 내용에 있어서 음란·폭력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표현이 없는 작품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거나 교육을 목적으로 한 내용으로 청소년에게 문제가 없는 작품 △기타 일반적으로 용인되지 아니하는 특정한 사상·종교·풍속 등 청소년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유해한 표현이 없는 작품으로 규정돼 있다.
18세이용가 등급의 기준은 △주제 및 내용이 18세 미만의 사람이 일반적인 지식이나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작품 △주제 및 내용에 있어서 18세 미만의 사람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란성, 폭력성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는 작품 △기타 18세 미만의 사람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한 사 상·종교·풍속 등에 관한 사항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돼 있는 작품으로 규정돼 있다.
그 외 헌법의 기본질서, 국제관계, 사회윤리, 사회정의, 교육, 종교, 사실관계 등을 고려 등급보류를 할 수 있으며 지나친 사행심을 유발하는 화투, 포카, 로얄카지노, 슬롯머신, 빠징코, 경마 등의 게임을 이용해 다자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경우에는 이용불가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자간에 네트워크(온라인게임 포함)를 구축, 온라인상에서 얻은 점수를 현금화(계좌이체, 온라인송금, 사이버머니 등)할 수 있는 경우 이용불가결정을 할 수 있 다고 돼 있다.||배심원들은 ‘온라인게임 등급 심사’에 대해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을 보였다.
전체 배심원 중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완화돼야 한다’는 입장이 각각 3명으로 나타났고 그외 배심원들은 입장유보 의견을 보여 결국 평결은 “결론 내릴 수 없음”으로 모아졌다.
배심원들은 각자 다른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이 문제 자체가 향후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청소년보호’라는 문화적 측면과 ‘형평성 원칙’ 내지 ‘게임 자체의 재미적 요소‘라는 경제적 측면이 서로 대립적 요소가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입장을 유보한 배심원중 2명은 현행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잘 모르겠다 내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각각 2명씩으로 나타나 결국 이 사안에 대해서는 핫이슈 사상 처음으로 가부동수를 보였다.

1)강화해야 한다-3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3명의 배심원들 모두는 현재 온라인게임의 폭력성 등으로 인해 여러 사회문제로 심각하게 파급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특히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기 이전의 청소년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고려할 때 심의가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칼을 휘둘러 사람을 죽이고 피가 나오는 정도면 어린 청소년들이 이용하기에는 부적절한 조건이며 게임이 아무리 산업적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청소년들의 정서를 해치면서까지 돈을 벌어 무엇하겠느냐?”며 심의강화를 주장했다. 배심원들은 “부모들이 게임을 심의하는 수준에서 등급이 결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며 “경우에 따라선 연령별 서버 등을 마련, 폭력성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완화돼야 한다-3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배심원들은 “아무리 청소년들일지라도 가상세계와 현실을 구분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며 “체험의 요소가 강조되는 게임의 특성상 폭력 묘사는 불가피한데 사실 이 자체가 유저들이 느끼는 재미이며 유저들이 기대하는 것인 만큼 지나친 규제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화나 TV 등 다른 매체와의 형평성을 잃은 심의 판정은 유저들을 소외시킬 뿐만 아니라 반발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등급심의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은 “등급심사를 강화하기보다는 등급이 일단 정해지면 그것을 준수하도록 노력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3)현행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2
현행 그대로가 좋다는 입장을 표명한 배심원 2명은 “과연 게임 폭력성 문제가 심의규정만으로 해결될 수 있겠냐”며 “이는 우리 사회전체가 가지고 있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온라인게임내 폭력성 문제도 우리 사회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 보다는 구조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현행 그대로 심의를 유지하되 점차 수정해 나가는 방법을 강구하거나 가정이나 교육제도 등을 통해 보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4)기타의견-2
그외 기타의견을 내린 배심원 2명은 “청소년층이 주고객인 게임제작사측의 이해와 청소년 사회문제화 부문을 놓고 저울질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며 판단보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현재의 등급심사 기준이 너무 애매모호해 좀 더 세밀한 조항이 필요하고 게임전문인력을 통해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 심사한 후 그 다음에 이 문제가 본격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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