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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판 '패스21' 사태

  • 안순모 프리랜서
  • 입력 2002.09.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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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는 벤처비리의 도화선에 불과하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특히, 연초부터 ‘패스21’과 관련한 각종 비리를 수집하고, 적절한 시점에 이를 공개하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는 한나라당 권력형비리진상조사특위(위원장 정형근)의 최근 언급은 벤처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력형비리진상조사특위는 한나라당의 전위부대로 당에 들어오는 모든 제보를 수집하고 가공한 뒤 정세와 연관지어 폭로 시점을 조율하는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는 곳. 최근 이 특위소속 국회의원은 “벤처비리와 관련한 엄청난 규모의 게이트가 상반기 중 2개가 더 터질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또 “패스21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모든 권력기관이 연관된 정권을 뒤흔들 수 있는 큰 건”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이 의원의 말을 뒷받침하듯 여의도 정가에서는 당국의 사정설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이미 벤처업계 비리 리스트도 나돌고 있는 상태. 보안업체, PKI 업체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게임업체도 2∼3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론되는 게임업체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기업이다.
이들 업체들은 정보통신부로부터 특혜지원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곳. 1999년부터 1년 6개월 동안 소위 벤처열풍이 불어닥칠 때 급성장한 업체들이다. 당시 게임업체들은 액면가 5백원 짜리 주식이 1백배까지 부풀려졌고, 코스닥에서 맹위를 떨쳤다.
문제는 소위 개미투자자들이 모두 손해를 본 마당에 수조원에 달하는 이익금이 모두 어디로 갔느냐는 의문이다. 정가에서는 이 자금이 정치권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패스21’ 사태를 통해 드러났듯이 일부 벤처기업들이 기술개발보다는 로비를 통해 회사를 키웠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벤처비리를 도구로 연일 여권을 압박하고 있는 한나라당 관계자에 따르면 “총 30여건의 벤처비리 제보를 접수했으며 이중 10여건은 비교적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벤처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게임업계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안다. 우리는 검찰의 수사진행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만일 수사를 축소 은폐한다면 곧바로 폭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게임업계의 비리가 확인될 경우 파장은 엄청나게 커진다. 더구나 정치권으로의 자금유입이 확인될 경우 게임업계 전체가 입을 타격은 엄청날 것으로 예견된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 관련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건전한 경영으로 회사를 키워온 업체들까지 위축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총무는 지난 18일 “당에 접수된 제보내용은 대부분 일부 벤처기업이 현 정부의 실세들과 유착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파악한 벤처비리 유형은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벤처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일부 벤처기업이 정책금융과 같은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여권의 실세들에게 줄을 댔고, 그 대가로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것이 첫 번째 사례.
또 코스닥시장 등록 직전에 여권 인사에게 차명으로 주식을 증여해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주선한 것과 코스닥 등록 이후 ‘정현준 게이트’처럼 펀드를 조성해 이익을 보장하는 수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업계 관련설을 한나라당의 주장만으로 사실로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한나라당이 입수한 제보들 중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도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최근 제보를 토대로 한 벤처기업 주변을 조사한 적이 있는 데, 경쟁업체가 음해차원에서 낸 투서였음을 알고 아연실색하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현재 정가분위기는 상반기중 2건의 대형 벤처비리가 터진다는 것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검찰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사에 착수해 상당수 부분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명재 신임검찰총장의 지휘아래 대대적인 정밀 재수사를 벌일 것임을 공포했으며 이미 내사에 돌입한 상태다. 또 감사원도 벤처기업 비리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여권도 경색정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선거가 있는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에 모든 비리를 파헤치는 것이 오히려 정국운용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리 매를 맞겠다’는 각오다.
벤처열풍의 수혜자인 게임업계도 최근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정가와 검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게임판 ‘패스21’사태가 불거질지에 업계의 모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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