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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 테란!'···'임요환 시대' 끝나는가

  • 지봉철
  • 입력 2003.04.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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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게임협회는 2002년 4월부터 2003년 3월까지의 성적을 집계한 결과 이윤열이 1위에 올랐으며, 임요환과 홍진호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윤열이 ‘KPGA투어` 2, 3, 4차리그 우승,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 등 우수한 성적을 낸 배경에는 임요환의 부진이 맞물려 있다. 임요환이 거둔 공식 우승은 ‘KPGA투어’` 1차리그 우승과 ‘WCG2002’` 우승 등이다. 가장 최근에는 박정석, 홍진호, 이윤열이 함께 참가한 4대 천황전 우승이 고작이다.

지난달 열린 ‘폭풍저그’ 홍진호와의 ‘KTEC배 KPGA위너스챔피언십’ 은 황제의 몰락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임요환과의 경기에서 번번히 밀리며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홍진호가 임요환을 3대 1로 이기며 우승을 차지했던 것. 과거 홍진호만 만나면 펄펄 날던 임요환이 경기에서 맥없이 무너지자 많은 팬들은 이제 임요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iTV〉 랭킹전에서도 신예 프로게이머인 김성제에게 패한것도 마찬가지. 라이벌은 물론 종족면에서도 저그, 프로토스 할 것 없이 밀리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최근 부진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4월 4일 열린 ‘올림푸스 2003 온게임넷 스타리그’ 개막전.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다 피해가기를 원하는 임요환을 이윤열이 조추첨에서 과감히 지목하고 임요환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테란의 황제라는 자존심은 이 경기 결과로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임요환이 이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임요환의 플레이스타일을 지적한다. 최근 프로게이머들의 게임이 대체로 물량전으로 흐르고 있어 임요환의 전략적 플레이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

전문가들은 기존 임요환을 대표하는 플레이를 3가지 정도로 압축한다. 초반 치즈 러시, 빠른 드롭쉽 플레이, 탱크를 동원한 조이기. 그러나 임요환의 전술은 이미 많은 프로게이머들에게 다 읽히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임요환의 전술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2년 넘게 사용한 임요환의 전술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이윤열과의 대 테란전, 홍진호와의 대 저그전, 김성제와의 대 프로토스전에서의 패배는 이 한계를 증명해주고 있다. 임요환은 후반 물량전으로 넘어갈수록 힘에서 밀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이 대등한 상황에서 물량전은 임요환에게는 큰 타격이다. 섬세한 컨트롤도 깜짝 놀랄만한 엽기전술도 힘을 앞세운 물량공세는 견딜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의 대표캐스터 전용준씨는 “과거 프로경기가 콘트롤 싸움이라면 최근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는 물량전으로 흐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이 비슷비슷해진 것이 콘트롤 싸움에서 물량전으로 흐른 이유”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임요환은 이미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공공의 적’이 됐다. 임요환을 넘어서야 임요환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그와의 대결을 피하지 않는 이유다. 임요환과의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프로게이머들을 자극하고 있다. 언론의 관심이 임요환한테 쏠려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프로게이머들의 생존욕구는 임요환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굳은 결의로 표출된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정신력에서 앞서는 사람이 유리하다. 임요환이 과거 ‘승부사’의 정신력으로 좋은 성적을 낸 것과 마찬가지로 최근 프로게이머들은 임요환을 향해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임요환의 부진을 여러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해이해진 정신력. 임요환은 최근까지 각 방송사 쇼프로는 물론이고 CF, 영화, 음반에까지 매달렸다. 프로선수로서 CF출연은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영화출연 및 음반제작은 프로게이머 본연의 자세를 망각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임요환은 지난해 임경수 감독의 ‘도둑맞곤 못살아’에 출연한데 이어 올해엔 ‘프로게임의 미래에 바치며’라는 타이틀의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외부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다른 프로게이머들의 신세에 비해서 그의 외도는 호사스럽기까지 했다는 비판이다. 과거 일부 스포츠 선수들이 지나친 외부활동으로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전례를 임요환이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 이같은 사실은 임요환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임요환은 3월 마지막주 각 방송사의 쇼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출연한 이후 당분간 방송출연은 자제한다고 선언했다. 병역문제에 대한 고민도 그의 정신력 집중에 방해가 되는 요소. 임요환은 올해 한국 나이로 24세이다. 병역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같은 또래의 김동수가 최근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타프시스템에 병역특례로 입사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시기상으로도 그의 선수생활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1세대 스타인 ‘황금의 손’ 신주영과 ‘쌈장’ 이기석은 이제 전설이 됐고 2세대 스타인 최인규, 김동수, 임성춘 등도 모두 프로게임계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임요환의 게임계 후배격인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 등 3세대 스타들이 자리를 이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임요환은 우선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원광디지털대학 특차전형에 4년 장학생 자격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병역을 미룰 수 없는 처지. 빠르면 2004년도에 군입대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은 최근 임요환의 생활방식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임요환은 최근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 자리에 동석한 한 게이머는 “요환이형이 그렇게 많이 취한건 처음 봤다”며 “최근의 부진과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거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요환은 최근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머리염색을 하고 선글라스를 착용해 외모에서부터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전략을 만들기 위해 연습량도 늘렸다. 임요환식 전략을 만들기 위해 최근 엄청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게이머들의 장비인 마우스 및 모니터도 바꿔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임요환의 한 동료프로게이머는 “최근들어 가장 많은 훈련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전략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요환의 부진은 프로게이머들 사이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요환을 넘어서기 위한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 이윤열을 비롯 홍진호, 박정석, 김성제 등이 틈틈이 황제자리를 넘보고 있다.

임요환이 최근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면 후배 프로게이머들이 임요환을 누르고 황제의 자리를 차지할 것은 자명하다. 때문에임요환이 황제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것만은 확실하다. ||▪ 4월 14일
오후 1:00 itv 랭킹전
vs 홍진호 (프레데터)

▪ 4월 16일
오후 1:00 Ghem tv 스타리그 예선전

▪ 4월 18일
오후 7:00 올림푸스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vs 박경락 (노스텔지어)

▪ 4월 19일
오후 2:00 KTF Ever Cup 온게임넷 프로리그
vs 한빛

▪ 4월 20일
광주방송 스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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